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01 나만의 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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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특별한 개가 있다.
어렸을 적부터 보이는 정서 불안으로 붙여진 이름, 깽깽이. 깽깽이는 눈도 못뜨고 어미 젖을 빨 때부터 다른 강아지들과 달랐다. 한 젖을 오래물 지도 못하고 열뎃마리 새끼 강아지들 사이에서 뜨지도 못한 두 눈으로 사방을 둘러보며 허우적 거렸다. 그래서인지 깽깽이는 그 어느 강아지들 보 다 순하고 약했다. 닫혀있던 대문 밖으로 그 깃 발 같은 꼬리를 신나게 흔들면서 온동네를 휘젓고 다닐때도 고양이를 보면 짖기만 할 뿐 앞발을 사납게 휘두르며 달려든 적은 없었다. 그 흔한 쥐 도, 늙어서 생명이 다해가는 쥐를 물고 자랑스럽게 어머니 손에 쥐어주려고 하던 적이 두어 번도 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햇볕의 온기가 남아있는 저녁 현 관에서 깽깽이를 무릎에 누이며 쓰다듬어 주고 있을 때 깽깽이의 낡은 냄비 밥그릇이 달그닥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전부터 밤 늦게까지 공부할 때 면 들리던 정겨운 소리였다. 나는 그저 그러려니 깽깽이를 쓰다듬고 있었다. 그러다 밥 그릇 소리 가 멈추지 않아 그 쪽을 보았더니 손바닦만한 쥐 가 밥그릇에 서서 남은 밥을 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 소스라치게 놀란 나는 깽깽이에게 쥐를 잡으라고 하였지만 깽깽이는 아무렇지 않게 내 손길 이 멈추지 않기를 원할 뿐이었다. 그 전부터 깽깽이가 쥐를 못 잡아 깽깽이를 많이 나무랬던 나는 깽깽이가 그 작은 쥐도 못 잡고 밥까지 뺏긴다 는 마음에 분하고 속이 상했었다. 그래서 아버지 가 퇴근하고 현관을 들어설 때 그 달그닥 거리는 깽깽이 밥통 소리는 깽깽이가 내는 소리가 아니라쥐의 것이라고 일렀다. 당연히 아버지가 놀라며 깽깽이를 나무랄 줄 알았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달랐다. 아버지는 그 쥐를 깽깽이 밥 그릇이나 훔 치는 더러운 쥐로 보지 않고 깽깽이와 함께하는 존재로 보시며 너무나도 좋아하셨다.
깽깽이와 함께 하는 존재.. 그랬다. 나는 내 자존 심 때문에, 깽깽이가 쥐보다 못한다는 그 생각하 나 때문에 깽깽이의 외로움을 헤아리지 못했던 것 이다. 어미 없이 살면서 느꼈을 깽깽이의 외로움을 우리 가족의 사랑이 충분하다고 믿었기에 너무 무지했음을 깨달았다. 무엇보다도 내 무의식적 인 자존심이 깽깽이를 이해 못 했음이 미안했다.
학교를 다니다보면 자신의 자식만이 귀족이고 보물이며 자랑인 아주머니들을 보며 힘들었던 적 이 많다. 그들은 자식들의 동급생들의 모습과 소 문으로 평가하며 자신의 귀한 자식들의 친구가 될 수 있는지 없는지를 구분 짓는다. 그 모습이 화로 다가오고 억울함으로 다가온 적이 많았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내 속에는 그들과 같은 모습이 있었다. 나는 그저 깽깽이가 쥐도 못 잡고 그 더러운 쥐와 같은 밥 그릇을 핥는게 내 자존심으로 이해할 수 없었었다. 내 자존심이 깽깽이를 내 속에 묶어 두려고 했던 것 이다. 그저 깽깽이 는 바보가 아니라 착한것이고 약한 것이 아니라 순한 것뿐이다.
깽깽이를 나만의 잣대를 갖고 판단했던 내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었다. 나도 결국엔 남 과 같으면서 나만 다르고 올곧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수 있었던 계기도 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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