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호 비방은 무례가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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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방은 무례가 키운다
이이의 「격몽요결」 이 칼럼은 과거의 인물이 현대인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가상칼럼입니다. 비방(誹謗)의 사전적 의미가‘남을 헐뜯기 위하여 나쁘게 하는 말’로 정의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매우 부정적 언어임을 알 수 있다.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는 사람이 자신과 뜻을 같이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헐뜯고 비방하는 경우도 있고,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경쟁자를 중상 모락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남을 비방하는 사람은 화를 부르게 되고, 비방을 당하는 상대방도 피해를 보게 된다. 따 라서 비방은 사회를 좀먹고 인간을 황폐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요즘 같이 정보통신이 발달한 사회에서는 온라인에서 많은 소통이 이루어지는데, 그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는 정보를 퍼나르거나 수많은 비방성 댓글(악플)로 인하여 불특정 다수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다. 이러한 비방이 난무하는 것은 우리의 통적인 예(禮)를 모르는데 그 원인이 있다고 하겠다. 예의 근본정신은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존중하는데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을 존중하는 사람은 절대로 남을 비방하지 않는다. 이이 선생은「격몽 요결」을 통해 비방에 대처하는 방법을 일러주고자 했다.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1575년(선조 8)에 조선의 정치상황은 바야흐로‘동서의 당 론(黨論)’이 제기됨으로 인해 혼란을 초래하는 중대한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이때 동인과 서인들은 서로 소인배라 지칭하며 격렬한 비방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나는 당시의 상황을 중재하기 위하여‘양시쌍 비론(兩是雙非論)’으로 양측을 설득하려고 하였습니다. 그 내용인즉 동인들의 주장에도 옳고 그른 것이 있고, 서인들의 주장에도 옳고 그른 것이 있으므로 양측의 그른 것을 버리고 옳은 것만을 선택한다면 정치가 올바른 지향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동인들은 내가 서인들의 후견자라 하고, 서인들은 내가 동인들의 편을 든다며 양측 모두가 심한 비방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나는 할 수 없이 모든 공직을 사퇴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학문에 전념하면서 제자들을 가르쳤습니다. 이때 내가 느낀 바가 있었 기 때문에 비방에 대한 이야기를 써서 『격몽요결』이란 책에 수록하게 된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내가 후학들에게 하고 싶은 말의 요점은‘자신의 수양을 통하여 허물이 없도록 함으로써 남에게 비방의 빌미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수양을 통해 남에게 비방의 빌미를 주지 않는다고 해서 비방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앞 에서 언급한 대로 예(禮)의 근본정신에 따라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존중할 때에 비방은 설자리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내가 살았던 16세기 전통사회의 가치를 기준으로 무한경쟁에 내몰린 21세기 사람 들에게 무조건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존중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남의 비방에 분 노하여 즉각적으로 거칠게 대응하다 낭패를 보는 일이 다반사가 된 현세태에 비추어 볼 때, 남의 비방을 자신을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으며 여유롭게 대처해 보는건 어떨까요? 결국 옳고 그름은 가려지기 마련이며, 비방을 일삼는 사람은 언젠가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글. 여강 구자청(전통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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