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9 <지상갤러리> 마음으로 가꾸는 정원, 작가 김 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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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의 에너지를 담은 나뭇잎들은 미풍에 흔들릴 듯하다.
소란한 하루 속에 정지되어 있는 듯 무심한 자연은 안개같은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에 묻혀 아련한 기억과 추억 속에 관객을 자연스레 몰입하게 한다.
‘비밀의 정원’ 작품을 보고있노라면 캔버스 이지만 수묵화의 서정을 재현한듯 담백하고 청아 하며 정감의 깊이가 느껴진다.
풀잎냄새 맡으며 느림, 여백, 관조의 넉넉함 까지… 마음이 시원하게 활짝 열어 젖혀짐을 느껴보고 있노라면 자연은 소유하는 자의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누리는 자의것임을 알 수 있다.
“오랜 시간 나의 작업은 자연에 늘 가까이 다가서기위해 노력해 왔었다.
청명한 하늘 그리고 잎사귀 위로 떨어지는 반짝이는 햇살, 수양버들, 댓잎 부딪치는 소리,
이른 아침 피어오르는 물안개, 호수에 담긴 물 그림자...
자연의 경이로움은 지금도 마치 마법처럼 무한상상의 공간으로 나를 이끈다.
나는 어둠에서 빛을 찾아가듯 천천히 자연을 찾아가는 긴 여정을 시작하고 있다.”
-작가노트-
‘자연’은 늘 김 상열 작가의 창작의 주제였다.
경상북도 청도의 한 폐교에 위치한 작업실을 매일 왕래하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자연 속으로 들어오게 되며 이때부터 사계절의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과 위안을 작품에 반영하기 시작하고 마침내 자신의 화풍을 확립하게 된다.
붓으로 그린 정형화된 모습이 싫었다는 작가 김상열은 초기작에서 부터 인위적인 붓의 느낌보다는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이미지 작업에 중점을 두었다.
세목 캔버스에 (캔버스 천의 결이 매우 촘촘한) 젯소를 여러 번 올리고 나서 사포로 갈아내어 매끈하게 표면처리를 한 뒤 블랙컬러 (블루계열 등)의 아크릴 물감을 캔버스 전체에 칠한다.
일반적으로 서양화는 흰 캔버스에 색을 올려 채색 과정을 통해서 작품을 완성해 나가지만 김상열 작가의 경우는 캔버스가 가지는 물성을 완전 제거했다.
기성의 흰 캔버스 대신 매끈하게 처리된 블랙의 캔버스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블루계열, 그린계열, 레드계열 등으로 작업하는 중이다)
창작에 있어 역 발상은 새로운 가능성의 시작이며 이는 마치 깜깜한 동굴에서 빛을 더듬어 가듯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블랙의 화면에 흰색의 아크릴 물감으로 수십차례 지워내는 반복적인 과정을 통해서 자연의 형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최종의 캔버스 바탕색이 나뭇잎이 되고, 나무가 되고, 숲이 된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아마도 막연한 재현을 위한 표현보다는 스스로 그러하다는 자연의 이치처럼 스며들듯이 자연스럽게 피어나기를 원했던 작가만의 독특한 표현 방식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자신만의 신념, 자신만의 언어를 표현한 작품 앞에서 마음을 비우고, 무의미의 의미, 의미의 무의미로 차분해지며 편안함을 느껴 본다.
<작품소장>
Artered 갤러리 (뉴욕)
LoRoyer 갤러리 (몬트리올, 캐나다)
과천 현대미술관 미술은행
개인 소장 다수
현) LoRoyer gallery (Monteal, Canada) 작가
글: 권미선(한인미협회원)
지난 8월호에 기고자 최미선을 권미선으로 정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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