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해리티지 탐방기 <이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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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onesian Heritage Society
Korean Section
제9차헤리티지탐방 국립공원할리문산에오르며
IHS회장 이수진
인도네시아 헤리티지 소사이어티(헤리티지)
에서 산행을 하기로 하고 좋은 장소를 물색하던 중에 산악회가 등산을 자주 다닌다는 것을알고, 산악회에 쉽고 초보자
가 갈수 있는 산을 찾아달라고 요청을 했다. 이때 조건은 햇빛이 별로없고 산이 시원해야 하고 등산코스가 어렵지 않고
가는데 차가 막히지 않는 것이었다. 산악회의 임원들이 위의 조건에 합당한 산을 고심 끝에 골라낸 산이 바로 할리문 산
이었다.
산악회의 도움을 받아 간 국립 공원 할리문은 정말햇빛이 없이 아름드리 거대한 나무가 많아 등산로를 우거진 수풀이 덮
어주어 시원했다. 산 입구까지차를 타고 가게 되어 있었는데 그곳이 이미 산 중턱이어서 울창한 산세가 엄청나게 거대하
고 느껴질정도로 산세가 깊었다. 주위를 둘러봐도 산 밖에없는 산속의 산이었다. 공기가 아주 맑고 좋았다.
탐방 당일 아침, 국립공원 할리문 입구가 동문과서문 두 개로 나누어져 있어서 두 팀은 서로 다른 입구에서 한참(?) 기다
리기도 했고 결국 동문에서가까운 Curug Ngumpet 산행 시작 기점에서 만났다. 엄청 많은 분들이 알록달록 이쁜 등산복
장을 하고 모여 들었다. 산행 참가자는 총 29명이었다.
헤리티지에서 미리 만들어간 길 찾는 법과 할리문 산에 관한 글이 쓰인 안내책자를 나눠주고 평지에 모여 5분간 스트레
칭을 했다. 너무나 어색하고 쑥스러운 자리였지만 그래도 몸을 푸는 것이산행 초보자인 헤리티지 회원들에게 최선의 방
책이라고 생각되어 일부러 산행 전 준비운동을 하기로 했다. 다들 싫은 내색을 안 하고 빙둘러서서 같이 열심히 몸풀기
운동을 해서 좋았다. 산에 올라가기 전에 준비해 간 초콜렛도 하나씩 나눠드리고온천에 가서 삶아먹을 계란도 짐이 될까
봐 미리서로 나눠 들기를 청하였다.
산을 올라가면서 산대장님을 중심으로 앞장서서나아가는 선발대가 먼저 출발을 하고 나는 후발대를 자청했다. 내가 후
발대를 자청한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몇 달 전에 어떤 산을 가면서 산을 타는가장 좋은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산을
잘 못 오르는 어떤 친한 분과 동행하였을 때 아주 색다른 체험을 했다. 나는 그 산을 10번 정도 가보았는데그때마다 나
의 특유 과시법으로 속도를 내서 빠르게 산을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문제는 산행 다음날이었다. 늘 다리가 많이 당기고
근육이 완전히 뭉치고 딱딱하게 되어 다음날은 다리를 잘 움직이지 못했다. 산에 갔다 왔으니 의례히 늘 그런 줄로알았
다. 너무 급하고 빠르게 올라가서 근육이 아팠던 것인 줄은 전혀 몰랐다.
어느 날 친한 언니가 동행을 요청하면서 산행을잘 못하니 천천히 가자고 하여 조금 천천히 걸었다.
그 산행 다음날은 다리가 전혀 안아프고 평소때와 같았다. 전혀 산에 다녀온 것 같지 않았다. 참이상하다고 생각될 정도
였다. 그 때 산행을 하면급하게 걸어서 다리 근육에 아주 무리가 되서 결국 다리가 아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산을 가
면급하게 걷거나 일부러 빠른 걸음을 즐기곤 하던그런 버릇을 싹 고치게 되었다. 그 이후 산을 가면가급적 무리하지 않
고 적당히 천천히 걷는 편이다. 그래야만이 그 다음날 다리근육이 댕기지 않고 많이 아프지 않다. 산행의 후유증을 최소
화하는 법이었던 것이다.
