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8월 회화의 규범으로 부터 이탈해 매체 다변화를 이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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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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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수
작가의 작품에는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현대 미술은 특히나 그러하며 작가 및 작품 배경에 대한 이해없이 그 작품과 온전히 교감하는 것은 그다지 쉬운 것은 아니다.
독특한 발상이 느껴지는 김기수 작가의 작품을 (작가의 의도에 대한) 부연 설명 전의 시각과 설명 후의 시각으로 모두 감상해 보고 그 차이를 느껴보시기 바라며 또한 그로 인해 독자들이 현대 미술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는데 도움이 된다면 필자는 더 바랄 나위 없을 것이다.
김기수 작가의 작품을 보면 같은 소재가 일관적으로 들어간다. 스테인레스스틸(SST) 미러, 철의부식 그리고 묶여진 하얀 천…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존재에 관한 것이었다. 거울를 통해 보이는 작가의 모습… 그 존재
감이 매우 낯설고 부담스럽게 다가와 화면에 흰천을 덮어 존재감을 약화시키기위해 작업을 했다.그것이 관객의 눈에 보이는 묶여진 하얀천의 형상이다. 작가는 존재감이라는 테마로 꾸준히 캔버스에 작업하다가 좀더 이상적인 재료를 찾기 시작했다. 캔버스에서 거울로 거울에서 스테인레스스틸 (SST)으로 재료를 바꾸어가면서.
“내가 처음 거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던 것은 심각하고 진지했던 시기에 가진 억압에 대한 상징적 표현이었다. 그래서 발이나 손을 흰천으로 묶고 다시 결박하는 모습을 그렸는데 그것은 지켜지기 어려운 질서나 약속에 대한 상징적 표현이었다.
그러다가 깨지기 쉬운 거울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선택했던 재료가 스테인레스 미러다. 재료가 바뀌면서 그동안 생각했던 내용도 바뀌었다. 견고하고 차가운 느낌의 미러 판에 그림을 그리는 일은 쉽지가 않았다. 그래서 거울에 시도했던 주제를 조금씩 다르게 그리기 시작했다. 사람과 함께 표현되었던 천과 억압을 상징하는 요소는 버리고 점차 흰 천만을 표현하게 되었다.”
-작가 노트-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SST 미러는 망치로 두들겨 패이거나 돌에 맞아 깨진 듯한 형상으로 표현되는 데 이는 작가가 어릴적 창문을 통해 동경하던 달과 바다, 섬 등이 형상화 된 것 이기도 하다. 거울은 호수나 바다의 피사체이며 망치로 두들겨 들어간 둥근 패임이나 돌은 달을 형상화 한것이다. 그리고 거울의 변형된 형상이나 돌을 던져 깨진 듯한 형상은 달빛으로 인해 일렁이는 물결의 형상이기도 한 것이다.
철의 부식은 예술가의 행위를 붓질의 흔적으로 표현한 것인데 철의 부식은 븟질을 디지털 정보로 전환 하고 그것을 정교한 컴퓨터 커팅으로 잘라낸 후 일일이 맞추는 작업을 거쳐서 표현된 것이다.
한 편, 작품 재질의 특성상 작품이 비치되는 장소의 배경이 작품에 비춰 나타나게 되는 데 이 또한 작가가 의도한 작품의 일부이기도 하다. 언제 어떤 장소에 전시되건 미러에 투영되는 배경 또는 관객의 모습을 작가가 의도한 프레임을 통해 비추어 지게끔 의도한 것이다.
작가가 의도 하는것은 관찰자로 하여금 거울에 방영되는 자신의 모습을 재발견 하는 일이다. 매끈한 거울이 아닌, 작가의 붓질 흔적의 녹슨 철판을 새겨 넣은, 혹은 망치로 두드려 표면을 일그러트린 거울 너머로 실제 존재와 반영의 불완전한 상관 관계를 비판적 시각으로 재검토 하기를 의도한다.
가려진 존재, 숨겨진 진실의 네러티브 (Narrative) 를 구사해온 김기수의 작품 앞에서 차분하게 자신을 응시하며 그 너머에 자신을 들여다 볼 일이다.
작품을 눈으로 읽는것을 너머 마음으로 읽게되는 작품… 차가운 성질 이면에 따스함이 스며든다…
글: 최미선(한인미협회원)
글: 최미선(한인미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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