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호 트럼프는 보호무역주의자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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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해창(신한은행)
지난 3월 초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자신의 SNS에서 미국이 대부분 나라와의 무역에서 수십억 달러씩 손해 보고 있다는 것을 언급하며, 자신이 촉발시킨 ‘무역 전쟁’의 정당성을 피력했다. 그가 미국 수입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해 각 25% 및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언급 한 이후 각 국은 물론 미국 내에서 조차 무역전쟁 대한 우려가 터져나오자 통상정책에 대한 단순한 그의 가치관을 여과없이 드러낸 것이다.
더우기 그는 이번 조처 시 적국의 철강으로 미국의 무기를 만드는 상황을 언급하며 과거 냉전 시대였던 1960년대에 입안 된 무역확대법 232조(당초 전쟁무기를 염두에 둔 조항)를 적용 했다. 그러나 작년에 대미 철강 수출 1~4위를 차지한 캐나다.브라질.한국.멕시코는 절대 미국의 적국이 아닌 NAFTA 회원국이거나 동맹국이며, 그나마 적국으로 간주될 수 도 있는 중국의 대미 철강 수출 비중은 5% 이하로 떨어진 지 이미 오래된 것을 감안 할 때 그 의 주장이 얼마나 억지스러운 지를 알 수 있다. 따라서 금번 조치는 아마도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조항을 이미 세탁기와 태양광 부분에 써버렸기 때문에 다른 설득논리를 찾기 위해 꺼내든 궁여지책일 뿐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트럼프가 당선 이후 지속적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들고 나온 배경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무역수지 부분을 제외한 서비스 부문은 미국이 큰 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무역협정 이후 한국의 미국에 대한 투자가 늘어났다는 사실은 받아들이지도 또 이해하려 하지도 않는 듯 하다. 때문에 동맹국인 한국과의 관계를 고려해야한다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발동을 강행한 이유가 관련 자국기업의 매출이 감소 했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계산법에 근거한 것이라는 것에 대해 특별히 놀랄 필요도 느끼지 못한다.
그렇다면 과연, 도널드 트럼프 그는 진정한 보호무역주의자 인가? 사실 이 질문에는 시원스러운 답을 할 수가 없다. 트럼프 정부는 연초 다보스 포럼 및 미국.호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 이후 사실상 폐기를 선언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재가입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자신의 주요 대선 공약이자 대통령 취임 후 첫 행정명령으로 TPP 탈퇴를 선언했던 그가 TPP 가입국들과 새 협정을 맺겠다는 것은 이해 하기 힘든 대목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조치들이 보호무역이라는 본인의 철학에 근거한 것이 아닌 자국에 손해가 되면 무조건 폐기하자고 주장하고 또 이익이 된다면 자유무역을 주장할 수도 있는 그냥 떼쓰기에 지나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염두해 보면 그의 행보를 쉽게 이해 할 수도 또 어렵지 않게 향후 행보를 예측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 확실한 점은 세계 경제질서의 수호자 및 국제사회에서 리더십을 지키겠다는 기존 미국의 가치는 적어도 트럼프 사전에는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동맹국과의 관계나 오랜 외교적 우애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변의 우려 또한 그에게는 한낱 공염불에 불과한 것이다.
한편, 인도네시아 정부 또한 금번 트럼프 조치에대해 언짢아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사실 인도네시아의 경우 대미 철강 수출액이 전체 철강 수출의 1% 미만인 만큼 트럼프가 주장하는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 관세는 현지 철강 생산자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기는 하나 금번 조치가 현실화 될 경우 미국 시장을 겨냥한 중국 철강 수출이 인도네시아 시장에 범람 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염두해 두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인도네시아의 대미 수출액은 2017년 기준 약 170억불로 이는 전체 수출액의 11%에 해당하는 등 미국은 인도네시아의 두번째 수출시장이며 전년도에는 93억불의 무역흑자를 기록한 바 있다. 따라서 수출감소를 우려하는 인도네시아 정부는 트럼프의 이번 조치에 대해 세계각국의 반응을 좀 더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이나 이따금 언론 인터뷰를 통해 무역보복의 가능성을 시사하고는 있다.
스리물리야니 재무장관은 금번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부과 계획에 대해 “트럼프의 보호무역 조치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날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를 저지하기 위한 전세계의 무역보복 촉발을 우려하였으며 유숩깔라(Jusuf Kalla) 부통령은 “우리가 원유 팜 오일을 미국에 수입하는 것을 방해한다면 콩과 옥수수 뿐만 아니라 항공기 수입까지 줄일 수있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미국이 인도네시아 수출 농산물에 대한 관세 인상 계획을 수립 할 경우 양국간의 잠재적 무역 전쟁이 본격화 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사실, 역사적으로,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 조치는 이번만이 아니다. 1970년대 이래 미국의 역대 대통령은 누구나 미국 철강산업을 위한 보호무역조치를 발표했으며, 특히 2002년 부시 대통령은 철강 산업을‘세이프 가드’한다는 명분으로 8~30%의 관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EU,중국,일본 등이 WTO에 제소하면서 공조를 통한 강력한 보복조치를 예고하였으며 결국 2년이 채 되지 않아 부시 대통령은 WTO와 주요국들의 공조에 굴복하고 말았다. 이후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해당 세이프가드 조치는 결국 미국이 목표로 했던 미국 철강산업의 구조조정은 이루지 못했고 오히려 여타 미국 산업과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결론적으로, 트럼프의 이번 결정은 중간선거에서 러스트벨트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것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며 그는 그의 정치적 기반 세력의 지지를 다시금 이끌어 내기 위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최고 수준의 압박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EU와 중국은 과거 부시 때의 경험을 거울 삼아 되도록 빠른 WTO의 결정을 요구할 것이며 동시에 경과기간에 대한 피해까지도 보상받으려 할 수 있다. 때문에 전 세계가 과거처럼 성공적으로 공동의 보조를 취한다면 이 게임은 중간선거 이후 선거 결과와 상관 없이 결국 트럼프의 관세 철회로 끝이 날 확률이 높다는 의견에 한표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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