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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행복에세이 <서미숙> /어머니의 다듬이 소리

8,751 2012.09.06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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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다듬이 소리


서 미 숙 / 수필가 gaeunsuh@hanmail.net

어디선가 다듬이소리가 들린다.“또닥 또닥 딱딱따다닥!”일정한 리듬이 때로는 높게 때로는 낮게

고요한 새벽을 깨우고 있다. 도심의 아파트숲에서이 시각 어떻게 저런 소리가 날까? 의아하고 신기

함으로 머리를 어지럽히던 잠이 싹 가시며 슬며시 일어나 소리가 나는 곳으로 귀를 세웠다. 순간

그 소리는 뚝 멈춰지고 사방은 다시 고요 속에 묻혀버린다. 분명 환청은 아니었는데…… 꿈속의 소

리가 나를 현실로 깨우는 소리였다. 분명 생생하게 내 귓가에 들렸는데, 그렇게 연신 되풀이하면

서 머리 속은 온통 내 어머니의 다듬이소리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머니는 그 당시에 일본 유학까지 다녀오셨고 보기 드물게 인텔리 교육을 받고 시집을 오신 터였

다. 오랫동안 학교에 재직을 하셨는데 직장생활을하는 어머니와 그로 인해 살림을 도맡아하셨던 할

머니와는 늘 보이지 않는 갈등을 빚으셨다.피곤한 몸을 이끌고 학교에서 돌아오신 후 괜한

할머니의 불만이 터질 때마다 어머니는 묵묵히 빈방에 들어가셔서 다듬이질을했다. 모아 놓은 빨래

를 다듬으면서 어머니의 마음도 같이 다듬었다. 그랬기에 어머니는 다듬잇돌과 다듬이방망이를

무척이나 아꼈다. 볼품은 없지만 매끈하게 다듬어진 길쭉한 돌과 윤기가 자르르 도는 불그스레

한 나무방망이는 학교와 집안 살림을 병행했던 힘겨운 어머니의 삶을 다스리는 마음의 악기였는지

도 모른다.

 

나는 어머니께서 안 계신 시간이면 어머니가 혼자빨래를 다듬으시던 빈방에 들어가 매끈한 다듬잇

돌에 맨발로 올라가‘폴짝폴짝’뛰어보곤 했다.어머니의 마음처럼 촉감이 부드럽게 다가왔다. 그

때마다 어린 마음에도 여자로서 어머니의 고된 심정을 어렴풋이 헤아릴 수 있었던 것 같다. 할머니께

서 모아 놓으신 풀 먹인 이불호청을 잘 접어서 반듯하게 다듬이돌 위에 올려 놓고 일정한 리듬으로 방

망이질을 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참 보기가 좋았다.

‘또닥또닥’거리는 그 소리는 분명 내게는 어머니가 들려 주시던 자장가 소리와도 흡사했다. 다

듬이질을 하는 어머니 옆에서 하루 종일 있었던일을 쫑알거리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그러다

가 어머니 옆에서 곧잘 잠이 들기도 했다.

 

어머니의 다듬이 소리는 매번 달랐는데, 다듬이질을 시작하면 마치 악기를 연주하듯 춤을 추듯어

머니의 모습은 편안하게 보였고 미소를 머금은 듯한 어머니의 표정에서 안도와 평온을 느낄 수가

있었다. 할머니에 대한 원망과 이해, 가족에 대한걱정과 근심을 한꺼번에 날려버리려는 어머니의

애달픈 몸짓이었다. 살림 신경 쓰랴, 학교 출근 하랴,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엄격한 할머니, 그리고

자식들을 보살피는 어머니의 고단한 심신이 그렇게 다듬이질 속에는 고스란히 담겨 있었고 식구들

의 행복과 평온함을 비는 어머니의 염원까지도 모두 들어 있었으리라.

