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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오만은 오물보다 추하다 <이연주>

5,218 2016.04.09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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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티지 탐방, 쓰레기 마을의 스콜라 까미 탐방후기>

 

오만은 오물보다 추하다

작성자 : 이연주

 

분주한 아침이었습니다. 전날밤 몸살을 겪고 난 후 무거워진 몸으로 가족들을 추스르고, 집 앞까지 와준 이수진 회장님 차에 몸을 실어 집합장소로 달려갔습니다. 뚜레주르 제과에서 협찬 해 주신 빵상자를 싣고 트렁크가 가득해진 차에 나누어 타고 다시 목적지로 출발! 다들 두 손 무겁게 협찬물건을 가지고 오신 터라 두 손이 가벼웠던 저는 송구함에 후기라도 쓰겠노라 장담을 해버렸습니다.

하지만 마을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린 순간 장담은 후회로 바뀌었습니다. 하루 종일 제 코 끝에 매달린 시궁창냄새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까짓 냄새 때문에 한 끼쯤 입맛이 떨어진들 제 육신에 넘쳐 나는 살들이 덜어질리가 없습니다. 자카르타 버카시 바랏에 위치한 쓰레기 마을은 저의 예상을 보기 좋게 넘겨버렸습니다. 하이타니 겐지로 작가의 동화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에서 쓰레기 속의 파리를 키우는 데쓰조가 사는 모습과 그들의 이야기를 엿보았다고, 그래서 자신있게 그들을 대변할 수 있다고 여겼던 저의 생각이 얼마나 오만으로 가득했던 것인지....... 오물보다 추한 그 오만 때문에 덥석 나섰나 봅니다.

한 발을 내딛는 것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첫 눈에 들어온 것은 바닥이 안보일 정도로 깔려있는 쓰레기와 그 위를 벌떼처럼 날아다니는 파리들이었습니다. 분주히 움직이는 일행들과 달리 아무것도 못하고 주춤거리며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다 정신을 차린 후 눈에 들어 온 것은 아이들의 얼굴과 가지런히 벗어놓은 신발들, 줄 맞춰 앉아 빵을 받는 모습들이 그들의 허름한 옷과 어울리지 않게 단정 했습니다. 눈을 들어 둘러 본 교정도 아이들의 모습을 닮아 허름하지만 예쁘게 정돈된 꽃나무와 잘 어우러져있었습니다.

학교 밖에도 아이들은 있었습니다. 넝마가 가득 쌓인 집도 있었습니다. 한낮의 태양을 피해 안으로 들여온 넝마들이 방을 가득 메우고 부부의 손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들은 아마 재활용 ( 눈엔 쓰레기로만 보였는데.......) 분리 하고 담아야 오늘밤 가족들과 몸을 뉘일 있을것입니다. 판자로 이어 만든 벽과 슬쩍 얹은 듯 한 슬레이트지붕, 마을의 집들은 어슬렁거리며 돌아 다니는 장닭의 털 색깔과 닮아 있었습니다. 마을 공터에서 연을 날리는 아이에게 말을 걸어보려고 입을 연 순간 목에 걸려있던 무엇이 밀려나와 다시 입을 다물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눈앞의 아이가 여울처럼 울렁거리는 것을 참을 수는 없었습니다. 고개를 돌리는 것조차 미안한데, 그들을 동정한다는 것 또한 오만이지 않은가요. 결국 오물은 그 곳이 아닌 저의 마음속에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를 환영하는 아이들의 앙끌롱 연주는 훌륭했습니다. 이방인의 낯선 노래인아리랑만남을 완벽하게 연주하는 그 아이들은 예술가들입니다. 빵을 나눠 줄 때 다투지 않고 나눠주며 가족을 위해 품 안에 들고 가는 아이들은 누구 보다 위대한 박애주의자들입니다. 집에 와서 정리 해보니 사진 속에 아이들이 환히 웃고 있고, 아낙들의 눈빛은 따뜻합니다. 그 웃음과 눈빛이 오늘 밤 저를 잠 못 들게 할 것 같습니다.

 

뚜레쥬르 제과에서 아이들을 위해 선뜻 많은 빵을 협찬해주신 덕분에 탐방이 더욱 풍성해졌습니다. 그리고 함께 하시지는 못했지만 많은분들이 물품을 협찬해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음을 아이들에게 전달하도록 노력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깊은 탐방을 기획해주신 헤리티지 코리아섹션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다시 아이들을 만나 고개를 돌리지 않고 말을 걸어볼 있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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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바라 2025-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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