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최진열의 경제칼럼/세계는 지금 금리인하 경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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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금리인하 경쟁 중
글: 최진열 부장(KEB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I)이 지난 3월 17일 통화정책회의를 개최하고,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7%에서 6.75%로 0.25% 포인트 인하키로 결정했다. 금번 금리 인하는 올해 1월과 2월에 이은 3개월 연속 인하 조치이다. 작년만 해도 중앙 은행은 기준금리를 연초 한차례 0.25% 포인트 (7.75%→7.50%) 낮춘 것을 제외하면 연중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해 왔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가 경제성장률 회복에 있음을 상징 적으로 보여준다. 앞서 실시한 두 차례의 통화 완화 정책의 파급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판단 하에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 금리인하가 단행된 것이다. 원자재 가격 하락과 수출 감소 등으로 2015년 경제성장률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 저 수준으로 하락하자, 정부 관계자는 물론 조코위도도 대통령까지 나서서 수출 경쟁력 개선 및 성장률 회복을 위한 금융완화 정책을 중앙은행에 주문하고 있는 형세다.
올해 단행된 금리인하는 물가상승률 안정과 루피아 통화 강세로 통화 완화 정책을 이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물가상승률은 2015년 11월부터 정부의 관리 목표 범위인 3~5%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고, 특히 12월에는 6년만에 최저치인 3.35%를 기록했다. 중앙은행은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이 최대 5%를 넘지 않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달러대비 루피아 가치 역시 올들어 대부분의 신흥국 통화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과 달리 2016년 들어 3월24일까지 3.8% 상승하며 안정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올들어 금리 인하를 단행한 국가가 인도네시아 뿐인 것은 아니다. 세계 130여개 국가 중 올들어 기준금리를 올린 국가는 13개국인 반면, 내린 국가는 18개국이다. 시선을 OECD 국가군으로 돌리면 금리 인하 추세는 확연해 진다.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올들어 3월24일까지 금리를 인하한 국가는 전체의 62%에 해당하는 21개국에 달한다. 2015 년 12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 대부분의 국가가 금리인하 기조를 바꾸지 않은 것이다. 연초 글로벌 증시 폭락, 유가 하락,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감 등으로 글로벌 경기 악화 우려가 확대되며 각국이 경쟁적으로 자국 경기 방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를 인상한 국가는 주로 중남미, 중앙아시아 및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 집중되어 있다. 나이지리아, 콜롬비아, 페루, 남아공, 아제르바이잔, 나미비아 등이 그 대상이었다. 취약한 경제 여건 상 만성적인 달러 부족 및 인플레이션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이들 국가들은 달러 유출을 방어하고 인플레이션을 통제 가능한 범위 내로 묶어두고자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경우가 많았다.
각국의 금리 인하 러쉬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국의 향후 금리 인상 시기와 속도에 달려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미연방준비제도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재동결하면서, 당초 4차례로 예상되었던 년 간 금리 인상 회수를 2차례로 축소 예고했다. 아울러 3월29일 옐런 연준의장이 미국의 경제 전망의 위험요소를 고려할 때 통화정책 조정이 “조심스럽게(cautiously)”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힘에 따라 4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시장에서 사실상 배제되는 동시에, 금리 인상 시기가 하반기로 지연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확대되는 상황 이다. 이로써 인도네시아를 포함해 통화 완화 정책을 펴고 있는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적 부담감도 함께 완화됨으로써 향후 추가 금리 인하 논의 역시 활발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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