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10 소 꿉 놀 이, 작가 권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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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면 누구나 어릴 적 소꿉놀이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각종 꽃과 식물로 음식을 만들고, 예쁜 돌과 조개껍질을 그릇으로 사용했던..
요즘은 그럴싸한 아기자기한 장난감들이 즐비하지만 그 시절 따스한 해님을 온몸으로 받으며 지천에 널린 소꿉놀이 재료를 직접 구해 놀았던 추억의 재미와는 비교가 안될 것이다.
보는 이로 하여금 권혜경작가의‘소꿉놀이’는 처음 보는 순간 친숙하게 다가오면서 어릴 적
상상의 세계로 이끌게 한다.
하지만 작가는 시각적으로 보이는 1차적인 소꿉놀이에 작가만의 의미를 투여한다.
“설겆이를 하는 중 쌓아놓은 그릇이 와르르 넘어지는 것을 보고 ‘우리의 삶도 이와 같지 않을 까’ 라는 생각에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작은 그릇들을 그려 넣기 시작했다.”
꿈과 명예, 그리고 무언가를 위해 어디론가 앞만 보고 뛰어가다 교만과 실패에 좌절하여
일순간 와르르 무너지고..
그릇의 행열은 돈, 행복, 명예를 쫒아 끝없이 가고 있는 인간의 현열인 것이다.
그릇은 우리 생활의 밀접한 물건이라 관객에게 각인하기에 부담이 없어 작품의 매개체로 사용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인간의 본질에 가까운 이기성, 타인의 눈치만 보는 정체성 없는 우리, 타고난 본성에 대해 되뇌며 보게 되는 작품이다.
또한 간혹 등장하는 고양이는 삶의 불안정을 짊어지고 가는 현실에 더욱 불안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고양이라는 타자를 개입시켰다.
삶은 의외로 심플하다.
그러나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내 속의 내가 아니라 여기고 싶을 만큼의 이중성 감정과 이성간 괴리감은 또 얼마나 큰가, 보이려는 것과 보여주는 것은 과연 비고의적인가..
인간관계에서 자발적으로 쓰는 가면과 거짓말을 통해 서로 보고, 보여주는 면모가 인간의 전체 가 아니라는 것을 거듭 말하고자 한다. 또한 자기 삶의 궤도와 다른 궤적을 그리는 타인과 일시적으로 같은 시기, 한 공간에 있으면서 서로 비교하거나 선망하고 낮은 자존감 때문에 상대의 상을 일그러뜨리기도 하며 때로 서로 자존심을 채워주는 역할을 알면서 주고받기도 한다.
우리는 항상 또 다른 세계를 꿈꾸며 오늘도 꿈과 이상을 향해 날갯짓 한다.
잔뜩 긴장한 미간을 풀고 전보다 좀 더 편한 표정을 지어보자.
일상의 시선에서 얻는 진실..
화려하지 않아도 소소함이 주는 잠깐의 여유..
오늘은 또 어떤 곳에서 수줍게 모습을 드러낼까.
때로는 세상의 모든 소음을 뒤로하고 일상의 시선에서 과거의 어디쯤 통하는 비밀통로의 문을
열어주는 열쇠를 발견하는 여유를 가져보자.
글: 권미선(한인미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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