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8월 논설위원 칼럼/ 차세대< 김문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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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7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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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김문환/논설위원
대사관 본관 로비에 들어서면, 오른쪽 접견 실 양쪽 벽면에 한국-인도네시아 외교관 계 및 초창기 한인진출 상황을 설명하는 여러 장 의 기록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 중 빛 바랜 사 진 한 장이 눈에 들어오는데,‘한국인학교 제1회 졸업식’이라는 장식어를 배경으로 세 명의 여자 어린이와 한 명의 남자 어린이가 꽃다발을 들고 서 있다. 1980년 2월 2일 촬영된 그 사진 속 네 명의 주역 중 유일한 남학생인 B 군은 현재 인도 네시아에서 부친의 사업을 도와 중견사업가로 성 장하고 있다. 이들의 뒤를 이어 6명이 졸업한 2회 졸업생 중엔 현재 서울음대 피아노전공 교수인 S 양, 9명이 졸업한 3회 졸업생에는 인도네시아에 서 IT기업인으로 성장하며 한인차세대를 주도하 는 K 군이 이름을 남기고 있다.
지난6월 초, 재인도네시아청년회(회장 김종원)가 라와망운한인시니어클럽(회장 이현상)을 찾아 한 인1, 2세대간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뜻깊은 행사 를 가졌다. 특히 이날 모임에는1세대 개인사업가 인 K 회장, L 회장의 자녀분들이 함께 자리하여 세 대간 거리를 좁혀주는 뿌듯한 장면을 연출하였다.
7월초 자카르타 그랜 멜리아호텔에서 열린 옥타 (OKTA)‘차세대무역스쿨’은 벌써 7년째로 접 어들며 50명 정원에 두 배 가까운 지원자가 몰릴 정도로 재인도네시아 청년기업인 및 창업준비자 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더구나 이 프로그램은
‘모국방문교육’으로 이어져 차세대에 대한 한 민족정체성 확립과 본국과의 교류에도 일익을 담 당하고 있다. 국회 차원에서도 7월 말 심윤조 의원 이 주도하는‘차세대시대 정책토론회’가 여의도 에서 열려 한인대학생에 대한 정부지원정책을 점 검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한인기업의 인도네시아 진출사를 잠깐 돌이켜 보 면, 양국간의 교류가 전무하고, 불모지나 다름없 던 허허벌판에 뛰어들며 시동을 걸 때, 벌써 백 년 이상의 역사적 배경을 지니고 있던 중국, 일본이 라는 거인과 맞닥뜨려야 했다. 우리의 개척자들은 위축되지 않고 한국인 특유의 투혼을 살려 터를 잡아나가기 시작했다. 초창기 진출기업들의 주업 종인‘산림개발’이라는 특성 때문에 인도네시아 땅을 밟은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깔리만딴, 수마뜨 라 정글 속으로 뛰어 들어야 했다. 원시생활과 다름없는 생활여건에 적응하지 못한 일부 근무자들 은 1, 2년을 견디지 못하고 도주하듯이 귀국길에 오르기도 하였으며, 안전사고로 인해 이국 땅 그 곳 적도에 묻히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초기 한인진출시기를‘제1의 물결’이 라 부른다면, 1980년대 말 노동집약산업과 전자 업을 필두로 한 기술집약산업의 진출은 ‘제2의 물결’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 제2의 물결은 한인사회의 팽창을 가져온 기폭제가 되었다. 그러 나 시행착오를 격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노 사분규로 인해 한때 한인사회의 품격이 손상되는 국면에까지 이르렀으나, 마침 불어 닥친‘IMF사 태’를 전화위복의 방편으로 삼아 관민합동의 노 력에 힘입어 이를 극복하고 성장가도를 달리게 되 었다. 지금 이들 산업은 외화가득이나 고용효과 면에서 인도네시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무시 못 할 정도로 괄목한 성장을 이루어 냈다.
수하르또 정권 붕괴 이후 개혁과 민주화 시대를 맞아 한인사회도2,000년대부터 진출업종이 다 양해지는 국면을 맞게 된다. 바로 이 시점에 진출 하는 기업들은 종전 굴뚝산업의 틀을 벗어나 서비 스, IT, 유통, 창조산업 등으로 다변화 되며, 바로 차세대만이 해낼 수 있는 영역을 구축하기 시작한 다. 요즘 한인들이 자주 찾는 자카르타 시내 식당 에 들어서면 낯이 익지 않은 젊은 직장인들과 신 세대 여성직장인들의 모습이 눈에 띄게 늘어남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차세대 러시’에 부응하여 국가기관과 한인사회도 차세대가 성장할 수 있는 여건조성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필연성에 봉착 하게 된다. 이제 우리 한인사회는 차세대 및 여성 사업가들과의 소통을 위해 보다 더 적극적인 자세 를 취해야 할 때이며, 이들을 끌어주고 밀어주는 동포애를 발휘하여야 하는 시점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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