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04월 논설위원 칼럼/ 호혜주의 <김문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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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혜주의(互惠主義)
김문환/논설위원
무역거래 유형 중 하나인‘호혜무역’이라는 용어는 교과서에서 접해왔던터이다. 당사국 사이에 특별한 협정을 맺어 서로 관세를 인하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익을 공유하는 무역형 태이지만, 요즘은 경제관계가 돈독한 국가들 사 이에 국제수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상호주의 에 입각하여 잠정적인 무역협정이나 지급협정을 맺어 무역의 확대를 시도하기도 한다. 그런데 요 즘 인도네시아 언론매체에는 무역에 국한하지 않 고‘호혜(Reciprocity)’라는 용어가 전방위적 으로 확대되어 등장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최근 수년간 이 용어가 자주 쓰이기 시작한 분야는 자원개발과 금융업종이다. 1960년대 말부터 투자를 시작한 프리포트, 뉴몬 트, 토탈 등 서구 자원개발사의 계약기간이 만료 되자 연장협상의 전제조건으로 상호주의 원칙이 거론되었으나 그 근저에는 자원민족주의 개념이 흐르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현상은2012년 11월 마흐훗 헌재소장이 퇴임직전“국토, 수자원 그리 고 천연자원은 국가가 통제하여야 한다”는 헌법 제33조에 근거하여 내린 위헌판결로 의도가 분 명해졌다.
거래금액이 70억불을 상회하여 인도네시아 인 수합병 사례로는 최대규모였던 싱가포르 DBS은 행의 다나몬은행 인수허가가 오랫동안 진척을 보 이지 않자 2013년 6월 인수자 측이 중도에 포기 를 선언한 이유도 바로 이 호혜원칙을 마지노선으로 삼고 있는 인도네시아 금융감독당국의 의지 를 간파하였기 때문이었다. 중앙은행(BI)과 재무 부의 감독기능을 떼어내어 2013년 초 출범한 금 융감독청(OJK)은‘호혜원칙’을 부동의 원칙으 로 삼아 외국 금융기관의 인허가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말레이시아, 대만, 한국 금융 감독기관과의 협상이 타결되면, 국책은행인 BNI 은행은 한국, 만디리은행은 말레이시아에 현지법 인을 세울 계획이며, 반대급부로 한국의 신한은행 등이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는 호혜원칙의의 혜택 을 받게 된다. 최근 수년간 금융사의 결산서를 보 면 단연 은행업종이 최고의 수익성을 누리고 있으 며, 아세안경제공동체 출범을 앞두고 전망되는 높 은 성장잠재력이 더하여 외국은행들은 앞다투어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누적되는 무역수지 적자와 대외적인 요인으로 인해 통화가치가 하락하자, 그 대책의 일환으로 관광수입을 늘이기 위해, 직년 연말부터 준비작업 중이던 외국인 비자면제정책을 일본, 중국, 러시아, 한국 4개국에서 미국, 캐나다, 멕시코, 유 럽국가를 포함한 30개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그런데 ‘가깝고도 먼’이웃인 호주는 제외되고 있다. 마약사범 처리문제로 악연을 이어온 전력도 있지만, 어느 국가에나 동일하게 적용시키는 호주의 ‘보편적 비자정책’이 걸림돌로 작용하 고 있기 때문이며, 무비자혜택이 불요불급한 유럽의 국가들도 호혜원칙을 강요당하며 순순히 따라갈리는 없다.
