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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호 까치를 잘 그리는 사람, 화가 장욱진

9,530 2018.04.0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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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1987 / 캔버스에 유채 / 41 X 32cm

김라라 (미협회원)

rarakim320@gmail.com


10세에 까치그림으로 일등상을 받아 미술적 재능을 인정 받은 소년 장욱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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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욱진


  안타깝게도 경성사범부속보통학교 삼학년, 그때 그의 유년기 그림이 남아있지 않아 그 조형방식은 알 길이 없지만 한평생 까치를 즐겨 그렸던 그의 화풍으로 보아 정밀묘사하고는 거리가 먼, 어린 장욱진의 개성적인 시각으로 조형한 그림이었음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이 상을 받기 전까지는 그의 미술점수는 늘 낙제였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일부에서 통용되고 있지만, 사실묘사라는 발상법이 지나치게 강조되어 신라시대의 화가 솔거의 빼어남을 말하면서 벽면에 그려진 그의 나무그림이 얼마나 생생했던지 새가 날아와 앉으려 했을 정도였다 하면서 화가적 자질로 사실묘사가 강조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일본인 미술교사가 일본 히로시마 고등사범학교 주최 ‘전일본소학생미전’에 어린 장욱진이 그린 까치 그림 하나를 골라 출품했을 때는 자연의 조형질서를 재해석하려는 그만의 주관을 눈 여겨 본 것이고 미술대회에서도 그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는 의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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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 1987, 캔버스에 유채, 41 X 25.5cm


  그 이전의 그림이 낙제점을 받았던 것은 그림이라 하면 그리는 대상과 꼭 닮아야 한다는 일부의 고집스런 편견과 관련이 있었을 것이다. 이 사건이 있고부터 장욱진의 미술성적은 최상위권을 기록한다. 당시 그림을 천하게 여기는 사회인식으로 여전히 집안에서 그의 재능은 환영받지 못했지만 고등학교때  ‘전조선학생미술전람회’에서 최고상과 특선상을 같이 받는 계기로 더 이상 집안의 반대를 받지 않고 넉넉한 집안의 후원을 받아 동경소재 제국미술학교(현 무사시노 미술대학) 서양화과에 입학하여 그림을 공부할 수 있게 된다. 한국인의 일본유학은 그림에대한 당시의 부정적인 사회 인식을 대변해준다. 또 미술을 가르치는 고등교육기관이 한반도 땅에 아직 생겨나지 않은 때문이기도 하다.

  그림에는 “선생도 없고 제자도 없다”는 말이 있다. 창작의 본질이 독자적이면서 독창적인 자기언어를 가지는 데 있음을 강조하는 말이다. 일본에 건너갔을 때 화가는 이미 그 점을 통감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일본 유학 중이면서도 일본사람이 소화한 방식으로 서양화를 그리지 않고 책이나 미술관에서 접해 본 서구그림에서 직접 배우려고 힘썼다.

  1940년대초에 일본화단은 이른바 ‘신일본화’ 경향이 강조되던 시절이어서 일본선생들은 그의 그림에서 일본풍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지만 장욱진은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한다. 한국유학생들은 일본 경찰의 특호사찰대상이어서 늘 수색의 대상이 되어 자유롭지 못했다. 그 때문인지 한평생 장욱진의 일본 반감은 식을 줄 몰랐다. 피지배민족이 갖는 반감에다, 개인적으로 지극히 자유주의자인 그는 틀에 박힌 일본 사람의 규격화된 방식에 거부감을 가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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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1958, 캔버스에 유채, 42 X 31cm

  

  그러나 프랑스 유학생출신이면서 당대 일본 최고의 작가인 스승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장욱진의 작업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학교를 졸업하고 해방 후, 박물관에서 잠시 일하면서 발굴대를 따라 개성과 경주의 발굴작업을 참관하게 된다. 일제시대를 살았던 식자들은 그때 망국의서러움 때문에 우리 전통문화의 참된 가치를 외면하거나 평가절하하기 십상인데, 장욱진은 그때 박물관 소장의 목기(木器)를 접하게 되고 우리 전통조형에 대한 재인식을 하는 소중한 시간을 갖는다. 해방 후나 6,25 발발후에도 그의 그림은 이념대립과는 전혀 무관한 탈이념적인 목가적인 화풍을 보인다. 좌익에서 그를 포섭하려 했지만 예술의 순수성을 믿는 그의 생활방식상 이념이 관심일 수가 없었다.


  “나는 심플하다” 그가 늘 하는 말이다.

  심플은 단순함이란 뜻과 함께 순전함, 순수함, 소박함, 조촐함, 순진함, 성실함, 천진난만함을 포괄하는 다의적인 말이다. 그의 심플은 이 모두를 아우르는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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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1978, 캔버스에 유채, 14 X 17.5cm


  예술의 순수성과 진실성을 추구하는 장욱진의 그림에서는 일상성과 초월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그의 그림에는 우리에게 더없이 친근한 대상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그림마다 거의 빠짐없이 해와 달이 떠 있고 아이가 등장하고, 희소식을 전해준다는 까치가 나타난다. 해와달이 있어 세월을 살아가는 인생의 섭리를 증거해 주고, 아이가 있어 가정의 즐거움을 확인해 주며, 까치가 있어 기쁨을 기다리는 일상의 소망을 발언해 주고 있다. 시골, 전원, 산촌, 고향, 푸르름이 그의 그림 속에서 도시의 회색 빛을 이겨내는 한 줄기 빛이 되고 있다.

  사라지고 있는 풍물 또는 풍경을 되살려 주고 있는 그의 그림에서 옛 것의 새로움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유형 무형의 사회적 압박 속에 살 수 밖에 없는 우리의 삶 속에서 그의 그림은 순진함과 무구함, 무엇보다 시각의 신선함을 일깨워 준다.

  우리 본연에 내재해 있던 갈구가 세상 탓으로, 시절 탓으로 급격한 변화의 큰 파도 속에서 파묻혀 버리고 만 것을 대신 충족시켜 주는 그런 신선함이다. 그래서 장욱진의 그림은 보는 사람에게 위로를 준다. 따뜻한 위로를 주는 그림이기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참고문헌: 장욱진, 모더니스트 민화장 (김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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