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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차 한 잔 마시며<김문환> /전직 대기업 간부의 죽음

7,328 2012.04.10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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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기업 간부의 죽음
                            김 문 환 / 논설위원



63세의 읠리 로만은 성실하게 노력하여 세일즈맨으로서 인정을 받은 후, 언젠가는 자신의 독자적인 사업
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속에 가정적인 아내와 두 아들을 부양하며 오직 성공을 향한 강박관념을 
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할부로 장만한 집은 10년이 지나면 자기소유가 된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로만
의 이러한 꿈은 거품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실적주의 산업사회에 휘말리면서 구시대적인 처세술은 벽에 
부딪히며, 로만의 소득은 줄기 시작하고, 결국 삼십 년 넘게 근무한 회사로부터 해고를 당하게 된다. 설
상가상으로 믿었던 아들마저 빗나가기 시작하여, 비통, 무력감, 그리고 상실한 인생에 대한 회한은 그로 
하여금 자포자기에 빠지게 한다. 그의 머릿속에는 지난 전성기 시절의 환상과 현실의 냉혹함이 교차되어 
착란상태를 일으키며 한밤 중에 전속력으로 자동차를 몰아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다. 그의 죽음으로 인
해 가족에게 안기게 될 보험금은 주택할부금 마지막 분까지 충당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이상은 미국의 저명한 극작가인 아더 밀러의‘세일즈맨의 죽음’이라는 1948년도 작품의 줄거리이다. 
그런데 우리 한인사회는 최근 몇 년 사이‘세일즈맨의 죽음’을 연상시키는 유사한 사례들을 자주 접하
고 있다. 조미료 회사인 M 사 부사장 출신의 K씨, K 그룹 임산직에 있던 N씨, 신발제조업체 D 사의 고위
간부를 지낸 K씨, S 그룹 신발업 자회사 출신의 H씨, H 건설사 출신의 L씨, 그리고 가장 최근인 3월 초, 
동부 깔리만딴주 발릭빠빤 자택에서 잠에서 영원히 깨어나지 못한 K 사 출신의 K씨 등이 그들이다.
그런데 이들간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인도네시아 진출기업 기준으로 보면 모두가 대기업에서 간부
를 지낸 전력을 가지고 있으며, 세상을 하직할 당시에는 개인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
고 60세 전후의 연령대로서 사회적으로, 가정적으로 짊어져야 할 책임이 정점에 달해, 사업상 스트레스
와 가정적인 문제가 누적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대기업이라 함은 조직에 의해 움직이는 집단이다. 각 구
성원들은 그 집단의 업무를 분담 받아 정해진 영역 내에서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고자 한다. 그가 
이룩한 성과가 소속사의 발전과 이익창출에 기여하였다면 그는 이에 상응하는 대우와 보상을 받게 된다. 
그래서 때로는 사생활까지 희생해가며 회사일에 혼신의 힘을 쏟게 된다. 그러나 모두가 선택 받는 것은 
아니다. 소위 낙오자 대열로 떨어질 수도 있고 웅지를 품고 아예 미리 회사를 박차고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제부터 그는 자신의 회사 직원들에 대해 모든 것을 책임지는 오너의 입장으로 바뀌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때론 주머니 안에서 잡히는 동전잎까지 만지작거리며 웬 직원 급료일이 이렇게 빨리 돌아오는지를 
푸념하기도 한다. 이들 중 일부는 성공의 대열에 합류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대기업에 몸담고
있을 때와 스스로 사업을 꾸려갈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과거 대기업에서 향유하였던 지위와 
혜택은 단절되었고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도 달라졌다. 
지난 3월에 60대 초반의 나이에 저 세상으로 떠난 K씨는 D그룹을 거쳐, K 기업 깔리만딴 현장에서 중역까지 지냈다. 
그리고 10년 전에 K 사를 떠나 남들이 다 한다는 석탄 트레이딩 사업에 뛰어 들었다. 위험요소가 많은 첫 사업에서 그
도 실패의 쓴맛을 보며 채권자를 피해 다니며 한동안 은신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그간의 어려움을 극
복하고 안정적인 사업을 하고 있었기에 그의 죽음은 안타까움을 더해 주고 있다. K씨의 갑작스런 비보를 접한 인근 K 
사의 경영진은 신속하게 담당부서 간부를 빈소로 보내‘전직 중역’에 준하는 예우를 갖춰 한국으로의 운구 등 어려
운 절차를 도맡아 처리해 주었다. 이미 10년 전에 그가 K 사를 떠난 시간적 공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필자는 우연히 K 사의 현장 초청강의에 출강 중, 이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지금 한인사
회에도 K씨와 같은 전직 기업간부 출신들이 상당수 개인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그들 중 과연 몇 사람이나 그런 재앙
을 당했을 때 K씨와 같은 예우를 받을 수 있을까? 필자는 K사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홍보실에서 준비한 회사소개 영상
을 보았다. 회사의 현황과 실적은 자카르타에서 듣던 소문대로였지만‘기업의 사회적 공헌’과‘직원 복지후생’부
문이 특히 눈길을 잡았다.
그런데 그 다음날 진행된 나의 강의 원고 맨 마지막 페이지에 준비한‘오블레스 노블리주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부분은 건너뛸 수밖에 없었다. 오래 전에 이미 회사를 떠난 전직 직원 상조사를 최대한의 예우를 갖춰 돌봐주는 한 가지 사
실만 보아도 다른 것은 불문가지일 것이기 때문이었다. 스피드 보트에 몸을 싣고 바다를 건너 오는 귀가 길에,“괜히 공자 
앞에서 문자 쓰지 않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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