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친구 >> 사랑 > 식사 > 땅그랑

연관태그 검색 [태그 in 태그]
000보 정도이다. 아직 고요하고 적막한 새벽녘 2023년 연초에 아침 걷기 운동 을 하며 인연이 된 가까운 동갑내기 화교 친구가 히말라야 최고봉인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해발 5 300보)로 보폭 과 보속을 점차 늘려 나간다. 일평균 아침 걷기 운동량 은 12 324 미터)는 평생 잊지 못할 특별한 기억이 남아 있 는 곳이다.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 게임이 열리던 해였다. 새해 벽두인 1월 4일 346미터) 동반 등정을 제의해 와 일말의 주저 함 없이 흔쾌히 수락 후 설레는 마음으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그해 5월 8일 드디어 14박 15일 일정으로 네팔 의 수도 카트만두에 도착 726미터)도 그때 한 국인 동료 2명과 함께 등정했다.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많이 올랐던 Gunung Pulosari (해발 1 961미터)를 12 월 초 북벽 루트를 통하여 정상 등정에서 하산까 지 21일이 소요되는 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 산악등반 전문 에이전트를 수소문하던 중 Gunung Pangrango를 등 정하기 위해 거주지인 땅그랑에서 새벽 3시에 출 발하여 등산로 입구에 5시경 도착 Jakarta) <인도네시아 이야기> 공모전 수상작 일반부 대상 주인도네시아대한민국대사상 한인뉴스 2024년 12월호 I 45 대가 되어드리는 건 덤이었다. 아버지 말씀에 따 르면 경로당이 생기고 난 뒤 가 깝게 지내는 후배가 주말 산행을 제의해 와 가벼운 점심식사 후 정상의 거대한 분화 구 둘레길과 발아래에 시원하게 펼쳐 있는 Alun- Alun 평원을 둘러본 후 감정 조절 건강 개선 걷는 동안은 번뇌와 망상이 많이 사라지고 걸으며 염불하면 일석 이조가 되겠다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되었다. 처음 얼마 동안 쉽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걸음걸 이가 보다 가벼워지고 경사도가 심하고 험한 지형인 정상 부 분에서 하산 중 교민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은 남쪽과 북쪽 지역이다. 자카르타 중심부에 위치한 자카 르타 경로당은 개소한 지 올해로 2년째를 맞이했 다. 한인회와 대사관 그날은 수면제 없이도 잠을 잔단 말이지.” 어르신들의 얘기를 한 달 남짓 듣다 보니 깨달았 다.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은 없는 것처럼 세상에 위로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도 없다는 걸. 그리고 가슴 아래서 뭉클뭉클 올라오는 이 느낌. 머릿속 에 “무엇이든 보탬이 되고 싶다.”는 울림이 멈 추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목록을 적고 실천해 나갔다. 첫째. 어르신들의 건강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불편 한 곳이 있는 어르신들은 그때그때 바로 통보하도 록 안내하기. 둘째. 대사관의 도움을 받아 동네의원들과 한의원 그리고 자각한 것들을 통하 여 세상을 바라보고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마음을 보다 조화롭고 지혜롭게 발전시 켜 심신의 안정과 육신의 건강을 함께 지켜가는 명상은 실천 방법이 매우 간단하며 단기간에 뚜렷 한 효과를 기대하기보다는 극즉반(極卽 反)’이라 ‘궁하면 통하고 극에 다다르면 반전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지루함을 해결하기 위해 운동을 시 작한 지 오래지 않아 스스로 생각해 낸 방법이 ‘걸으 면서 소리 내어 염불하기’였다. 평소 염불을 하면 집 중이 잘 되는 나의 장점을 살려 급격히 몸의 중심을 잃고 구르며 아 래로 추락 꾸준히 실천하면서 서 서히 변화를 체감해 가는 과정이다.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꾸준하게 실천해 나가는 것이 심리적 안정과 습관 형성에 도움이 되며 끌라빠가딩 등지에서 온 어르신들로 자 카르타 경로당의 강당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주차장이 또 만석이네. 할머니 할아버지 따라 온 손주들이 아래층에서 간식을 먹느라 좀 소란 스럽지?” 시끌벅적한 시장통 같은 분위기에 아직 적응이 안 되어 어리숙한 나는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쿵짝 쿵짜라 짜라자자! 음악이 흘러나오는 동시에 어르신들이 자리를 박 차고 일어나 어깨춤을 들썩이신다. 흥에 겨워 분위 기는 정오의 적도 땡볕처럼 뜨겁게 달궈진다. 냉방 을 최대치로 돌리는 에어컨이 무색할 정도로 강당 은 후끈후끈하다. 경로당에 들어설 때만 해도 무릎 이 시큰거리고 허리가 쑤신다던 어르신들이 노래 를 부르며 땀이 흠뻑 젖도록 춤을 추신다. 30분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자리에 앉는 분들이 하나둘 생긴다. 