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호 내가 만난 사람, 90세 청년 ‘Mochtar Ria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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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사람, 90세 청년 ‘Mochtar Riady’
글: 이강현/ 한인상공회의소 수석부회장
며칠 전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리뽀그룹 창업주인 목 타르 리아디(Mochtar Riady)회장님이 Meikarta Project (브까시군 찌까랑 신도시 개발프로젝트)와 관련해 나를 만 나자고 했다는 것이다. 최근 자카르타를 떠들썩하게 만든 이 거대 개발 프로젝트에 내가 몸담고 있는 삼성이 어떤 역 할을 할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기대감은 있었는데 막상 리뽀측에서 그것도 창업주가 직접 나를 만나자고 하다니 기쁘면서도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목타르 리아디 회장은 1929년생으로 한국 나이로는 무려 아흔(만 88세)이다. 그 연세에 아직 까지 왕성한 경제 활동을 하시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Meikarta Project까지 직접 관여를 하고 있었단 말인가!
그리고 오늘 나는 까라와치 실로암 병원 옆에 있는 목타르 리아디 연구소에서 직접 그분을 만나 뵀다. 몇 년 전 인니 전경련 모임에서 마지막으로 멀리서 뵀었는데 그때 그 모습 그대로 미팅룸으 로 직접 나를 마중 나오셔서 식당으로 안내하셨다. 점심 메뉴는‘bebek goreng’이었다. 인근 음식점에서 주문한 듯한 소박한 자태의 오리구이 반 마리와 밥 한 공기가 다소곳이 접시에 담겨 있었고, 그 분이 직접 개발하셨다는 팩 주스가 전부였다. 수수하면서도 정감이 느껴지는 메뉴로 드디어 설레는 오찬이 시작되었다.
어르신께 아들, 손자들과에 그동안 친분에 대해 자연스럽게 설명 드리며 마지막으로 외아 들“James Riady”을 만난 것은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바틱 전시회에 혼자서 바띡을 고 르고 있던 이 나라 대기업 총수와의 의하했던 만남의 기억. 얼마전 비행기 에코노믹 클라스를 타고 한국에 와서 택시를 타고 다니던 손자 “Hendri Riady”를 만났을때 동행 했던 리포 그룹 디렉터 에게 정말이냐 물었을때 할아버지 교육 방침이라고 들었던 얘기와 인니 미래를 위한 교육 의료 사 업에 매진하고 계시는 회장님을 존경한다는 멘트로 말문을 열었다. 뜻밖에 그분에 첫 마디는“알리바바가 앞으로 어찌 될거 같냐”였고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움 을 애써 김추며 전열을 가다듬었다. 90세 어르신이 알리바바를 논하는데 놀랬고 내가 알고 있는 알리바바에 대한 지식이 턱 없이 부 족 했기에... 알리바바에 대해 깊히 생각 한적은 없고 지식도 부족하지만 인니에 이커머스 및 온라인 거래의 엄청난 증가 및 향후 전망을 소신껏 말씀드렸고 회장님께서는 3년 전 알리바바에 마윈을 중국 에서 만나 1시간 미팅 약속이 마윈 자택으로 옮겨져 12시간동안 두분이 나누었던 얘기들을 들 려 주셨다.
인류의 화폐 개혁 역사를 살펴보면 고대에 사용된 조개껍데기, 씨앗부터 시작해 물물교환 그리 고 금, 은, 동 등의 금속으로 발전했고 중국 진시황제는‘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나다’라는 우주 관에 따라 겉은 둥글고 중앙은 네모난 구멍이 있는 원형 동전으로 중국을 제패했으며, 이후 영국 파운드 강세, 2차 세계 대전 이후에는 달러 강세, 이제는 중국 마윈의 전자 상거래 및 차세대 가 상 화폐까지 끊임없는 발전과 변화를 이뤄왔다는 것이다. 참으로 부끄러웠다. 매일 내가 맡은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믿었던 나는 90세 노인의 직관과 통 찰력, 박식함 그리고 젊은 사람보다 더 빠른 정보력에 도무지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이어, 당신께서 어떻게 Panin Bank와 BCA 은행을 키우고 이들을 거대 은행의 반열에 올려놓을 수 있었는가에 대해 설명하셨다. 그리고 최근 BCA 역사 유물관 오픈식에서의 연설 내용도 들려 주시며 리포에서 얼마 전 출격한 걸음마 단계의 Nobu Bank를 앞으로 어떻게 인니 최고의 은행 으로 성장시킬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놓은 그는 진정‘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는 명언을 몸소 입증하며 그 누구보다도 시대 흐름을 발 빠르게 꿰뚫어 보고 있었고 중국의 아마 존이라 불리는 3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징둥(JD닷컴), 쑤닝 등의 성공사례를 공부해야 하 는데, 같은 맥락에서 삼성전자의 나를 직접 만나 Meikarta Project와 전자 비즈의 연관성을 논 의하려 오늘의 만남이 성사되었다는 결론까지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설명하셨다. 또한 자신에 손자인 존 리아디가 만든 Matahari Mall의 실패는 좋은 상품과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 극할 시장을 차려 놓지 못한 채 소비자만 모을 욕심을 부렸고 돈을 써서 클릭 수만 높이려고 하는 등 기본도 준비 되지 않은 채 사업에 뛰어들어 결국 실패 했다고 냉정히 평가하며“알리바바가 라자다를 인수 했을때 Matahari Mall 전 직원이 패배감에 사로잡혀선 절대 1인자가 될수 없다”라는 말씀도...
