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호 고국으로 돌아와야 할 우리의 문화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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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16일(화) 오전 10시, 인도네시아 국립박물관 7층 강연장에서“해외 소재 한국 문화 유산”이라는 흥미로운 주제의 전문가 초청 강연이 코윈(세계 한민족 여성 네트워크) 과 헤리티지 코리아섹션 공동 주최로 진행되었다. 강연자는 부산 동아대학교 인문과학대학 장이자 고고미술사학과의 박은경 교수님이었고,‘2015년 대학 특성화사업 시상’에서 부 총리 겸 교육부장관 표창장을 받은 감탄스러운 이력과 함께,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으로 활동 하고 계신 분이었다. 중간중간 자리가 비어있는 아쉬운 청중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교수님은 패기 있게 좌중을 휘어잡으며 강연을 시작하셨다. 나는 교수님이 입을 뗀 순간부터 강연에 빠져들고 있었다. 얼마 전, 세계 최대 옥션 중 하나인 크리스티에서 한 큐레이터가 세로 1m 크기의 고 불화을 직접 들고 와, 한국 정부에 한화 30억원 상당의 가격으로 구매를 제안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검토 및 준비 작업에 돌입했 지만, 그 큐레이터는 몇일 후에 매도자가 의향을 바꿔 팔지 않겠다고 전하며 한국을 떠났다고 한 다. 이후에 그 불화는 종적을 감추었다고 하니, 이 얼마나 아쉬운 일인가. 그 그림이 다음에 다시 나타났을때, 호가가 얼마나 더 오를지 상상하면, 오 싹 소름이 돋는다. 그 다음 화두는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대한민국의 유물이 17만점에 가까운 숫자라는 것이었다. 그 순간 나는 입을 떡 벌리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역사상 크고 작은 외세 침략에 비단 우리 백성 만 고통을 받은 것이 아니라, 수많은 문화 유산들 까지 주인 잃은 설움을 겪고 있었다니. 영화처럼 모두 고국으로 돌아오는 날을 기다려도 될까? 교수님은 자신있게‘우리는 우리의 문화 유산에 대해서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명화 모나리자보다 더 큰 자긍심 가질 가치가 충분하다’라고 말씀하신 순간, 해외에 살고 있는 지극히 평범한 주부인 나도, 어깨가 으쓱해지는 걸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면, 17만점 가까운 귀한 유물들은 다 어디 에 있을까. 일본에 7.1만 여점, 미국에 4.6만 여점, 독일에 1.9 만 여점, 중국에 9천 8백 여점, 영국에 8천 여점 등 전세계 낯선 곳에 흩어져 있다는 것이 강연자의 설 명이었다. 이렇게 전 세계에서 외로움에 떨고 있는 방대한 우리 유물에 대해, 모든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본국으로의 소환을 기원하는 것이 어떨까 혼자 생각해 보았다. 실제로 종종 그런 일이 있지 만, 더 많은 대기업들이 해외 유물을 사들여 국내로 송환하기를 바란다고 교수님은 덧붙이었다. 그리고 나서, 세 가지 가치 있는 해외 소재 유물을 소개해 주셨는데, 기억나는 대로 정리해 보면.. 첫번째 작품‘비로자나불’, 일명‘만오천불상’ 이라는 제목을 가진 일본 부도인 소장의 고려 시 대(13세기) 불화는 얼핏 보기에는 평범한 불화같 지만, 자세히 확대하여 들여다보면 그림 구석 구 석에 5mm 크기의 1만 5천여개 부처 얼굴이 오밀 조밀 그려져 있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 그림을 그린 이름없는 화가의 인내심에 경 의를 표한다. 전 세계에 이런 스타일의 불화는 매 우 진귀하며, 전문가들은 섬세한 아름다움의 극 치로 평가한다고 한다. 이런 진귀한 유물을 우리 나라 박물관에서 볼 수 없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 까웠다. 부디, 이 작품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서, 우리나라 유물에 대한 가치가 한 단계 높아지길 기대해도 될까? 두번째 작품‘수월관음도’는 동서고금을 통틀 어 최고의 명화라고 인정되는 모나리자에 견주어 도 그 가치가 훨씬 높을 것이라는 교수님에 설명 에 귀가 더 쫑긋해졌다.
