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지상 갤러리 - 르네마그리트,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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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0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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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부파일: 회귀.jpg (100.9K)30 2015-08-10 10:2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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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 1898~1967) 작품 : 회귀(Regression) 1950, 종이에 과슈,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가는 파도가 오는 파도를 만나듯 인생이란 가는 것이 또한 오는 것...
8월은 오르던 길을 멈추고 한번쯤 돌아가는 길을 생각하는 달이라고 시인 오세영은 노래했다.
돌아갈 곳을 생각해보는 8월에 만난 이 그림 “회귀”
벨기에의 국보급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단순하지만 난해한 작품을 보면서 의외로 지금의 내 모습이 쉽게 오버랩 되었다.
시차를 가늠하기 어려운 배경에 커다란 날개를 펼치고 날고 있는 저 비둘기가 보잉747 여객기로 보이다가 내 모습으로 또 다른 이들의 모습으로 보인다. 미망의 구름이 있는 푸른 하늘을 품고 어디론가 회귀하는 커다란 새. 인니로 돌아오는 길인지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인지 30년이 다 되가는 이들에겐 회귀할 길이 어디인지 궁금해진다.
낮의 하늘을 품은 새는 상수(常數)인 우리 자신이고 인니와 한국은 두 개의 변수(變數)일테지.
바다와 하늘을 배경으로 그려지는 우리의 회귀곡선은 어떤 모양일까.
초현실주의의 대가 마그리트는 ‘화가’ 보다는 ‘사유하는 사람’으로 불리고 싶어 했다.
다른 초현실주의 작가들이 꿈과 무의식을 그린 것과 달리 마그리트는 존재와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해 생각하고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그에게 그림이란 사유를 가시(可視)화하는 수단이었다.
사과, 새, 물고기, 신사, 집, 테이블, 나무, 하늘, 바다, 파이프 그는 매우 친숙한 소재들을 그린다.
첫눈에 대상들이 쉽게 들어오지만 곧 매우 낯설고 시적(詩的) 이미지로 느껴지고, 뭔가 다른 이야기를 전하고 있고, 다른 차원의 세계로 넘어가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 이유는 데페이즈망이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물들을 엉뚱한 배경에 놓는 방식 때문이다. 또한 사실적으로 묘사 하면서 모순 대립되는 요소들을 한 화면에 그리고, 사물의 크기를 상식적이지 않게 확대하거나 축소시키고, 두 사물을 하나의 이미지로 중첩 시키는 등 다양한 작업을 한다.
이처럼 그의 그림은 ‘보는 그림’이 아니라 ‘생각하는 그림’ 이어서 우리에게 익숙한 세계를 다른 시각으로 보고 생각하게 되는 낯선 경험으로 이끌어준다.
<회귀>는 헤겔과 니체와 들뢰즈의 철학을 버무려 놓은 그림이다.
바다는 분명 해가 뜬 아침인데 하늘은 별이 빛나는 밤이다. 그의 다른 작품 <빛의 제국>에서와 같이 매우 자연스럽게 낮과 밤을 동시에 보여준다. 서로 대립되는 개념을 동시에 화면에 배치함으로써 헤겔의 정반합(正反合) 이론을 시각화했다. 미망의 구름이 있는 낮을 품은 새의 둔탁한 비상은 제목 그대로 그 시대 유럽을 풍미했던 니체와 들뢰즈의 철학, 반복되는 ‘회귀’이다. 바람과 구름, 하늘과 바다는 끊임없이 움직이지만 늘 반복되고 회귀한다.
그래서 늘 그의 그림의 배경은 하늘과 바다와 산과 같은 거시적 풍경들이다.
8월엔 늘 움직이면서 반복되는 거시적 풍경을 배경으로 우리는 어떤 회귀곡선을 그리고 있는지, 돌아갈 길은 어딘지 생각해 볼 일이다.
글:김선옥(인니 미협회원/땅그랑문화원회화반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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