그리고 난 내가 그동안 리뽀그룹에 대해 느껴온 바를 가감 없이 말씀드렸다.“리포 그룹 CEO들 은 너무 배가 불러 있어 절실함을 모릅니다. 죽기 살기의 헝그리 정신이 없이 너무 똑똑하고 도도 하기만 하고, 미팅을 해도 폼만 잡고 팔로우업도 없습니다. 건설 비즈니스도 독창성과 창의성이 결 여돼 있고, 기본적인 룰조차 잘 지키지 않습니다. 전자 비즈도 하이퍼 마트의 다른 제품들처럼 그냥 전자제품만 많이 깔아두면 장사가 되는 줄 알고 무리하게 점포 수만 늘려갈 뿐입니다. 지금은 선택 과 집중이 필요해 보입니다. 회장님이 인니 미래를 위 해 교육과 의료 사업에 매진하는 내용을 이해하는 국 민이 실제 얼마나 되겠습니까? SPH, 실로암 병원도 리 뽀기업의 이익을 살찌우는 상술로만 생각하는 사람들 이 많고, 심지어 최근 리뽀는 상생 협력이 없는 악덕기 업이란 소문도 파다합니다.”
갑자기 충신이 된 양 타자(他者)의 눈과 귀로 느낀 문제점들을 솔직히 전달해 드리던 나는 리포 회장님 의 엄청난 인생 강의에 대한 자그마한 보답을 드리듯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나갔다.
“전 제 얼굴이 바로 삼성이라고 믿습니다. 오늘 당장 제 거래선과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내일은 없습니다. 하루하루 죽을 각오로 일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대충하더라도, 그래서 잘못되 더라도 그냥 삼성을 떠나면 되지만 제 이름 석자는 인도네시아에서 삼성 그 자체입니다. 제가 잘 못하면 삼성이 잘 못하는 거고 제가 꺾이면 삼성이 무너지는 것입니다”
얼굴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내 목소리에 귀 기울이던 회장님은“그럼 문제점만 지적하지 말고 리뽀의 발전을 위한 해결책을 내 놓아달라”하시더니 갑자기“삼성에서 언제 그만 둘 거냐. 그 만 두면 리뽀그룹에 내 특별 어드바이서로 꼭 와달라. 난 당신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 두 손 모 아 간청한다”아뿔사! 뜻밖의 난처한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아! 내 의도는 이게 아닌데...’
대화 도중 전등이 흔들리는 지진이 감지 되었음에도 우리는 아랑곳 하지 않고 대화에 몰두 했 고 2시간 반이 흐른 뒤에야 비서가 조용히 들어와 다음 미팅 하실 분이 기다리신다는 언지로 우 리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자리에서 일어 났고 당신 집무실로 옮겨 자서전에 친필로 사인한 뒤 나 에게 선물해 주셨다. 1930년생으로 회장님보다 한살 어린 내 부친은 건강하신데 수전증이 있어 글씨를 이렇게 이쁘게 못 쓰신다는 말씀도 드리며...
밖에까지 직접 배웅하시며 다시 한번 리뽀그룹 어드바이서에 대해 고민 해달라는 말씀과 내가 차를 탈 때까지 꼿꼿히 서 게시며 손을 흔드시던 그 모습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오늘의 배움이며 앞으로 내가 살아가야 할 큰 방향에 경종이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무리 정신을 차리려 해도 쉽게 가시지 않는 놀라움과 흥분 속에 내 인생에 앞으로 40년을 어떻게 살아야 할것인가, 요즘 나름대로 안주하려 했던 나 자신에 대한 극도에 부 끄러움에 얼굴이 달아 오른다. 한국에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님을 내가 만나 뵐 수 있는 기회 가 있었다면 내 인생 은 과연 또 어떻게 변 했을까...교도소에 계 신 이재용 부회장과 에 만남과 추억이 교 차하는 엄청난 감정 의 소용돌이에서 나 는 아직도 헤어 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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