인도네시아에 오래 살면서도 산에 오른 적이 별로 없어서 이번 등반은 아주 뜻깊은 행사였고 산에 가면 분화구와 온천
이 있다고 해서 큰 궁금증을 안고 출발하였다.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는 길이 포장되어 있지 않아서 아주 험했다. 아직도 비가 자주 오는 때라 그런지 물도 많고 돌도 아
주 미끄러웠다. 등산로는 양쪽으로 울창한 나무가 그늘을 만드니,햇빛이 없고 그늘로 계속 가려져 있어서 물에 젖어 있
었다. 산은 더운 기운이 없고 참 시원했다. 산속에서 걷기에는 참 안성맞춤의 날씨였다. 파란 하늘에 날씨가 쾌청했다.
우리가 출발한 등산로 입구는900미터 정도 높이에 있고, 그 위치에서 산행을 시작해서 최고봉은 1929m 이지만 1500m
정도에 위치해있는 까와라뚜 (Kawah Ratu, Queen Crater )를 우리의 최종 목적지로 하였다. 산을 두 시간 정도 올라가
서보니 산 위에 희한한 풍경이 펼쳐졌다. 계곡에 쌀뜨물처럼 뿌연 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노란 유황천 이 흐르고 있었고
나무가 줄기 채 뽑혀서 여기저기뒹굴고 있었다. 뜨거운 화산 불에 덴 돌과 나무 자국이 아직도 여기저기 남아있었다. 푸
르고 울창한등산길에 비하면 대조적이었다.
어느새 우리가 구멍이 뚫린 거대한 화산석위에 서있었다. 화산은 실제 어떤 형태로든 폭발하다가 멈춘 모양이었다. 위력
이 크지 않아 화산재가 그리멀리까지 퍼지지 않았던 것 같다. 화산석으로 덮인 데를 지나 고개를 하나 넘어가니 넓게 화
산석으로 뒤덮인 곳이 나왔는데 연기가 올라가는 모습이 멀리서 보니 아주 장관이었다. 가까이 가보니 계곡 아래에서 사
람들이 온천욕을 하고 있었다.
우리 일행들도 선발대는 벌써 발을 물에 담그고 있었다. 하얀 김이 모락 모락 피어올라서 멀리서 얼 굴이 잘 안보일 정도
로 뿌옇게 흐렸다. 돌과 바위틈에서 쉴새 없이 김이 피어 올랐다. 바위 위에 앉 으니 바위 표면이 따끈 따끈했고 어디선
가 김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참 신비롭고 멋있는 경치가 산 중턱에서 나오자 모두들 눈이 휘둥그레져서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산 계곡에서 옥색의 강물이 흐르고 있었는데 참으로 빛깔이 곱고 아름다웠다. 뜨거운 물 뿐 만 아니라 찬물이 퐁
퐁 솟아오르는 옹달샘도 있었다.
20분정도 휴식을 취하고 나서 점심 시간이 되었다. 우리는 싸가지고 온 도시락을 꺼내서 먹기 시 작했다. 다들 맛있는
걸 많이 싸와서 나누는 모습이 아주 보기에 좋았다.
점심을 먹자마자 하산을 시작했다. 산에서 위로올라가는 뜨거운 김과 공기 때문에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고 언
제든지 비가 쏟아질 것만같았다. 멀리서 파란 하늘이 있는 게 보였지만 바로 위의 하늘은 엄청 짙은 먹구름이었다. 산이
워낙 높은데다 바로 온천에서 나오는 뜨거운 물과공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서둘러 하산을 시작했다. 내려오는 길은 올라가는 길보다 약간 더 쉬웠다. 눈에 익은 구멍 난바위들을 뒤로 하고
다시 푸르른 산으로 들어갔다.
내려오면서 길을 잘 모르는 사람은 길을 헤맬 정도로 갈림 길에 아무런 표시도 되어있지 않았다.
다리가 약간 후들거렸지만 조금도 서두르지 않고 제속도를 유지하면서 천천히 내려왔다. 계곡을 지날 때마다 시원한 바
람이 계곡으로 불어와서 시원했다. 계곡물이 너무나 깨끗하고 차가워서 손을 담가 씻으면 산행의 피로를 말끔히 가시게
해주었다. 나무를 바라보고 산에 집중을 하며 걸었더니 도시 생 활의 스트레스가 다 풀리는 기분이었다. 단 하루의산 속
의 여정이었는데, 몇 일 동안 산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산이 주는 효과가 그만큼 큰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하산
하기가 참 아쉬워서 좀더 쉬면서 천천히 내려왔다.
아주 멋있는 산이고 화산 때문에 신기하고 독특한곳이었다.
(2013년 4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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