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연재기고<신성철> 여수엑스포에 다녀와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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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엑스포 다녀와 보니
2012 여수세계박람회에 다녀왔다. 해양을 주제로 항구도시에서 열리는 이번 박람회는 인류의 해
양문명을 살펴볼 수 있는 동시에 한국 디지털기술과 공연문화 그리고 건축디자인의 현재를 확인하
고 고령화 사회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는 기회도 됐다. 2012 여수엑스포 또는 여수박람회라는 약칭
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번 행사는‘살아있는 바다,숨쉬는 연안’이라는 주제로 지난 5월 12일 개막
해 8월 12일까지 이어진다.
인터넷으로 엑스포 입장권과 KTX 탑승권을 사고, 보고 싶은 전시관을 예약했다. 하루 일정이어
서 아침 일찍 출발했다. 3시간 반 만에 여수엑스포역에 내려서 역사를 나서니 바로 엑스포장 제3
문 앞이다. 미리 예매한 입장권을 보여주고 입장했다. 안내소에서 행사장 안내지도를 받아서 걸어
들어가니 양 옆으로 줄지어선 전시관 사이를 연결한 천정에 디지털 갤러리가 펼쳐졌다. 이어 들어
가는 전시관들은 다양한 스크린을 통해 동영상을상영하면서 각국의 이야기를 보여주었다. 근대 엑
스포에서 총과 종이, 발전기와 비행기 같은 것들이 신상품으로 소개됐다면, 여수엑스포 신상품은
단연 IT 기술과 디지털기기들이라고 해야 할 것같다. 물론 바다와 해양생물 그리고 선박과 해양
장비들은 해양문화의 수준을 가늠하게 해주었다.
세계박람회 또는 엑스포는 일반 무역박람회와는구별되는 것으로 1851년 런던에서 개최된 만국박
람회를 시초로 한다. 엑스포는 각국이 개발한 새로운 과학문명과 기술을 전시하는 장으로써 인류문
명의 교류와 급속한 발전을 촉진시키고 이러한 발전상을 일반대중에게 알리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오늘날의 엑스포는 세계적 규모의 경제/문화 올림픽이 되어 참가국의 종합적인 국가홍보의 장이자
인류의 비전을 제기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국제관 3층에서 내려다 본 엑스포장과 바다는 시원함 그 자체였다. 관람을 하는 동안 햇살은 눈을
뜨기 힘들만큼 따가웠고, 바닷바람은 머리에 쓴 모자를 날릴 수 있을 만큼 강했지만, 광활한 푸른 바
다와 건축물들이 보여주는 현대적인 조형미 그리고 곳곳에서 펼쳐지는 야외공연은 굳이 전시장에
들어가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국제관에서는 인도네시아관을 중심으로 주변에있는 말레이시아, 필리핀, 캄보디아관 등을 둘러보
았다. 상당히 비슷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어서 미리 예약한 한국관을 관
람했다. 전통무용과 디지털영상을 조합해 우리 해양문화를 소개했는데 매력적이었다. 이어 대우조
선해양관에서는 로봇의 발전사와 로봇 축구대회를 관람했다. 입장권 1장당 2곳만 인터넷 예약이
가능했고 나머지는 당일 입장 후 예약할 수 있었으나, 시간의 제약을 받고 싶지 않아서 추가로 예
약하지 않고 볼 수 있는 곳들만 들렀다. 이렇게 들른 곳 중 기억에 남는 곳은 롯데관으로 8분 가량의
공연을 본 뒤 열기구를 타고 바다와 지상과 우주를여행하는 것 같은 가상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이번 박람회는 주제를 바다(Ocean)와 연안(Coast)에 한정한 만큼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일
본, 노르웨이 같은 해양강국들의 전시관이 두드러졌고, 해양문명도서관, 해양산업기술관, 해양베스
트관 등에서는 인류의 해양문명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엑스포장에서 오동도로 가는 길에는 이동식바다숲과 수산체험장이 조성돼 관람에 그치지 않
고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고 했으나 일정이 빠듯해 가지 못했다.
엑스포를 관람하면서 든 생각은 우리 나라 인구특히 고령인구가 많다는 생각이었다. 엑스포장을
찾은 날이 평일임에도 사람이 정말 많아서 어디를가도 줄을 서야 했고, 사람 구경하러 온 것 같았지
만 운영은 순조로웠다. 보도를 보면 당시 일일평균 방문객은 4만 명 수준이었고, 연휴였던 27일
과 28일에 하루 11만 명이 찾아서 혼란이 극심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엑스포장 수용력은 일일 5만
명 전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운영위원회입장에서는 입장객이 많은 것이 수입이 늘어나 좋
겠지만, 관람객 입장에서는 적절한 수준의 관람객만 입장시켜 편리하고 쾌적하게 그리고 질적으로
우수한 관람이 되게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생각이 들었다.
엑스포장에는 노인단체관람객들이 매우 많았는데, 어디서나 1시간 이상의 줄서기를 하고 전시장
간 이동거리가 꽤 되지만 그늘이나 앉을만한 의자가 충분하지 못했다. 화장실도 야외에 있던 어린.
이나 노인이 찾아가기에는 다소 멀어 보였다. 더욱이 개장 초기만 해도 인기관을 관람하려면 인터
넷이나 스마트폰으로 예약을 해야 했다. 한편으론편리해 보이기도 하지만 IT기기를 사용하지 못하
는 사람들은 관람자체가 불가능했고, 이에 대한불만이 폭주하자 5월 27일부터는 인터넷
예약을 폐지하고 줄서기로 대체했다고 한다. 그랬더니주말에는 인기관의 줄서기
가 6~7시간으로 늘었다고했다. 노약자에 대한 배려가아쉬웠다.
엑스포장을 둘러보면서 전시기간이 끝난 후 이 시설들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번 엑스포의 슬로건 중 하나가‘지속가능한 활동(Sustainable Activities)’이므로 당연히 친
환경적이어야 하지만 실제 엑스포 시설 자체는 그렇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엑스포 준비를
위해 빌린 자금 4000억 원을 갚아야 하고 막대한시설유지비를 감당할 수 없다며, 엑스포가 끝난
후 대부분의 시설을 철거하고 부지를 매각하겠다는 입장이라는 보도를 읽었다. 멋있게 만든 시설
들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기업관은 철거를 예상하고 가건물처럼 지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전엑스포도 사후활용이 제대로 안 돼실패한 엑스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우리 나라는 삼면이 바다지만 실제로 해양수산업이나 바다 관련 산업이 그리 발달하지 못한 나라
다. 디지털기술과 공연예술이 수준급에 올랐지만콘텐츠 창작과 개발이 더 필요한 나라다. 세계적
인 IT 강국이지만 IT 소외계층과 이용계층의 격차는 커지고 있는 나라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
었지만 노인이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여행을 하거나 활동하 기에 불편한 점이 많은 나라다. 여
수엑스포는 한국의 최신 기술과트랜드를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의 문제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 문제들을 건설적으로풀어낼 수 있다면 여수엑스포가 진정으로 미래를 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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