 

사람은 누구나 떠나와 살게 되면 그리움의 열병을앓는가보다. 더욱이 감성적이고 정이 많은 성격인

나는 유난히 그러하다. 내 고향의 풍요로운 들판에비해 때때로 낯설게만 느껴지는 타국의 산야는 열

기에 지친 초목조차 애잔하게 느껴지고 고국의 하늘을 바라보는 내 모습도 때때로 처연하게 느껴진

다. 따뜻한 남쪽나라이건만, 내 고향의 가을이 나비춤을 추며 내 시야로 날아들 것만 같다. 열대의 태

양은 여전히 눈부신데 고향 정취의 서정이 이상하리만큼 내 마음을 사로 잡는 날, 어머니에 대한 그

리움과 아득한 고향의 향수로 이끌려간다. 내 전원교향곡을 놓칠세라 서둘러 어머니의 다듬이 소리

도 귓전에 불러 모은다. 오랫동안 그리웠던 소리,답답하고 막혔던 숨이 한꺼번에 트이는 느낌이다.

 

“또닥 또닥 딱딱 따다닥”간격과 높낮이를 조정하며 두드렸던 다듬이소리는 한국의 정서를 송두

리째 담은 멋과 운치가 스며있는 참 아름다운 우리의 가락이다. 우리 민족이면 누구나 정겹고 친

숙하게 귀에 익은 소리, 평온하고 차분함이 전제되어야 하는 다듬이질은 화나 근심이나 미움을 모

두 내려놓게 한다. 마음을 다른 곳에 두거나 정성을 쏟지 않으면 방망이는 옷감을 빗나가 돌을 맞

추게 되고 박자가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내 어머니의 다듬이질이나 시집와서 보았던 틈만나면 제기를 닦고 문지르시던 시어머니처럼 나도

내 마음을 달래줄 그 무언가가 절실했던 것 같다.그래서일까? 시대가 바뀐 지금은 다듬이질처럼

악기를 두드리며 마음의 여정을 달래는 사람이 부럽기도 하다. 가끔씩은 허전하기도 하고 마음이

흔들리는 우리의 삶 속에서 마음을 붙잡고 보듬어줄 무언가가 필요할 때가 있다. 그것으로 인해 마

음이 평정이 되고 우리 삶의 균형이 다듬어 질 수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내 친정 어머니에게 다듬잇돌과 다듬이방망이는단순한 가제도구는 아니었다. 어머니의 희로애락

인생을 지탱해 주고 함께했던 동반자였다. 가족들을 위해 스스로의 인생을 슬기롭게 조율하시고 희

생과 정성을 다하셨던 어머니, 그 시대 어머니상의 좋은 본보기가 되었던 내 어머니가 한없이 자

랑스럽다. 어머니의 한과 쌓인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준 튼튼한 버팀목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던

다듬잇돌이야말로 내 어머니와 또 그 시대의 많은어머니들에게 신주단지 대접을 받아 마땅하다.

잘 조화된 다듬이소리는 참 청아하다. 그 소리에서 얼룩지고 응어리진 감정을 순화시킨다. 어쩌면

예술이 지닌 순수하고 아름다운 숨겨진 끼를 발견하는 것만 같다. 갈등도 불화도 모두 포용하고 보

듬을 줄 아는 사랑도 배운다. 불행도 아픔도 몰아내는 기쁨을 맛보기도 한다. 어쩌면 늘 부딪치며

살아가야 하는 우리네 인생사와 닮아있다.

 

지금도 멀리서 낯익은 고향의 소리가 들려온다.

무더웠던 여름날의 열기로 잘 익어가는 가을의 햇살처럼 따사로운 어머니의 숨결과 함께 또닥또닥

주름진 삶을 다듬는 다듬이소리가 내 귓전에 들려 오는 듯 하다. 가끔은 다듬잇돌을 베개 삼아 누

워 낮잠이라도 청하면 그 속에 숨어 있을 정겨운소리가 아스라히 전해져 올 것만 같다. 그리고 그

소리는 변함없이 내 가슴속에 고즈넉한 그리움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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