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동정/단체소식

가자미 식해 – 문인협회 수필산책 2 [싱가포르 한인신문 신춘문예 우수작]

4,008 2017.10.26 05:35

짧은주소

  • - 게시글 링크복사:

본문

가자미 식해 – 문인협회 수필산책 2 [싱가포르 한인신문 신춘문예 우수작]

가자미 식해

이 은 주 (수필가, 한국문협 인니지부 부회장)

한동안 보이지 않던 가자미 식해가 저녁상에 올랐다. 이번에는 아주 잘 익었다며 어머니는 슬며시 아버지 앞으로 내놓으신다. 어머니는 맛이 어떤지 궁금해하는 표정으로 아버지 얼굴만 쳐다보고 계신다. 여느 때 같으면 덜 익었느니 메조 밥이 너무 되다든지 트집이 많으신데, 오늘은 아무 말없이 그저 고개만 끄덕이신다. 며칠째 남북 이산가족 상봉장면을 보며 흘린 눈물로 얼룩진 아버지의 얼굴은 또 하나의 이산가족의 모습이다. 우울해하는 아버지를 보다 못한 어머니께서는 가자미식해를 만드셨다. 

아버지의 고향은 함경북도이다. 삼대독자로 잠시 다녀오겠다는 말만 남기고 남한으로 내려와 오십 년이란 긴 세월을 오고 가지 못한 채 묶여버렸다. 얼마 전부터 고향을 방문할 수 있다는 소식에 친구들과 고향 방문단 접수를 위해 다니셨다. 그 기쁨도 잠시, 자나깨나 그리워하던 부모님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오열을 참지 못하시더니, 식사도 거른 채 며칠 째 TV 앞을 떠나려 하지 않으신다. 안타까운 소식에 우리 모두 침통해 할 수밖에 없었다. 남한이 고향인 어머니는 얼굴 한번 뵌 적 없는 시어머니에게 전수 받지 못한 가자미식해의 맛을 내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나름대로 책을 보기도 하고 맛있게 가자미식해를 담그는 음식점을 찾아가 묻기도 했지만 아버지는 참 맛있다, 바로 이 맛이다! 라고 하신 적이 단 한번도 없으셨다. 매정한 아버지의 평가에 섭섭한 어머니는 다시는 만들지 않겠다 하면서도 참가자미 물이 좋을 때면 제일 먼저 달려가 가자미식해 재료를 사오신다. 

이번 고향 방문 길에 시어머님을 뵙게 되면 꼭 가자미식해 담그는 법을 물어봐야겠다고 벼르시더니 돌아가셨단 소식에 제사 음식을 만들듯 온 정성을 다해 가자미식해를 만드셨다. 어머니 마음을 아는지 이번 가자미식해는 유달리 쫄깃쫄깃한 맛이 들어 아버지도 오랜만에 맛있게 식사를 하신다. 가자미식해를 담글 때면 온 식구가 다 모인다. 올케들은 시집와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항아리에서 가자미식해를 떠 올 때마다 부산을 떨더니 이젠 가자미식해 담그는 방법을 알려 달라곤 한다. 가자미식해는 손바닥만한 크기의 노르스름한 참가자미를 골라 내장과 머리를 떼버리고 씻은 다음 소금을 뿌려 돌로 눌러둔다 하루 정도 지나서 2-3cm크기로 토막을 친다. 메조 밥을 돼 직하게 지어 마늘, 생강, 고춧가루, 엿기름을 부어 가자미 토막과 함께 항아리에 눌러 담고 삭힌다. 조밥이 다 삭으면 무를 굵은 채로 쳐서 소금에 약간 절인 후 마늘 고춧가루 통깨를 넣어 버무린 것과 가자미를 섞어서 담는다. 이틀 정도 잘 익히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어머니는 가자미식해의 온도를 맞추느라 늘 내 방 구석에 담요를 덮어 익히셨다. 하루쯤 지나면 익어가는 특유의 냄새가 싫어 나는 치워달라고 짜증을 내곤 했다. 내가 없을 땐 갖다 놓으시고, 돌아올 시간이면 치우느라 어머니는 항아리를 들고 소란스러운 숨바꼭질을 한다. 아버지께서 맛이 없다고 타박이라도 듣게 되면 내방의 온도가 맞지 않았다고 이유를 대곤 하신다. 이런 저런 트집을 잡는 아버지의 입맛은 할머니가 보고 싶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아니었을까 싶다.