최근 이민법과 관련된 외국인 인력 정책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외국인 취업자의 연령제한, 언어 자격심사 등의 새로운 조건 이 등장하는가 하면, 공공장소에서 불심검문을 받아 서류상의 불일치를 들어 신체적인 억류를 당하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 하닢 다끼리 노동 이주부장관은 3월14일 남부깔리만딴주 반자르마신 지역의 석탄업체들을 시찰하며 특정업종에 대해 외국인 취업을 제한하겠다는 발언을 서슴치 않는가 하면 외국인 근로자의 어학자격 조건에 대해 서도 언급하였다. 이를 놓고 인도네시아 근로자들이 가장 많이 취업하고 있는 말레이시아가 상호주의 원칙을 주장한다면 말레이시아에 공식적으로 취업하고 있는 50만명의 인도네시아 근로자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라는 반론이 나오고 있다. 인구 5백5십만명에 불과한 싱가포르엔 백만명 이상의 외국인 근로자가 있으나, 2억 4천만명의 인도네시아엔 단지 6만 5천명의 외국인 근로 자가 취업하고 있을 뿐이다. 자원민족주의의 불씨를 지피는 헌재판결을 내리고 부통령후보군에까 지 올랐던 마흐훗 전 헌재소장과 외국인 취업정책에 배타적인 자세를 견지하는 노동이주부장관은 보수 이슬람단체인 NU에 뿌리를 둔 PKB당 당료 출신이라는 공통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어학자 격 조건에 대해 부질없는 조건이라며 반대여론이 비등하자, 3월 24일 부통령을 비롯한 일부 각료들이 공개적으로 동조하는가 하면, 외국인 무비자 정책 확대가 호혜원칙을 명시한 기존‘이민법 제 6호/2011년’에 저촉된다는 반대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대통령령을 제정하여서라도 4월부터 이를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시라도 달러유입이 절실한 상황임을 반증하고 있다.
3월 중순 재난관련 유엔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유숩 깔라 부통령이 도요다 등 내노라하는 일 본의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을 만난지 바로 열흘 후 연이어 조꼬위 대통령의 국빈방문이 있었다. 조꼬위 대통령은 방문대상국으로 일본과 중국에 국한하여 인프라 투자유치를 비롯한 경제협력에 초점을 맞추었다. 중국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도 같은 맥락이었다. 우환제철의 50억불 일관제철소 건설, 차이나 민셍 투자사의 50억불 공업단지 조성 등의 큰 선물을 안고 돌아왔다. 돈줄을 쥐고 있는 투자국의 위세도 만만치 않아,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던 주재 일본대사의 고압적인 자세가 구설 수에 오를 정도로 인도네시아의 투자구걸은 절박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스마트폰의 투자를 채근하면서도 40% 이상의 국산화를 요구하여 이해 당사국인 미국과 한국 관련업계의 불평을 사는 이율배반적인 정책도 서슴치 않고 있다.
최근 정치, 경제적으로 긴박한 상황을 맞고 있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행보를 보면, 상호주의 원칙 을 내세우면서 더 많은 투자를 던지는 국가들에게 매달리는 실리주의에 빠져들고 있다. 정, 부통령이 열흘 간격으로 연달아 일본을 방문하여 똑같은 주제인 인프라투자를 부르짖고, 경제강대국들 은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며 화답하는 판국을 보노라면, 2년 전 수교 40주년 기념행사를 대대적으 로 벌이면서 ‘우리는 형제다.’라는 구호를 제창하며 현지인들과 손을 맞잡았던 우리들의 파티는 경제대국의 물량공세 앞에 퇴색되어 가는 느낌이 든다. 지금 자카르타 도심의 전도로 지하를 파고 드는 그들은 누구이며, 수십억불 짜리 화력발전소 프로젝트 건설자금을 대는 큰 손은 누구인가? 그런데 이렇게 샌드위치 신세가 되어 숨통이 터질듯 한 상황 속에 우리 대한민국은 지금 무엇에 열중하는가? 한인사회에 긍지를 심어주며 조업에 들어간지 1년밖에 안된 P 제철사의 손익계산서만 들여다보며 성과를 단정한다면 이는 성급한 판단이며, 투자회수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자원사업이 당장 열매가 맺지 않는다고 나무뿌리를 걷어차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대표적인 석탄광업 성공사례인 K사 는 1980년대 초에 깔리만딴에 첫발을 디뎌, 10 년 후인 1990년대에 들어서야 상업생산을 시작하였으며, 본격적인 수익을 위해서는 또 다른10년을 인고하지 않았던가?‘5공 청문회’당시, 야당의 저격수 S의원의 입을 통해 사기꾼이니, 구속이니 하며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최초의 해외유전개발사업인‘서부마두라 유전’도 20년 만에야 결실을 보아 명예를 회복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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