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 지상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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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6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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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Georgia O’Keeffe (1887~1986)
작품 : 사과 가족 (Apple Family-2, 1920)
oil on canvas, 21 x 26 cm
아담과 이브의 사과. 트로이 전쟁의황금사과.뉴턴의 사과. 세잔의 사과.한 입 베어 먹은 스티브 잡스의 사과까지......그리고 여기 또 하나의 사과가 있다.조지아 오키프의 Big Apple,Apple Family.오키프는 1887년 미국의 대평원 농장에서 태어났다. 성공한 아버지와 딸들의 교육에 열심인 어머니 아래서 맘껏 예술적 재능을 키우며 성장했다. 열 두 살에 예술가가 되기로 작정한 후 평범한이대를 보냈다. 초기에 내면의 풍경을 추상적기하학적인 형태로 그린 수채화와 드로잉, 평생에걸친 유화 작업들을 보자면, 그의 삶의 방식과 작업은 늘 일치한다. 즉 철저하게 자기자신으로 살아가고 자신의 그림을 그렸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많은 예술가들은 미국으로 모여든다. 정부차원의 미술지원정책에 힘입어세계 미술의 주도권은 파리에서 뉴욕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미국 화가들이 새로운 미술에 눈을 뜨면서 불꽃놀이 폭죽을 터뜨리듯 다양한 현대 미술 사조들이 등장한다. 액션 페인팅을 필두로 추상 표현주의, 색면 추상, 차가운 추상, 팝 아트, 옵아트.... 현재에 이르기까지 미술경향의 흐름은 뉴욕이 주도하게 되었다. 그러한 첨병역할을 한 추상표현주의보다 30여년 전에 오키프는 추상 표현주의 풍의 그림을 그렸다.
여류화가가 이처럼 커다란 변화의 토양이 되는 일은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그래서 오키프는 미국의 스타급 화가이면서 소더비 경매에서 여류화가로선 최고의 그림값을 기록한다.오키프의 작업에는 일관된 몇 가지의 주제가 있다. 내면의 풍경을 그린 추상표현주의, 단순하게확대된 꽃그림, 동물의 뼈, 영적(靈的) 색감의 풍경화이다. 보기에 민망할 정도로 확대된 꽃그림은여성성을, 사막을 배경으로 그린 탈육(脫育)된 동물의 뼈는 남성성을 보여준다. 사실 오키프의 작업처럼 삶도 그렇게 극단적인 면이 공존하고 있었으며 삶의 행적들이 꽤 중성적이다.서른 즈음 오키프는 당대 최고의 사진 작가이면서 영향력있는‘갤러리 291’의 주인, 스티글리츠(Alfred Stieglitz, 1864~1946)를 만나게 된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처럼 그들은 만나고 두 사람의 개성과 예술성과 에너지는 그 이상의 것을만들어 낸다. 요즘의 표현으로 하자면 콜라보레이션이다. 그녀는 신데렐라처럼 시골 미술교사에서 뉴욕 한복판으로 화려하게 입성한다. 뉴욕의 문화 권력자 스티글리츠의 아름다운 모델이자전위적인 화가로서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그리고드라마 같은 우여곡절도 겪으면서 맨하탄의 고층아파트에서 뉴멕시코의 사막으로 자리를 옮긴다.
노년에 문명과 동떨어진 산타페에서의 단순한 삶과 예술에 정진하는 모습은 사막의 은수자를 연
상시킨다.그의 그림들 가운데서 <사과 가족> 그림은 매우의미있게 다가왔다. 더없이 화려한 커다란 꽃과신비로운 분위기의 풍경과 동물의 골격을 그린 작업들 중 이 사과 그림은 그녀의 삶 자체로 느껴졌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내면의 힘으로 방향을 잃지 않고 한 가지에 정진한 삶과 작업이 이처럼 BigApple로 느껴졌기 때문이다.희다 못해 푸른 기가 도는 옥양목 위에 갓 따서 씻어놓은 사과들. 크고 작고 빨갛고 파란 사과 가족들.좋은 토양에서 충분한 양분과 햇빛을 받으며 성장하여 꽃 피우고, 시기적절한 비바람과 하늘과공기가 이렇게 과즙 물씬한 사과를 만들어냈듯이오키프의 삶과 예술도 그랬다.오롯이 자신의 마음 가는대로 충실하게 삶과 일치하는 작업을 하면서 한 세기를 살다간 여류. 미국이 자랑할만한 Big Apple아니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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