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KS 소식-모국방문 연수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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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학년 노진수
모국 방문연수를 위한 귀국 길. 기대감에 나는 들떠 있었다. 더군다나 11년만의 고국 방문이라 내 나라 한
국은 어떤 모습으로 나를 맞이하게 될까 설레는 마음에, 최근 며칠 이것저것 준비한다고 몸은 피곤해 있었는데도 잠은 오지 않았다. 새벽 3시경에 겨우 잠이 들었나 싶었는데 비행기가 인천 공항에 착륙하고 있었다.
나는나의 눈을 의심했다. 여기가 한국인가? 한국이라는 것을 깨닫기 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7월 11일 숙소로 가는 중, 간판은 왜 그렇게 많은지 정신이 사나을 정도로 낯선 풍경이었다. 간판 숲을 지나 내가 머물게 될 경희 대학교 외국인 기숙사를 찾았다. 기숙사 카페에서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엄청나게 빠른 속도에 나는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나는 내 방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한국과는 대조적으로 너무나 느린 속도에적응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나한테 한국은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그것도 당연 것이, 다섯 살 때 한국을 떠난 이후 이번이 첫 방문이기 때문이다.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 데는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지하철도 처음 타본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본적이없다. 따라서 운전수 없이는 외출이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하고 산다. 현지인들도 자가용이나 Ojek(오젝)이라고 하여 오토바이를 주로 이용한다.
한국처럼 대중교통 수단이 다양하게 발달되어 있지 않고, 가까운 거리라 하더라도 자유롭게 걸어 다닐 수 있게 도로가 설계되어 있지도 않다. 한국에서 맛볼수 있었던 재미 중의 하나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마음껏 걸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서울을 벗어난 버스가 경주에 도착했다. 신라의 유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경주 박물관과 불국사의 정교함, 석굴암의 아름다움, 에밀레종의 전설……. 발길 닫는 곳마다 모두 다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내가 가장 감명 깊게 본 것은 첨성대였다. 첨성대는 고대 신라 시대 때 선덕 여왕이 별을 관측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었다고 하는데 궁금한 것은 단지 별을 관측 한다고 알려졌을 뿐 실제 사용법은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사용법만 안다면 확실하게 첨성대가 아시아 최초의 천체 관측기라고 얘기할 수 있을 텐데 아쉬웠다. 나는 고고학 이나 역사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다. 그 때 나의 과제로 남겨두기로 하고 아쉬움을 달래본다. 박물관과 문화재를 돌아보고 디지털 문화 체험을 통해 우리나라의 역사와 더 친근해 질 수있었고 우리 문화에 대한 긍지도 갖게 되었다. 세종대왕의 업적을 한 눈에 이해할 수 있었던 세종대왕 기념관도 기억에 남는다.
그 외에도 기억에 남는 곳이 경희대이다. 경희대에는 많은 서양식 건물이 있었는데, 경희대를 대표하는 평화의 전당은 프랑스의 랭스 대성당과 닮았으나 규모는 비교적 작았다. 하 지만 내부에 들어가 보니 실속 있는 설계로 4,500석을 갖춘 넓은 공연장도 있고, 훌륭한 무대와 조명 시설을 갖추고 있어서 당장이라도 바로 연극이나 공연을 할 듯한 분위기였다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연극 난타 공연이다.
난타란 일종의 뮤지컬인데 기존 뮤지컬과는 다르게 요리 도구로 요리하며 소리를 내고 그 소리가 어우러져 멋진 퍼포먼스를 연출해 낸다.
개봉 당시에 인파가 몰려 극장 유리창이 깨질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요리와 음악이 서로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역동적인 분위기와 재미, 기발한 아이디어가 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난타 공연을 보는 동안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모두 다 풀어놓을 수 있었다. 공연을 하는 사람들과 공연을 보고 있는 관중이 하나가 될 수 있는 특별하면서도 유쾌한 경험이었다.
이번 연수에서는 눈으로 보는 것뿐만이 아니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았다.
경주에서의 신라 문화 체험은 우리나라 옛 역사에 대한 친근감을 보다 크게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연수 기간 동안 홈스테이를 하면서 가사도우미없이 생활해야 하는 한국 생활이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생활과는 많이 다름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보람 있었던 경험은 조금 우스울 수 있으나 기숙사에서 세탁이나 옷 건조등을 직접 경험한 것이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가사도우미가세탁이나 방 청소 등을 다 해주기 때문에 우리 손으로 직접 세탁을 하거나 방청소를 하는 일이 없다. 한국에서의 기숙사 생활은 모든 것을 직접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처음에는 어설프고 힘들었지만 점점 익숙해져가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감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편안하게 살아온 것에 대하여, 그리고 내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준 것에 대하여.
세상에는 정말 많은 것이 있고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생명들은 그 많은 것을 느끼며 성숙해간다. 이번 6박 7일 연수를 통해 세상에는 배울 것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百聞不如一見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연수기간 동안 내가 실제로 본 한국은 내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한여름의 후덥지근함과 답답한 한국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모든 면에서 한국은 앞서가고 있었고 자유롭고 편리했다. 나는 평소 부정적인 편이다. 특히 연수라는 단어가 주는 선입견 때문인지 솔직히 이번 고국 방문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고국연수는 나에게 내 나라 한국에 대한 잊을 수 없는 멋진 추억과함께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과 자세를 갖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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