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지상갤러리 보리밭에서 백두산까지- 이숙자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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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안에 한국을 가시는 분이 계시다면 권해드리고 싶은 전시회가 있습니다. 과천현대미술관에 서 7월 17일까지 열리는 <초록빛 환영-이숙자 전 >입니다. 평생을 채색화의 정통성에 대한 강한 신념과 사명감을 바탕으로 한국화 분야에 헌신해온 한국화가 지향 이숙자(芝香 李淑子,1942~)의 대규모 회고전입니다. 전통 채색화의 맥을 잇고 있는 이숙자 화백의 작품세계를 반영하는 이 전시회는 4점의 푸른 보리밭으로 시작되며 약 50여 점의 작품들과 드로잉, 자료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화백의 첫 번째 개인전 작품들과 근대 한국 채색화의 맥을 이었던 천경자(1924~2015), 김기창(1913~2001), 박생광(1904~1985)등 그 녀의 대표적인 스승들에게 영향을 받은 작품들, 국전에 출품했던 작품들, 그리고 그녀의 대표작인 ‘보리밭’시리즈와 여성 누드를 소재로 하는 ‘이브’의 연작, ‘백두산’등 시대에 따른 작품의 변화를 한 자리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귀한 전시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처음으로 진행하는 채색화 작가의 개인전이라는 데에도 큰 의의가 있습니다.
왜곡된 인식으로 인해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지 못했었습니다. 전통 회화부분에서 진채기법에 대한 거부감은 수묵담채화로, 염료 이용으로, 또는 채색을 버리는 방향으로 전개 되었습니다. 이숙자 화백은 그러한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일관되게 채색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채색화가 일본화에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라, 원래 뿌리는 우리가 가르쳐 준 것이다. 일본화의 생성은 한국화의 채색화인 고구려, 백제의 그것으로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 재미있게도 전시관 한쪽에 이숙자 화백의 작업실이 있습니다. 작가의 작업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공간 안에서 일주일에 5일은 화백이 그림을 그리는데, 4개월의 긴 전시 기간 동안조차 작업을 놓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이 특별한 공간이 만들어 졌다고 합니다. 작고 여린 몸, 70대라는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화백의 열정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화백의 작업은 대작이 주류를 이루는데, 교수라는 직책뿐만 아니라, 대가족 속에서 해야만 하는 많은 역할들 속에서 화가로서의 삶을 잃어버릴까 걱정이 되었던 이 화백은 화가의 삶을 지킬 수 있는 방법으로 큰 작품 속에 자신을 아주 묶어버려야겠다고 결심하고 대작을 그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14.5m, 9m, 150호 등 사이즈가 큰 작품을 완성하시며 몸은 온전하셨을지,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이셨을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몸으로 하는 일이니 당연 한 것이라고 담담히 이야기해주시는 화백은 “99프로는 노력이다. 천재성이란 것도 노력 없인 감동이 전달되지 않는 것”이라며 신조를 강조하셨습니다. 50여년 동안 붓을 들고 한국화(韓國畵)가 ‘한국 미술의 중심’에 서도록 하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화가로서의 사명’이라고 생각하는 이 화백의 전시는 보는 내내 벅찬 감동을 주었습니다.
지향(芝香) 이숙자 화백의 반세기 화업을 되돌아보는 이 전시를 통해서 문인적 취향의 수묵화와 는 또 다른 한국화의 다채로운 울림에 공감하며 <한국성>에 대한 풍요로운 시각을 경험하시길 기대합니다.
글:김현경(한인미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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