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지상 갤러리/ 민화 <김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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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갤러리
행복이 가득한 그림, 민화
조선시대 후기 서민층에서 유행하던 민화는 양 반들의 수묵화와 달리 일상 생활 속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소재들을 그려, 보는이에게 편안하고 친근한 느낌을 줍니다. 한국적이면서도 순수한 인간의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해 놓은 우리 민화에는 물소리, 새소리가 들리는 듯 생동감 넘치는 풍경, 싱싱한 야채와 과일, 친근한 모습의 호랑이와 까치, 상상의 동식물, 문방사우 등 무궁무진한 소재가 그림 안에서 보여집니다. 이러한 소재들은 화려하고 고운 분채색과 어우러져 눈을 즐겁게 하고 장식적이기 때문에 민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민화의 진짜 매력은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재미있고 달콤한 민화 속 숨은 이야기 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모란은 꽃 중의 왕, 부귀화로 바위와 함께 그려 크게 부귀를 누리고 천수를 다함을 의미하고, 화병은 평안을 보존하는 진귀한 병을 의미합니다. 물고기는 등용문 고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과거 급제와 입신 양명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고 있고, 사계절 푸르름을 유지하는 상록수인 소나무는 수령이 천년에 달한다고 하여 무병장수와 변치 않는 우정을 상징합니다. 백로는 고고함, 과거 합격, 부부애를 상징하고, 병아리는 세상에 이름을 널리 알린다는 공명을 의미합니다. 해는 만물 생성의 근원으로 영원한 생명력을 의미 하고, 연꽃은 연이어 자녀를 얻는 번영과 순결, 청빈, 고고함 등을 의미합니다. 대나무는 절개와 장수, 돼지는 재물과 복, 두꺼비는 행운과 복을 각각 의미합니다. 여러분들도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소재가 지닌 상징적 의미를 통해 다음 민화들에 속에 숨은 이야기를 찾아 민화를 재미있게 읽어보세요.
이렇게 각각의 의미를 갖고 있는 다양한 도상들 중에서도 동식물들을 화면 안에 조화롭게 배치하여 그린 ‘화조화’는 무병장수, 부귀영화, 입신 명, 다산과 행복 등 세속적인 인간의 소망을 염원 하고 희구하는 길상화(吉祥畵)이자 장식화로 쓰였습니다. 그 중 호랑이와 까치, 기러기와 갈대, 화병과 여러 꽃나무 등은 각자 독자적인 상징의 미를 지니는 한편, 다른 도상과 쌍을 이루어 반복적으로 그려지면서 화려한 장식성으로 민화 중에서 가장 많이 애용되었습니다.
또 다른 대표적인 궁중회화인 ‘책가도’는 책을 비롯한 골동품, 문방구, 각종 진귀한 수입품 등의 물건을 함께 그린 매우 호화롭고 장식적인 그림입니다. 투시도법이 사용된 것이 흥미로우며 섬세하고 정교한 필치로 그린 다양한 물품들은 기복호사 풍조가 만연하던 당시 문인 생활의 일면을 보여줍니다
서로 대비되는 화려한 색감이 특징인, 우리에게 익숙한 ‘일월오봉도’ 또한 궁중회화입니다. 궁중 회화가 사실주의적인 세련된 화풍을, 민화는 질박한 낭만주의적 화풍을 구사한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지만 민화의 주제 대부분이 궁중 장식화에 뿌리를 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채색화 위주로 장식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많은 유사점이 보입니다.
여러분들 마음속의 민화에는 어떤 소망과 바람을 담고 계신가요?
이처럼 민화에는 허무함도 인생의 무상함도 없습니다. 커다란 염원이 가득할 뿐입니다. 순지에 화사한 치자물을 들이고 바림과 섬세한 붓질, 색상의 조화를 생각하면서 소망을 그려 나가보고 싶습니다.
글:김현경(한인미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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