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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연재 <행복 에세이> 여행이주는선물

5,211 2015.08.10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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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미 숙 / 수필가, 시인gaeunsuh@hanmail.net

아! 여행의 계절이다. 인도네시아에 오래 살다보니 계절이란 것이 우리가 마음속에 서 느끼면 그 것이 곧 계절이 되는 것 같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했다. 인니에 살면서 해마다 주어지는 라마단의 긴 휴일이 언제부턴가 우리 한인들에겐 마음의 빗장을 열고 편안하게 감성을 쫒아 여행을 하기에 딱 좋은 계절이 되어버렸다. 마치 길게 늘어져있는 수양버들처럼 모든 걸 내려놓고 가 벼운 마음으로...
사실 나는 사람들이 흔히 물어보는 취미 중에서 여행이 포함되어 있지는 않았다. 어쩌면 움직이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는 나의 게으름도 한 몫 하겠지만 아마도 잘 정돈되어있는 조용한 공간에서 사색하고 글 쓰기를 즐겨했던 내 성향 탓도 있었다. 아주 오래전 대학시절의 기억이지만 사찰에 관심이 많았던 그 때 여름방학이면 혼자서 유서 깊고 역사적인 사찰을 돌아보는 것이 유일한 나만의 여행경험이다.

그 후로 결혼을 하고나서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비전 학습을 이유로 가족들과 함께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들을 많이 돌아다녔다.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에 살게 되면서 이미 고국의 관문을 떠나와 있던 환경적인 영향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즐기며 찰나의 순간이 주는 감동을 맛보게 되고 여행지에서 겪는 다양한 경험들이 나로 하여금 글을 쓰면서 삶을 이어주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여행을 하다보면 너무 아름답고 황홀한 순간에 빠져 그 순간에 영원히 머물고 싶은 때도 있다. 잊지 못할 순간이 안겨주는 매력은 영혼의 울림으로 남아 삶의 에너지가 되어준다. 나는 여행지의 풍경보다 그곳 사람들의 삶의 모습에 더 관심이 많은 편이다. 여행만큼 재미있는 일탈이 또 있을까. 여행이 주는 선물은 매일매일 변화 있는 아침을 맞이하면서 낯선 사람들과 새로운 풍경으로인한 경이로움을 맛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어떤곳의 사람들은 여행이 끝나고 일상을 살고 있는시간에도 늘 머릿속에 남아 내 시야를 사로잡기도 한다.

많은 여행지 중 하나의 의미로 기억되는 특별히 생각나는 곳은 바로 알프스의 나라인 스위스다. 나는 스위스를 가장 잊지 못한다. 내가 약간의 ‘ 깔끔병’이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잘 정돈된 도시, 그림 같은 대자연의 풍경들, 여유 있고 멋스러워 보이는 그곳 사람들의 삶의 모습에서 어쩌면 내가 노후에 살고 싶은 또 한곳의 외국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갖게 만든 곳이기도 하다.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스위스의 여러 도시를 다녀보았다. 관광여행이 아닌 가족들과 함께 오랜 기간 자유여행을 즐긴 곳이기도 하다. 세계의 지붕이라고 일컫는 인터라켄의 융프라우(jungfrau) 산악지대를 오르던 기차 밖, 설국의 풍경은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을 설레게 한다. 
3,454M에 달하는 융프라우는 눈 덮인 산봉우리와 함께 파노라마 처럼 펼쳐지는 장엄한 풍경들로 인해 하마터면 넋 을 잃을 뻔 했다. 
대자연의 환상적인 극치를 느끼게 해준 곳, 여행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스위스에는 여러 도시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베른, 취리히, 로잔 등의 도시는 유난히 나의 기억 속에 저장되어있다. 스위스의 수도인 작고 오래된 베른(Bern)은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오래된 도시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도 등재되어 있다.
흔히들 사람들은 스위스의 수도하면 취리히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옛날 요들송에 많이 나오는가사 중 “아름다운 베르네, 맑은 시냇물이 넘쳐 흐르네“ 라는 가사가 있다. 베른이 위치한 이 지역을 그곳 사람들은 베르네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름다운 도시인 베른은 알레(Aare)강이 구 시가지를 U자형으로 감싸고 흐르고 있는데 참 맑고 빛나는 강이다. 베른의 상징인 곰 공원도 인상적이었다.
붉은 지붕이 늘어선 베른만의 독특한 분위기는 짙은 풍경에 달콤한 향기마저 솟아오른다. 이국적인 풍성한 잎사귀에 후드득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는심적 고요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하다.

지금도 잊지 못하는 가장 고풍스러운 도시 베른! 중세풍의 건물이 자연과 공존해 있다는게 정말 신기하게 마음에 와 닿았는다. 스위스의 맑은 공기와 사람들의 친절함과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그들을 보며 여행하는 내내 마음이 즐거웠다.
너무나도 고즈넉한 분위기에 그곳에 마음을 놓고와 버린 듯, 한동안 허전했던 기억이다. 어쩌면 여행을 하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본다는 것은 외형뿐만이 아니라 가슴으로 만나는 것이리라. 그 풍경이 지닌 내면을 보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보이는 것에만 익숙해져 있는우리의 가슴은 가난하다. 
보이는 것만 취하고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볼 수 없다면 우리의 가슴은 금방 허전해질 것이다. 그런 탓일까? 스스로 안으로 깊어지는 풍경을 스위스를 다녀 온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에서야 그 의미 를 새롭게 헤아릴 수 있음이 참으로 신기하다.

여행은 삶의 활력소가 되는 것 같다. 젊음의 한때를 보내며 가슴 조이던 봄날처럼 돌이켜보면 우리 삶의 봄날은 오늘도 지금 현재도 지나고 있음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무수히 찾아 온 봄날은 그리움의 열병을 앓아야만 비로소 느낄 수가 있나보다.

여행이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라면 잔잔하게 느끼는 여유로움이다. 여행지에서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과 멋스러운 자연과 열매와 잎들은 너무나 오래도록 잊고 살아온 향기, 옛사랑이 깨어난 듯 벅찬 기운들이 그곳에서 되살아난다.
 
오늘도 또다시 새로운 여행을 꿈꾸며 여행지에서 사온 와인 한잔을 비스듬히 기울여본다. 새로운 풍경과 색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을 떠 올리면 벌써부터 따뜻한 기운이 번져온다. 계절이 없는 인도네시아의 삶에서 밋밋한 도시와 일상의 궤도가 지루하다고 느낄 때면 언제라도 여행을 떠나보자. 이곳에도 가벼운 배낭을 메고 떠날 수 있는 여행지는 무궁무진하다. 수마트라의 또바 호수도 좋고 발리의 절벽사원도 좋으리라. 청아한 음률사이로 호수와 하얀 산과 낯선 관광객들과 만나고 호숫가에는 긴 줄기에 매달려 있는 보라색 이름 모를 열대의 꽃잎도 보인다.
여행 후에 느끼게 되는 삶의 고독과 상념들은 우리 일상의 깊이를 더하고 삶의 공간을 더욱 풍요롭게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인생이란 기나긴여행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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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바라 2025-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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