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 차근차근 내 꿈을 준비해보자 - <꿈 많은 청년들의 인도네시아 생활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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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호 (BINUS UNIVERSITY 학생)
나는 어렸을때부터 장사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고 한국에서 창업 경험이 있다. 그래서 학생신분인 지금도 자카르타에서 창업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템과 장소를 알아보고 다닌다. 한국이나 인도네시아나 창업이란 정말 쉽지 않다. 난 항상 인도네시아의 교통체증의 장벽을 뚫고 싼값으로 각 가정에 신선한 야채와 식재료를 산지에서 당일배송하는 유통망을 도입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마트에 파는 눈알이 흐리멍텅하고 이상한 냄새가 폴폴 풍기는 생선을 볼때면 이건 꼭 필요한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내가 무슨 수
로 그 힘든 일을 해내겠냐만 혹시 모르는일 아닌가? 내가 해내지 못하더라도 내 글을 본 능력 있는사람이 방법을 찾아내서 우리집 밥상에 싱싱한 생선구이를 올릴 수 있게 해준다면 그 또한 행복할 것 같다. 그래서 한국의 퀵서비스를 모티브로 만들었다는 고젝의 큰 성공은 모든 환경이 한국보다 열악한 인도네시아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는 긍정적인 도전이자 성공사례라고 생각한다.
나는 요식업에 관심이 많아서 먹거리를 많이 살펴보는데 한국에서 대박을 낸 인절미 빙수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거나, 한국이라면 파리날릴 맛 없는 떡볶이 집이 현지인들로 만원을 이루는 광경은 말그대로 멘붕이다. 인절미 빙수야 현지인들 입 맛에 안맞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소태처럼 짜고 맛없는 떡볶이의 인기는 설명 불가다. 그래서 현지인들을 이해하기 위해 1년전부터 이나라의 역사, 지리, 날씨, 민족성, 종교까지 공부했다. 그리고 현
지친구에게 내가 야심차게 준비한 치킨마요라는 요리를 만들어서 팔면 어떨지 평가를 부탁했다. 닭고기를 사랑하는 현지인들 입맛을 공략했다.
치킨마요는 흰밥위에 작은 치킨조각과 마요네즈, 달걀 스크램블, 데리야끼소스를 얹어 비벼 먹는 덮밥류로 10여년전 한국의 한 도시락 업체에서 대박내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음식이다. 친구들은 맛있다고 했다. 하지만 잘 팔릴진 모르겠단다. 이걸 팔면 대박일꺼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리고 두 번째 도전이 중국식 고기덮밥이었다. 피망과 양파, 브로콜리를 큼지막하게 썰어 기름에 볶아주고 훈제삼겹살을 곁들여 미지근한 흰 밥위에 올려먹는 음식인데 피망의 향긋함과 훈제고기의 향이 일품이다. 무슬림들이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걸 감안해서 차선책으로 오리고기와 닭고기를 준비했지만 이음식 또한 맛있다는게 다
였다. 그리고 현재 세 번째 요리를 준비하고 있다. 마음만큼은 당장이라도 가게를 내고 장사를 하고 싶지만 창업을 위한 자금과 장소문제가 내 발목을 붙잡는다. 교민들이 운영하는 음식점들은 대개 한국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좋은 위치에 자리하고 인테리어가 고급스럽고 넓으며 많은 종류의 음식을 판다. 이런 매장들은 우리 청년들이 엄두도못낼 창업자금이 들어간다. 그래서 내가 알아본 곳이 Pasar Santa나 Pasar PIK의 2~3평 정도하는 작은 매장이다. Pasar Santa는 자카르타의 동대문 시장이라고 비유하면 좋을 것 같다. 한국 식당 토
박 근처에 있는 건물로 1층에는 생필품 및 잡화, 꽃 등을 파는 작는 상점들이 가득하고 2층에는 2~3평정도 되는 작은 음식점, 서점, cd가게, 그림그려 주는곳, 사진찍어주는곳 등등 정말 많은 매장들이 옹기종기 붙어 있고 사람들 또한 인산인해를 이룬다. 한건물 안에서 세계의 수 많은 음식들을 한번에 맛 볼 수 있고 특히 핫도그 집을 비롯한 몇몇 가게는 항상 긴줄을 서야될만큼 장사가 잘된다.
