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SK 소식) Korean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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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Club 하면 이곳 인니에 사는 한국인이면 누구나 관심이 쏠리고 귀가 쫑긋하기 마련이다. 혹시나 무슨 한국인들만의 재미있는 클럽이 아닌가 해서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Korean Club이란 다름아닌 자카르타에 위치한 국제학교 JIS(Jakarta International School)에서 한국학생들만으로 이루어진 동아리 모임이다.
지난 8월, 그러니까 국제학교에선 새 학년이 막 시작된 즈음, 올해 11학년인 둘째는 학교에서 돌아온 어느 날, Korean Club의 임원으로 뽑혔다며 엄마도 많이 협조해줄 것을 막무가내로 통보해 왔다. “아니, 임원이 되었으면 네가 된 것인지 엄마가 할 일이 뭐가 있다고……”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이고 또 대학 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다 보니 공부를 그다지 파고들지 않는 둘째와는 부드러운 대화가 이어지질 않고 있었다.
대수롭지 않은 듯이 아이의 이야기에 대꾸를 하면서도 한편으론 신기하고 대견한 마음이 앞선다. 나는 평소에 국제학교만의 다양한 커리큘럼이라든지 방과 후 여러 동아리 활동 등이 고교시절을 보내는 아들의 정서문화에 유익하다는 생각을 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으로 아들이 활동하는 Korean Club을 도와 간식 봉사를 하게 되면서 감동의 이야기 하나를 건졌으니 어쨌든 아들 덕에 쏠쏠한 수확을 얻은 셈이다. 약 20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Korean Club은 매년 JIS에서 주최하는 UN Day 행사에 열정적인 참여로 인해 학교측의 지대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Korean Club은 JIS 내에서도 한국인이라는 자부심과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하고 한국문화를 이해하며 결속력을 다지기 위한 클럽으로 9학년에서부터 12학년까지 한국학생들로 구성되어 있다.
매년 한국학생들의 투표로 선출되는 4명의 임원들과 코리안 언어 코스를 담당하시는 유일한 한국인 선생님 한 분이 Korean Club을 이끌어 가는 중심 추 역할을 한다. 해마다 UN 기념일 행사에서 한국인만의 독특한 공연을 선보여야 하기 때문에 임원들과 코리안 선생님, 그리고 임원 어머니들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공연 아이템을 선정해서, 연습일정을 잡는다.두 달에 걸친 연습기간 동안 학생들의 안전 및 질서, 그리고 간식을 위한 봉사를 담당하는 일 또한 임원 어머니들의 몫이다. 올해는 고민 끝에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국기인 태권도 시범을 하기로 결정을 내렸고 뜻이 모아짐과 동시에 참여할 학생들의 인원을 파악 하고 지도를 담당할 태권도 사범을 정하는 일, 그리고 5분 이내에 태권도의 핵심동작만을 극적으로 보여줘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었다.
그런데 정말 하늘이 도왔음일까, Korean Club을 위해 결정적인 인연이 다가와 주었다. KOICA 국가 봉사단원 소속으로 나와있던 경희 대학교 태권도사범 3명이 Korean Club 학생들을 위해서 기꺼이 봉사해 주기로 섭외가 되었다. KOICA 태권도사범들은 42명의 참여 학생들과 더불어 태권도 연습을 시작하면서 UN Day를 빛낼 추억 쌓기에 돌입했다.
20대의 한국 청년들이었기에 고국의 동생들과도 같은 Korean Club 학생들과는 본질적으로 통하는 뜨겁고 끈끈한 그 무엇이 있었다.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아름다운 만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태권도를 접해 보지 못한 여학생들이 동작을 잘 따라 하지 못해 걱정을 했는데, 사범들의 세심하면서도 성실한 지도로 모두들 멋지고 씩씩하게 동작이 나와 주었다.
사범들은 동영상을 제작해서 각자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혼자서도 동작을 익힐 수 있도록 마음과 열정을 다 했다. 하루하루 태권도 동작 중 단체 기본동작부터 고난도 격파 동작까지 완성되어 나가는 과정을 지켜 보면서 역시 우리의 국기, 태권도가 지니고 있는 위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을 대표하는태권도 이기에 동작 하나하나 신중함이 묻어 있었고 짧은 시간 이지만 한국의 저력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사범들과 Korean Club 학생들의 마음이 하나가 되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머라피 화산의 폭발로 격파용 송판이 50장밖에 구해지지 않아 스티로폴을 구해 연습 하며 본 공연 때 송판이 깨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던 기억들도 재미있는 에피소드 중 하나다.
