2018년 3월호 어머니 눈물과 원숭이 숯불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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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나는 어머니 생각이 날 때면 어머니(조분희)의 창작시 발리 섬을 혼자 소리 내어 낭독해 보곤 한다. 그때 나는 여행사를 통해 발리에서 우리일행이 쓸 기사가 딸린 차량과 한국어가 가능한 가이드를 예약했는데 가이드는 현지인으로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다 가이드를 한다고 했다. 영어가 편한지 계속 영어로 안내를 하길래 내가 한국어로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왜냐하면 어머니와 누나가 못 알아 들을 것 같아서다. 여러 힌두사원들을구경하고 점심시간쯤 되었을 때 나는 어머니께 한국음식을 드실지, 현지식도 괜찮은지 물어보고 있는 중이었다. 이 때 가이드로부터 다음과 같은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다으므은 워언수웅이 수우뿌르 구우이겨하게 스읍니다.”였다. 그러자 어머니께서“아이구 야야 원숭이 숯불구이를 어찌 먹노!나는 안 먹을란다.” 하시며 손사래를 치신다. 우리가 탄 차 안에서는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다. 가이드가 서투른 한국말로“다음은 발리의 원숭이 숲을 구경하겠습니다.”라는 말을 그렇게 길고도 이상하게 들려준 것이다. 어머니께 설명을 해드리자 배꼽을 쥐고 웃으셨다. 그 다음부터는 가이드가 영어로 얘기하면 딸이 한국말로 통역을 해주면서 오해가 사라졌다. 한국으로 귀국하신 어머니께서는 그 이후로 걱정과 눈물대신 이곳 인도네시아 자랑을 하고 다니신다는 소식을 누나로부터 전해 듣고 나는 마음이 놓였다. 어머니의 눈물을 원숭이 숯불구이가 멈추게 한 것이다. 어머니가 배꼽이 빠지도록 웃게 만든 그 때의 현지인 가이드에게도 감사한다. 지금은 하늘에 계신 어머니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아들을 보며 어떤 미소를 짓고 계실까? 세월이 흘러도 그때의 추억을 생각하면 따뜻한 어머니의 사랑이 절로 느껴지는 행복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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