맛있다, 한 입 먹으며 철없이 웃는 딸의 모습에 ‘녀석 네가 무슨 맛을 안다고’ 하시며 아버지는 오랜만에 웃으신다. 쫄깃하게 씹히는 가자미, 무와 조의 섞임이 입안 가득 감칠맛을 낸다.

이젠 아버지의 그리움이 어떤 맛을 지녔는지 알 것 같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가자미와 조가 서로 겉돌기만 하더니 이산가족 상봉으로 온 세계가 떠들썩한 지금 만남과 화합의 맛인 양 푹 익어있다. 부모와 자식이, 형과 아우가 얼굴도 알아볼 수 없이 늙어버린 노부부가 만나는 광경이 이처럼 감칠 맛나게 할 줄이야. 그들이 흘리는 눈물로 인해 멀리 떨어진 지구촌 사람들의 가슴을 달구고 있다는 소식들이다. 

알아들을 수 없이 빠르게 부르는 랩과 노래말로 젊음을 노래하던 이 땅의 젊은 세대들은 어떤 심정으로 그 모습들을 지켜 보았을까? 어제는 아버지께 면 민회 (이북이 고향인 사람들의 모임)에서 전화가 왔다. 어머니는 가자미식해 좀 가져가시지요, 하며 보자기에 싸드린다. 아버지와 친구들은 가자미식해를 드시면서 얼마나 많은 얘기꽃을 피우셨을지 눈에 선하다. 젊은 시절 고향에서의 겨울 밤 술안주로 먹던 가자미식해의 맛을 토로하며 옛 고향 길을 따라 지칠 줄 모르고 걸으셨을 게 뻔하시다. 짧은 유년의 기억으로는 다 채워지지 않는 빈 그릇을 들고 돌아오시며 아버지는 얼마나 애통하셨을까? 안타깝게 흘러 보낸 반세기의 세월을 보상받듯이 가족을 만나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지만 아버지처럼 뒤에서 우시는 사람들이 또한 얼마나 많을까?

TV에서 본 이산가족들의 생생한 슬픔을 지켜보며 세익스피어가 살아있다 해도 이 비극적인 아픔을 다루지는 못할 것이다. 세월이 흐르고 가로 막힌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서로에게 겨눈 총부리가 녹슬지언정 혈육의 정은 변함없을 것이다. 제 아무리 차가운 이데올로기의 장벽이 높다 해도 몸 속에 흐르는 혈육의 뜨거운 피로 녹아 내리지 않을게 있을까? 며칠 후면 상봉한 가족들은 또다시 이별의 아픔을 삼키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봇물처럼 터진 그리움을 어찌하고 돌아설지 그 또한 애닯기만 하다. 

친구들이 이산가족 상봉 기념으로 북한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자고 한다. 메뉴를 보니 가자미식해가 있다. 친구들은 맛이 없다며 먹지 않는다. 예전에 나도 그랬었다 맛이 없다고 투덜대는 딸의 모습을 보며 상에서 말없이 가자미식해를 내려놓으시던 아버지 마음이 어떠셨을까. 음식점을 나오며 가자미식해와 북한 술을 사왔다. 온 가족이 한자리에 다 모였다. 아버지는 기억 속에 돼 감기던 고향의 그리움을 하나하나 우리들에게 풀어 놓는다. 술이 조금 오르니 아버지께서 고향 무정을 부르신다. 상기된 아버지의 표정처럼 가자미식해가 발갛게 홍조를 띠고 있다. 