즉, 모나리자는 세로 77cm 가로 53cm 크기의 작 품이며, 1503~6년경에 제작되었다고 전해지는데, 이 수월관음도는 세로 419cm 가로 254cm의 대형 작품이며, 제작 연도도 1310년으로, 모나리자보다 200년이나 앞선 시기의 것이다. 만약에, 이 수월관 음도가 크리스티 경매에 오픈된다면, 과연 낙찰가는 얼마에 결정될 것인가? 사뭇 궁금하다. 참고로, 수월관음은 재난과 질병으로부터 중생을 구제하는 관음보살의 또 다른 이름이다. 수월 관음이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는 마치 하늘에 떠 있는 달이 여러 곳의 맑은 물에 비치는 것처럼, 관음보살이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의 부름에 응하여, 이들을 구제해 주기 때문이라는 것을 강연 후 검 색으로 알았다. 또한, 수월관음도는 인디아의 보타락가산에서 중생을 구제하는 관음보살에게 선재동자가 찾아 와 진리를 구하는 장면을 그린 불화를 통틀어 의 미하며, 현재까지 파악되는 고려시대 수월관음도는 46점 정도라고 하지만, 겨우 5점(국립중앙박 물관 1점, 2016년 기준)만이 국내에 있다고 하니, 참으로 통탄스럽다. 그림 속의 수월관음 역시, 여타의 수월관음도 구 도와 유사하게 자비로운 표정을 지으며 왼쪽 무릎 위에 오른 발을 올려놓은 반가부좌를 하고 있다. 그 리고, 몸을 오른쪽으로 약간 틀어 바위 위에 앉아있는데, 그림의 왼쪽 아래 구석에는 맑은 기운의 선 재동자가 허리를 굽혀 합장한 자세를 하며, 수월관 음에게 구하는 것이 있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불교 문화가 한창 꽃 피웠던 고려 시대에 찬란한 에너지를 받아 그린 작품이니, 얼마나 좋은 기운을 담고 있겠는가? 나도 그 기를 조금이라도 얻어 가고자, 사진을 뚫어져라 한참 쳐다 보았다. 마지막으로 소개해 주신 해외 소재 유물은 일본 대덕사 소장 작품, 고려 후기의 또 다른‘수월관음 도(223cmx126cm)’였다. 이 그림에는 수월관음은 물론, 12인의 공양을 하는 인물의 군상이 표현되어 있었다. 안목 없는 내가 봐도, 참으로 섬세하게 표현되었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수작이었다. 설명을 들으며 바라본 화려한 채색의 그림 속에는, 수월관음에게 공양하기 위해 용왕, 용녀, 신하, 무관, 귀자모, 반인반수 등 12인의 등장인물이 각 자 자신의 신분에 맞는 의상을 격식 있게 갖춰입고, 저마다 가장 귀한 것을 이고 지고 줄지어 걸어 가는 모습이 이채롭게 표현되고 있었다.
12인의 공양 인물 중, 인상 깊게 기억나는 이는 보주를 든 아이를 업고 가는 귀자모였다. 귀자모는 원래 어린이를 잡아 먹는 귀신이었는데, 아이를 잃은 어미들의 원성에 석가모니가 꾀를 내어, 귀자모가 아끼는 아이를 숨기고 극도로 당황시킨 후, 스스로 깨닫게 하였다고 한다. 다행히, 귀자모는 이에 깨우침을 얻어, 그 후에 어린이를 지켜주는 보살이 되었다고 하니, 그림 속에 표현된 등장 인물의 이야기가 얼마나 흥미로운가? 또 다른 등장인물은 우락부락한 외모와 건장한 체격으로 서류 뭉치를 들고 가는 사나이였는데, 이는 현종 시절에 무과에 급제하지 못하고 자살한 종규가 공양하는 인물 중 한명으로서 무리를 따르는 것이었다. 우리는 편하게 앉아서, 아주 쉽고 재미있게 그림 설명을 들었지만, 이런 연구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이 인물들이 누구인지, 무엇을 들고 수월관 음에게 공양하러 가는지에 대해 심도 있고 긴 시간 연구를 하신 강연자(고생스러운 중국 출장, 고문 서 탐독 그리고 장시간의 몰입을 아끼지 않으신) 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었다. 시간 관계상, 준비하신 자료를 끝까지 듣지 못해 너무 아쉬웠지만, 강연은 여기에서 끝이 났다.(일어서는 교수님을 붙잡고 싶었다! 뒤이야 기 더 해 주세요!) 강연 후, 강연자와 짧은 대화를 나눠 보니, 학자로서의 열정, 기품과 내공이 깊고 진지하게 느껴졌다. 수입의 절반은 연구에, 절 반은 제자들과 밥 먹는데 쓴다는 말씀에서는 철철 넘치는 인간미를 느낄 수 있었다. 아울러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신 코윈 이희경 회 장님, 헤리티지 이수진 회장님, 교수님과 먼길 동 행해 주신 동아대 김태완 실장님께 특별히 감사 인사를 드리며, 다음 기회에는 더 많은 교민이 참 석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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