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 “인도네시아, 2055년 세계 4위 경제대국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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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저녁 8시 빌딩 숲 사이 한 쇼핑몰 내 헬스클럽 안은 한낮과 같다. 20여 대의 러닝머신과 고정자전거엔 빈자리가 거 의 없다. 젊은이들이 거친 숨소리를 내쉬고 구슬 땀을 흘리며 몸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 인근에 있는 영어학원에서는 청소년들이 영어공 부 삼매경에 빠져있다. 나들이 나온 30대 부부는 어린 자녀들과 영어로 대화한다. 최근 자카르타 의 모습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1980년대 말 수카르노하타 국제공항에 착륙을 위해 고도를 낮추는 여객기에 서 바라본 자카르타의 야경은 어두웠다. 단층주택 의 창밖으로 새어 나온 희미한 백열등은 크리스마 스 트리의 꼬마전구 같이 깜빡거렸다. 자카르타 시내 한복판인 호텔인도네시아(HI) 주변조차도 해가 지면 가로등이 드문드문 있는 어두운 거리로 변했다. 이 호텔 뒤편에 있는 한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안쫄 공원의 바닷가로 맥주 한잔 마시러 가 는 데 15분이면 충분할 만큼 저녁시간에는 차량 통행이 줄어 한산했다. 대부분의 자카르타 식당들 은 낮과 저녁 시간에 각각 2~3시간 정도 영업을 했다. 마치 침체된 사회주의국가와 같이 보였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수출 드라이브 정책에 시동 을 걸 당시인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 직후 우리 나라의 봉제, 신발과 전자 등 노동집약적 산업이 대거 인도네시아로 이전하면서 현지 경제도 활기 를 찾기 시작했다. 당시 인도네시아는 수출 강세 에 힘입어 연평균 6~7%의 고도성장을 구가했다. 하지만 수출증가율이 1995년 26.6%에서 1996 년 6.4%로 크게 둔화되었는데, 이는 세계 경제 둔 화 등 경기적인 요인 이외에도 중국과 베트남 등 저가 노동집약적 제품을 수출하는 경쟁국들의 부 상에 따른 국제경쟁력의 상실과 같은 구조적인 요 인 때문이다.
‘신질서’(New Order) 체제라는 이름으로 32년간 인도네시아를 철권 통치한 수하르토 대 통령이 1997년 금융ㆍ외환(IMF 경제위기) 위기 의 쓰나미를 맞은 후, 이듬해인 1998년 5월 21 일 민주화 바람에 밀려 하야했다. IMF 경제위 기 상황 속에서 신질서 체제가 무너지고 개혁시 대(Reformasi)를 맞은 인도네시아는 정치ㆍ경 제ㆍ사회ㆍ문화 등 총체적인 대혼돈에 빠졌다. 수하르토가 실각한 이후 집권한 하비비, 압두라만 와힛(구스두르), 메가와띠 정권 등 과도기를 거쳐 2004년 대통령 직접선거로 수실로 밤방 유도요 노 대통령을 선출했다. 인도네시아는 유도요노 집 권기에 중국의 경제성장에 편승해 원자재 수출이 급증하고, 5~6%대 경제성장을 구가하면서 G20 국가(주요 20개국)로 발돋움했다.
1997년 IMF 구제금융체제와 1998년 민주화 운동으로 촉발된 수하르토 정권의 붕괴는 1945 년 독립을 선언한 신생국인 인도네시아공화국 역 사에 큰 획을 긋는 사건이다. 개혁시대를 맞아 어 울리지 않을 법한‘민주주의와 이슬람의 양립’ 이라는 정체성 확립에 몸살을 앓았다. 민주주의를 지향하면서도 온건ㆍ중도ㆍ강경 이슬람 등 다양 한 모습이 드러났다. 수하르토 정권기에 이슬람에 대한 견제와 회유로 겉으로 들어나지 않았던 원리 주의 이슬람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이슬람의 정 치세력화가 진행됐고 다양한 성향의 이슬람들은 각기 색깔을 갖는 정당을 창당하면서 영향력 있는 정치세력으로 등장했다.
이 당시 가장 두드러진 사회변화 가운데 하나는 복장이다. 수하르토 정권기엔 흔치 않았던 여성들 의 질밥(히잡) 착용이 새로운 트랜드로 나타났다. 심지어 눈만 내놓고 온몸을 가리는 부르카를 입은 여성도 가끔 눈에 띈다. 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서도 경제성장에 힘입어 중산층이 두터워졌고 서 구화의 물결도 거세게 밀려왔다.
자라(Zara)와 H&M 등 글로벌 패션브랜드들이 현지 시장에 확산되고, 세계 각지의 음식이 소개 되면서 자카르타 거리는 여는 국제도시와 구별이 힘들 정도로 변모했다.
그 동안 잠재력만을 얘기해오던 인도네시아가 이제는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다국적 컨설 팅회사인 맥킨지는 인도네시아의 국내총생산 (GDP)이 오는 2030년 독일과 영국 GDP 규모 를 넘어 세계 7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 을 내놨다. 더 나아가 2055년이 되면 인도네시아 가 세계 4위 경제대국에 오를 것이라고‘유엔미 래보고서’가 예측했다. 2055년엔 중국에 이어 인도, 미국 다음으로 인도네시아가 경제대국이 된 다는 전망이다.
다소 장밋빛 같은 전망에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 겠지만, 인도네시아에서 유명한 컨설팅회사인 마 크플러스(MarkPlus)의 헤르마완 까르따자야 창 업자 겸 회장의 미래 인도네시아 경영이론인 ‘인 도네시아 와우’(Indonesia Wow)를 소개하겠다.
다양하고 풍부한 자원, 세계 4위의 인구, 인도양 과 태평양을 잇는 전략적인 위치 등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인도네시아는 잠룡(潛龍)이 있었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 잠룡이 아니다. 최 근 인도네시아엔 교육 받은 젊은층, 다양한 분야 에서 활약하는 여성 파워 그리고 미래 민주사회의 시민이 될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네티 즌의 빠른 확대와 성장은 미래의 인도네시아를 가 늠하게 한다.
종교적 주류인 이슬람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종교와 많은 종족과 인종이 한 데 어우러진 진정 한 다문화국가인 인도네시아는 다양성이 약점으 로 작용하는 게 아니라 강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래의 인도네시아는 글로벌 할랄(Halal) 경제 의 중심이 되고, 인도네시아의 화교 경제력은 경 제대국인 중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 등 동북아시 아 국가와 교류하면서 인도네시아를 세계 4대 경 제대국으로 견인하는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낙 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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