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01 바다로 가는 길… 작가 허 필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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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마치 저 길 너머 그리운 이가 걸어오고 있을 것만 같은 아련함을 느꼈다. 어머니와 인연이 짧았던 나. 행복은 주관적이라 했던가.. 아무 부족함이 없는 나, 그러나 그 옛날 어머니 품이 내 우주였던 그 시절이 참으로 그리워지게 하는 작품이다.
작가 허필석은 어릴 적 깊은 산골 작은 마을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앞뒤로 큰 산이 마을을 감싸고 있었기에 늘‘저 산 너머엔 뭐가 있을까?’라는 상상을 하곤 했었다. 나름 여러가지 생각이 그의 머리를 떠나지 않았지만 유독 떠나지 않은 그것은‘저 너머엔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실제 바다를 보지 못한 그로서는 산 너머의 세계를 그저 상상만 해볼 수 밖에 없었으며 그런 그에게 바다는 유년시절의 신기루와 같았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높기만 하던 그 산을 올라 가 보았다. 하지만 정상에서 내려 본 반대편은 똑같은 산들이 중첩되어 있을 뿐 그가 기대했던 것 과는 아주 다른 평범한 모습이었던 것이었다. 훗날 그 지역은 바다와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는 그 때 그 산에 올랐던 사실을 무척이나 후회했었다. 막연한 기대감을 조금이라도 오래 간직할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있어야 할 바다는 없고 끝없는 산봉우리들만 그의 눈 앞에 겹쳐 보일 뿐이었던 그 풍경은 마치 ‘꿈(=바다)’이라는 이상을 동경할 여유조차 없이 반복되는 우리네 일상 과도 같은 것이다.
허필석 작가는 많은 실제 풍경들을 그려왔다. 앞으로도 그는 그럴 것이다. 풍경은 그만의 휴식과 같고, 또 다른 세계에 대한 희망인 셈이다. 그 풍경은 실제에서 벗어나 이제는 그 자신만의 프레임 안에서 재탄생한다. 그의 마음의 길이고 풍광인 것이다. 길은 굽이굽이 끝없이 연결되어지고 산과 들은 저 너머로 끝없이 중첩되어진다.
늘 그의 머리 속엔 어린 시절 실루엣처럼 어렴풋이 남아 있는 상상 속의 풍경에 집착되었고 겉으로 보이지 않는 그것을 표현하려는 의지가 작품 속에 내제 되어있다.
그는 구상 작가이다. 하지만 그는 손과 눈과 머리보다는 감성을 애절하게 표현하는‘가슴’ 으로 그리는 작가이고 싶다. 붓으로 물감을 풀어서 캔버스에 그의 구상 능력을 맛깔 나게 그려 나가고 노력하는 구성 작가… 그의 작업은 전통적인 재료를 쓰지만 작업 과정에선 정해진 순서가 없다. 우리가 배워왔고 알고 있는 방식을 취하진 않는다. 흰 캔버스에 임의로 정한 부분부터 그가 쓰고 싶은 색으로 붓 끝에 힘을 실어 표현하고 그 다음에 대한 계산을 하지 않는다. 그저 표현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따라 갈 뿐이다.
그의 작품은 그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신기루를 보이고 싶어한다. 그는 바다, 산, 그를 그리고 있다.
작품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애틋한 기다림과 그리움, 따뜻한 꿈과 희망이 작품을 보는 관객의 정서에 온기 있는 위로를 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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