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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지상 갤러리 - 구스타프 카유보트 < 비오는 날, 파리 거리>

8,075 2015.07.0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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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사람들이 길을 만들고 길은 ‘사람들’을 만든다.

< 비오는 날, 파리 거리> 어릴 적 보았던 ‘주말의 명화’ 어느 한 장면이 캡처된 듯한 그림.
19세기말 어떤 미술 사조에 넣어도 낯설은 화가 구스타프 카유보트.
주류이던 아카데믹한 그림에 넣기엔 주제가 너무 저속하고(당시 비평가들의 평), 인상파라 하기엔 너무 엄밀하고 정교하며(에밀 졸라의 평), 밀레나 쿠르베 같은 사실주의라 하기엔 어떠한 정치, 사회, 도덕적인 메시지도 없다. 그의 그림은 오히려 시대를 훌쩍 뛰어넘어 1960년대 후반에 등장한 포토리얼리즘에 가까운 분위기다.

상류층 빠리지엔. 젊은 나이에 엄청난 상속자가 된 카유보트는 인상파 그림의 가치를 알아본 최초의 후원자였다. 그는 마네, 모네, 드가, 르노와르, 세잔, 피사로 등의 작품 수집하고 그들에게 경제적인 도움과 전시의 기회를 제공하였다. 
모네의 권유로 붓을 잡게 되면서 그는 인상파의 색감과 사실주의 붓터치로 담담하게 일상을 그렸다. 법률을 공부한 공학도답게 도로, 다리, 목조물, 요트 등을 정밀하게 그렸으며, 대개의 인상파 화가들과는 달리 화사하고 아름다운 여인들 보다는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거나 동적인 남자들을 많이 그렸다.

무심히 찍은 한 장의 스냅사진 같은 이 그림. 건물들은 원근법의 텍스트가 될 만큼 그려졌으며 화면을 정확하게 반으로 가르는 녹색 가로등과 정확히 반만 보이는 남자의 뒷모습. 우연을 가장한 치밀함이 아니라면 참으로 상식적이지 않은 이러한 구도 덕분에 오래된 스냅사진처럼 보인다. 
20명도 넘는 사람들이 오가는 그림의 주제는 “길과 시선(視線)”이다. 나폴레옹 3세와 오스만 남작의 주도하에 좁고 지저분한 파리의 골목길은 확 트인 사통팔달의 ‘오스만대로’로 거듭 난다. 대로 양쪽에는 새롭고 화려하며 이국적인 가게들이 들어서고, 오후면 맵시를 낸 사람들이 산책으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벨 에포크’라 불리는 ‘아름다운 시대’이다. 
거니는 사람들을 보고 보이기도 하면서 의상에 관심을 갖게 되고 디자이너가 인기를 얻게 되고...... 그러면서 파리는 패션의 도시가 되었다고 하니 어디 옷차림뿐이랴. 다른 이들을 보면서 스스로를 보게 되고 즐비한 노천카페에서 밤새 대화를 나누면서 철학도 꽃 피웠을 것이다.

그렇게 <비오는 날, 파리 거리>에선 시선이 보인다. 저마다 우산을 들고 있어서 시야가 불편함에도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두 사람은 길 저편을 보고 있고 등을 보이고 걸어가는 남자는 앞의 두 사람을 보면서 걷고 있다. 자주 그렸던 발코니나 다리의 남자들 그림에서도 시선은 중요하다. 그림에서 보이는 어떠한 선 보다도 시선이 더 분명하게 느껴진다. 

자신의 미학이나 메시지를 주장하지 않으면서 여느 화가보다도 힘있고 매혹적인 그림을 그렸으며, 인상파 최대의 후원자가 되어 근대 미술사에서 ‘대로(大路)’의 역할을 하며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내어주고 길지 않은 삶을 살다간 딜레탕트한 멋진 남자.
처음엔 이쪽으로 걸어오는 남자의 모습에서 카유보트를 보았는데 지금은 세 갈래로 나누어지는 오스만대로에서 카유보트를 보게된다.

글 : 김선옥(인니 미협회원/땅그랑문화원회화반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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