임대료도 쇼핑몰 안에 위치한 비슷한 크기의 매장보다 많이 저렴하다. 내가 준비한 치킨마요덮밥을 이곳에서 팔아본다며 혹시 그 핫도그처럼 긴 줄을 만들어내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내눈에 든 또 다른 곳인 Pasar PIK은 Pantai Indah Kapuk에 있는 한국의 재래시장 느낌의 야시장이다. PIK은 화교와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곳으로 한국음식점도 많이 있을뿐 아니라 중국풍 음식점이 상당히 많다. 그래서 pasar pik 안에는 다양한 음식점들과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많이 확보되어 있다. 내가 만든 향긋한 피망향이 풍기는 훈제삼겹살 덮밥을 화교들이 많은 이곳에서 판다면 혹시 대박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창업을 준비하다 보면 성공할 것 같다는 기대로 가득차 힘차게 일을 진행하지만 때론 실패해서 빚더미에 앉으면 어쩌나 걱정이 돼 섣불리 시작할 수 없다. 이미 아찔한 경험을 여러번 해봤기 때문에 고민이 더 깊어진다. 나는 한국에 있을 때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커피전문점과 닭강정, 샌드위치 등을 파는 스넥코너 매장을 운영 했는데 휴게소라는 특성상 꽃놀이와 가정의달 기간인 4월과 5월, 휴가철인 8월, 그리고 설과 추석이 대목중에 대목이다. 내 가게는 경남 창원에 위치했고 프랜차이즈 매장이라 필요한 재료들을 본사가 있는 서울에서 1주일에 한번씩 공수해왔다. 2014년 4월. 매출 고공행진에 들뜬 나는 냉장고가 모자랄 정도로 재료들을 가득 시켰다. 냉동닭을 쓰면 해동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므로 염지된 생닭으로 200kg 주문했다. 직원들 편하게 해주려고 알바도 2명 더 채용했고 이제 만들어서 팔기만 하면 다 돈이니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하지만 4월 16일 세월호사건이 발생하면서 여론이 심상치 않더니 결국 이틀 후부터 매출은 1/5로 뚝 떨어졌다. 그 후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 매출 하락을 떠나서 냉장고 안에 준비해둔 닭고기와 야채, 햄, 빵 등 수백만원 어치의 재료들을 폐기하는 씁쓸한 상황이 발생했다.
학생들을 태운 단체버스가 매출의 상당부분을 책임져 줬었는데 수학여행과 현장학습등의 전면 중단은 나에게 정말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그렇게 큰 손실을 입고 몇 개월 후 믿었던 7월말 휴가철이 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평소보다 많은 재료를 준비했음에도 밀려드는 손님들로 인해 재료가 떨어져서 인기품목을 팔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손님들은 밤 늦게까지 몰려드는데 재료가 없어 판매가 안되니 그렇게 속이 쓰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다음날 급하게 본사에 요청해서 모든 냉장고를 가득 채울만큼 넉넉하게 물건을 공수해왔다. 그리고 3일정도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21일동안 단 이틀을 빼고 하루에 몇시간씩 폭우가 내렸다. 설상가상으로 파도를 타고 밀려온 난파선 쓰레기더미가 해운대 해수욕장을 덮쳐서 10일 가량 폐장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했
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고속도로에 위치했던 내 가게는 직격탄을 맞았다. 휴게소의 다른 매장들도 전년대비 매출 반토막이 나는 상황이 발생했고 휴가철을 대비해 고용했던 알바생 3명을 집으로 돌려 보냈을뿐 아니라, 또다시 많은 재료들을 폐기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재료값을 지불하지 못해서 독촉전화를 받기 시작하자 내가 뭘 잘못했냐고 나 한테 왜이러는거냐고 하늘을 원망하기도하고 내 자신을 책망하며 눈물흘렸던 날이 있었다..
내가 운영한 가게의 결말은 해피엔딩이었으나 1년이상 가게를 운영하면서 10kg이 넘게 빠지고 잠도 하루에 4시간씩 자면서 주변사람들이 너 그러다 몸상한다고 할만큼 열심히했으나 의도치 않게 여러번 망할뻔한 기억이 난다. 창업의 이런점 때문에 비교적 안전한 월급쟁이의 삶을 생각해보기도 했으나 다시 도전하고 싶다. 아직은 실패해도 일어설 수 있다는 충분한 용기가 있다. 앞으로 학교를 다니면서 인도네시아에 대해 더 배우고 경험하며 차근차근 준비해서 다시 도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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