드디어 기다리던 UN기념일인 11월 24일이 되었다. 모두들 재깍재깍 시계추처럼 다가오는 긴장감에 휩싸였다. 프로그램 일정상 코리안 클럽이 맨 첫 번째 순서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각 나라의 학부모들이 초청된 저녁 6시에 맞추어 Korean Club은 수업을 끝낸 오후 3시부터 온몸이 땀에 젖는 것도 잊은 채 마지막 연습에 몰입했고, 봉사하는 어머니들도 도시락을 준비해 체력도 단단히 비축을 했다.
드디어 미국인 교장 선생님이 개막을 선포함과 동시에 각 나라의 국기 입장식에서 태극기가 입장이 될 때는 한국학생들의 우렁찬 박수 소리에 저절로 눈시울이 뜨거웠다. 사회자가 코리안 클럽에 대한 소개를 마치자, 대기하고 있던 Korean Club 학생들은 흰색의 태권도복과 검은띠로 단정히 정렬한 채 회장의 힘찬 구령소리와 함께 멋지게 입장을 하였다.
음악에 맞추어 단체 동작을 시작으로 부분별 격파 동작 순서가 되었다. 각자 연습한 대로 세 그룹으로 나뉘어 손으로 내려 치는 수직격파는 남학생들은 물론 여학생들도 송판을 그 자리에서 박살을 내었다.관중석에서 송판이 깨어질 때마다터져 나오는 학부모들의 박수소리는 장내가 떠나갈 듯 환호가 대단했다.
제 2, 제 3그룹의 돌려차기, 뛰어앞차기, 옆차기, 뒤차기 등도 송판으로는 처음 하는 격파인데도 모두가 힘있는 동작으로 멋지게 격파를 이루어냈을 때의 그 감동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피날레 동작까지 각자의 우렁찬 기합 소리와 함께 완벽하고 씩씩하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관중석에서 지켜보면서 그 동안 함께 봉사했던 어머니들과 끝내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그것은 어쩌면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낸 기쁨과 같은 감동의 눈물이랄까? 촉박했던 연습시간, 외국학교에서 그것도 전혀 한국의 태권도를 접해볼 기회가 없었던 한국학생들이 대부분이었기에 그러했으리라.
Korean Club은 UN Day 이틀에 걸쳐서 공연을 선보였고 두 번의 공연을 모두 멋지고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었다. 태권도 순서가 모두 끝난 후, KOICA 태권도 사범들과 서로 부둥켜안고 감격의 순간을 나누었음은 물론이다. Korean Club 교실에서 임원들과 참가학생들은 사범들을 위해 준비한 선물인 메모 글과 캐릭터를 전달하며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면서 아쉽고 서운한 작별의 시간을 가졌다.
“남자의 자격”이라는 TV 프로에서 박칼린씨가 지휘하는 합창단이 시청자들의 감동과 열렬한 환호를 받은 적이 있다. 그것은 단원들과 지휘자가 함께했던 연습기간 동안 마음과 느낌이 진정으로 하나되어 멋진 결과를 이루어 냈기 때문이었다. 외국에서 한국인 고등학생들과 KOICA 청년 태권도 사범들과의 만남, 그들이 이루어 낸 이 멋진 감동도 아마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서로가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새롭게 다진 UN 기념일의 멋진 태권도 공연, 오래오래 그들의 가슴속엔 우리는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이 흔들리지 않는 이정표가 되어줄 것임에 틀림없다. 따뜻한 정을 함께 나누었던 Korean Club과의 추억도 영원히 함께할 것이다. 어느 나라에서 학교를 다녀도 마음은 고국을 향해 있고 한마음으로 뭉칠 수 있었던 소중한 체험이 되었음을 확신한다.
Korean Club 학생들에게 국가에 대한 사랑을 태권도를 통해 단결과 화합으로 표현할 수 있었던 뜨거운 경험을 안겨 주었고 기꺼이 마음을 다해 태권도 지도로 봉사해준 KOICA 태권도 사범들과 그 관계자 여러분들께 이 지면을 빌어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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