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많은 SPH 12학년생들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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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와 다름없는 점심시간, Lippo Village에 위치한 Sekolah Pelita Harapan International (이하 SPH) 캠퍼스 전체에 우레와 같은 함성이 퍼졌습니다.
지난 11월 5일 Bahasa Indonesia A1(IB 언어 선택과목 중 하나) 12학년 학생들은 자신들이 직접 기획, 제작 그리고 연출을 한 연극을 전교생들에게 선보였습니다. 매년 이맘때 열리는 연극은 개교한지 20년도 채 안 되는 SPH가 손에 꼽을 수 있는 전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희 학교는 매년 11월을 Bulan Bahasa로 지정하고, 군도로 이루어진 인도네시아 각 지역의 전통문화, 즉 지역별 민속 춤, 음식 그리고 의상들을 판매 또는 전시합니다. 행사 마지막 날에 열리는 12학년 주도의 연극은 백미 중의 백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금년 참가자들은 12학년생 Elizabeth Ho라는 학생이 기획한 ‘Orpheus (오르페우스)’라는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두 달여의 피나는 연습 끝에 막을 올린 ‘오르페우스’는 부모님의 과도한 자식 사랑이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 연극입니다. 부유한 중국계 인도네시아 가정에서 태어난 남자 주인공 오르페우스는 자신의 친누이를 잃은 후 상실감에 빠져 자신의 삶조차 지탱하지 못하게 됩니다.
부모님은 오히려 이 위기를 기회삼아 자신들이 원하던 방향으로 오르페우스의 삶을 이끌어갈려고 했고, 이 도중, 오르페우스는 심한 절망감에 빠져 한밤중 가출을 하게 됩니다. 휴식을 취하기 위해 잠시 들린 카페는 남주인공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습니다. 바로 죽은 줄로만 알았던 자신의 누이를 맞닥트린 것입니다. 누이는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한 인도네시아 현지인과 행복한 시간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오르페우스의 부모님은 그의 누나가 부모의 완강한 반대를 뿌리치고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남자와 백년가약을 맺자, 오르페우스에게 자살이라는 끔직하고 거짓된 소식을 전했던 것입니다. 더 이상 자신들이 딸의 삶에 관여할 수 없게 되자, 부모님은 오르페우스의 삶을 그들의 뜻대로 바꾸려고 했던 것입니다. 이야기는 부모, 오르페우스 그리고 누나 내외를 포함한 모든 배역의 재회를 기점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애매모호하게 끝을 맺습니다.
부모님들은 자녀들에게 관심이 많습니다. 어찌 보면, 이는 당연한 말이지요. 부모 없이는 그의 자녀 또한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급격하게 개인주의화되는 사회의 무서움과 위험성을 알기에 부모님들은 더욱더 자녀들의 삶에 관여하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마치 맹수가 들끓는 초원 한복판에 내던져진 연약한 한 마리의 어린 가젤을 필사적으로 보호하려는 어미 가젤의 마음과 같이 말이지요. 하지만, 지나친 관심은 한 가정의 사랑받는 아들로서 볼 때 자녀에게 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나날이 어려워져만 가는 대학입시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어떤 학생들은 자신의 진학과 진로를 스스로 결정하지 않고 부모님께 맡기기도 합니다. 과연 이러한 부모님에 의한 결정이 학생의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해줄까요? ‘오르페우스’는 이 사회적 풍토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할 기회를 관객들에게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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