2344716096_1508986869.6857.jpg

*가자미 식해 : 함경도 향토음식


2344716096_1508970713.0629.png


▲ 이은주 작가


2344716096_1508971226.7387.jpg

2344716096_1508971229.391.png

2344716096_1508971225.8183.jpg

▲ 한국문협 인니지부 작가들

2344716096_1508971230.4028.png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238건 74 페이지
제목
한인회 아이디로 검색 2017.11.07 3,824
한인회 아이디로 검색 2017.11.06 7,453
한인회 아이디로 검색 2017.11.04 4,596
한인회 아이디로 검색 2017.11.04 4,372
한인회 아이디로 검색 2017.11.04 4,191
한인회 아이디로 검색 2017.11.03 3,495
한인회 아이디로 검색 2017.11.03 3,505
한인회 아이디로 검색 2017.11.02 3,524
한인회 아이디로 검색 2017.11.01 3,430
한인회 아이디로 검색 2017.11.01 3,517
한인회 아이디로 검색 2017.10.31 3,809
한인회 아이디로 검색 2017.10.31 4,365
한인회 아이디로 검색 2017.10.31 4,592
한인회 아이디로 검색 2017.10.27 3,979
한인회 아이디로 검색 2017.10.26 3,353
한인회 아이디로 검색 2017.10.26 4,472
한인회 아이디로 검색 2017.10.26 4,792
한인회 아이디로 검색 2017.10.26 4,009
재인도네시아 한인회 아이디로 검색 2017.10.25 3,541
한인회 아이디로 검색 2017.10.25 3,690
한인회 아이디로 검색 2017.10.25 4,268
한인회 아이디로 검색 2017.10.24 3,939
한인회 아이디로 검색 2017.10.24 3,804
한인회 아이디로 검색 2017.10.24 3,898
한인회 아이디로 검색 2017.10.22 3,440
한인회 연락처
서식다운로드
기업 디렉토리
참여마당
일정표
사이트맵
안녕하세요. 인도네시이아 현지에서 "서바이벌 인도네시아어 초급과정" "제1권"과 "제2권"의 종이책을 원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알려드립니다. 현지에서 종이책을 원하시는 분께서는 제 개인 카톡(아이디: kimjonglan)으로 연락을 주시면 좋겠습니다.참고로, 현재 현지에서 인쇄와 제본 중이니, 5월부터는 발송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격은 권당 Rp 150.000입니다.…
쫑란 2026-04-21
카마그라 직구로 분위기 전환, 선택은 바라트몰카마그라를 해외 직구로 찾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특히 파트너와의 만족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제품 선택만큼 구매 경로도 중요하죠. 바라트몰은 이런 니즈를 반영해 신뢰도 높은 직구 환경을 제공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카마그라 한 번에 정리효과 · 가격 · 실제 후기까지카마그라는 실데나필 성분을 기반으로 한 제품으로, 빠른 체감과 비교적 안정적인 사용 경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꾸준히 선택받고 있습니다. 바라트몰에서는 정품 위주 구성 + 합리적인 가격대로 접근성이 좋다는 평가가 많습니다.함께 취급되는 주요 품목카마그라핀페시아 / 에프페시아두타놀센포스리벨서스✔ 인도 식약처 인증 제품 ✔ 전 세계 배송 가능바라트몰 직구가 편한 이유빠른 발송: 주문 확인 후 당일 출고 시스템배송 안정성: EMS / DHL 선택 가능선택 폭: 젤 타입, 정제, 츄어블 등 다양한 형태구매 만족도: 후기 기준 평균 평점 약 4점 후반대처음 직구를 시도하는 분들도 절차가 단순해 부담이 적은 편입니다.이런 분들께 잘 맞습니다국내 구매가 어려운 제품을 찾는 경우성분·제조 이력 확인이 중요한 분가격 대비 안정적인 선택을 원하는 분후기 기반으로 판단하는 소비 성향필요하다면 상담을 통해 제품 선택 가이드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정리하면카마그라 직구를 고려 중이라면, 배송·정품·가격 세 가지를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바라트몰은 이 조건을 비교적 균형 있게 충족하는 선택지 중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자주 묻는 질문Q. 배송은 얼마나 걸리나요? A. 평균적으로 7~10일 내 수령하며, 추적 번호가 제공됩니다.Q. 결제 수단은 어떤 게 있나요? A. 카드, 계좌이체, 일부 가상화폐 결제가 가능합니다.Q. 교환·환불은 가능한가요? A. 미개봉 상태 기준으로 일정 기간 내 처리가 가능합니다.관련 키워드#카마그라직구 #바라트몰 #바라트직구 #해외직구 #실데나필 #핀페시아직구 #에프페시아직구 #센포스 #리벨서스 #정품직구 #인도약직구 #주문당일출발…
김바라 2025-12-21
한인기업 디렉토리
한인업체 등록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