앉아서도 박수만은 끊이지 않는다. ‘저렇게 재미있으실까? 인생의 황금기라는 이십 대인 나는......’ 때로는 내가 어르신들보다 더 나이 든 기분이 든 다. 보통 1주일에 네다섯 번은 공연이나 강연 나의 삶과 동행하는 소중한 무형의 자산들 매일 아침 4-5시 사이면 잠자리를 훌훌 털고 일 어나 먼저 실온의 생수를 충분히 들이켜 밤새 잠 들어 있던 육신에 생기를 불어 넣어주며 신진대사를 재 촉한다. 그리고 스트레칭으로 몸과 관절을 가볍게 풀어 준 후 나이 먹으니 용기가 더 안 나더라고. 보다 못한 아들에게 끌려오다시피 해 서 처음으로 이곳에 오게 되었지. 그 후 나의 인도네 시아 생활은 180도 달라졌어. 잃었던 웃음도 찾았 고 건강도 좋아지고 마음도 편해졌지.” 여기까지 말한 사탕 할머니는 마음 편한 미소 를 지었다. “나에게는 하루하루가 천국이 따로 없어. 어찌나 고맙고 감사하던지. 매일매일 감사 기도하는 버릇 도 생겼어. 그런데 한가지 내 얘기 듣고 있지?” “그럼요!” 내가 맡은 업무는 자카르타 경로당에 들어오는 후원 물품 관리와 매번 열리는 행사 일정을 관리 하는 일이었다. 경로당에 오는 어르신들의 말 상 소설 자카르타 경로당 Balai Manula Jakarta 서상영 (미르한의원 원장 내 얘기를 듣는 기분이었다. 겉으로는 명랑해 보이지만 뒤로는 어두운 그림 자가 있는 나는 내가 살고 있는 땅그랑 지역 리뽀까라와치의 잘 정돈된 가로수 길가엔 풀벌레 와 이름 모를 온갖 새들의 울음소리가 어우러져 귓전을 울린다. 자연의 소리 그대로 힐링이 되어 마음이 맑아 무애 이영일 한인뉴스 2025년 10월호 I 57 지고 기분이 상쾌해진다. 도로에는 간간히 바쁜 하루를 시작하는 차량들이 길가에 가지런히 서 있는 키 큰 가 로수들을 무심하게 지나친다. 아침 걷기 운동을 시작한 지 어느덧 12년 넋을 잃고 몰입 하며 직관했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이밖에도 주로 서부 자바 지역 Pandeglang 소재 Gunung Pulosari를 비롯하여 이름도 분명치 않은 여러 봉 우리들을 시간이 날 때마다 쉼 없이 오르내렸다. 세계적인 트레킹 장소로 널리 알려진 Lombok 섬 의 Gunung Rinjani(해발 3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엿듣는 버릇 이 생겼다. “딸애가 인도네시아 거주하는 사위를 만나 결혼 한 지 5년 만에 임신해서 아들을 낳았어. 손주가 너무 보고 싶어 왔다가 다시 태 어난 기분이야. 나 다시 한번 도전해 볼래.” “그래 댄스와 노래 교실 등이다. 여러 한인 단체들과 기업 두려운 고산증을 극 복해 가며 평생 소망하던 히말라야 등정의 꿈을 드디어 이루며 아콩카구아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 도 접을 수 있었다.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장엄하며 신비스러운 세 계의 지붕 히말라야 산맥의 위용은 시간이 지날수 록 선명해지며 꿈에도 잊지 못할 웅장하고 신묘 한 모습으로 내 마음속 깊은 곳에 각인되어 있다. 지금도 히말라야를 다시 한번 오르고 싶은 마음 간절하나 뚜벅뚜벅 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 는 나는 마을과 도시들을 내려다보며 두 팔을 높이 들고 환호를 지 르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또한 산은 일상으로부터의 탈출과 희망을 상징 한다. 사계절 끊임없이 전개되는 변화무쌍한 대자 연의 파노라마 마음이 지배한다.’ 우리가 익히 들어 잘 아는 일체유심조(一切唯 心造)를 영어로 적절히 표현해 보면 ‘All things are created by the mind alone’ 모든 것은 오 로지 마음이 지어낸다는 뜻이다. 인간이라는 존재 는 자신이 경험한 것 말도 안 통해. 친구도 없어. 낯 선 곳에서 적응 못하고 집에만 있으니 답답해서 살 수가 있어야지. 설상가상 며느리와 마찰이 나날이 심해져 고성이 오가서 손주들 보기 창피해. 그 스트 레스로 우울증도 앓았고 입이 돌아가는 구안와사도 앓았어. 하루에도 몇 번씩 아파트 창문을 뛰어 내리 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어. 그러다 자카르타 경로당 얘기를 들었는데 맞벌이 부부라 내가 손주 를 돌봐 주면 어떻겠냐고 며느리와의 관계가 아 직도 서먹서먹해. 오늘도 나오는데 자가용 쓰는 문 제로 티격태격하고 나왔더니 영 마음이 편치 않아 서 집에 들어가기 좀 그래. 그래서 물어본 거야. 혹 시 오늘 하룻밤 여기서 자고 가면 어떨까 싶어서.” 잠시 정적이 흘렀다. 나는 사탕 할머니에게 차분 한 어조로 말씀드렸다. “할머니 명상을 시작하고자 하는 초심자에게는 종교 적인 영역을 떠나 세상에 널리 알려지고 검증된 < 정목 스님의 유나 명상 연구소>를 적극 추천한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명상을 통하여 심신의 조화 가 순조롭고 건강하여 행복한 삶으로의 전환점이 되기를 마음 모아 기원한다. “내가 (마음이) 바뀌면 세상도 바뀐다. 그것은 인류가 발견한 최고의 발견이다.” <윌리엄 제임스> 무 리 없이 일상 속에 스며들 수 있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부연 설명하자면 능동적으로 시간을 마련하 고 밖이든 안이든 돌아다니고 싶다고. 지 금 제2의 인생을 사는 느낌이랄까. 허허허.” 부유하기로 소문난 이 씨 할아버지가 침을 튀기 며 말씀하셨다. “누가 건강이 소중한 걸 모르나. 술 담배가 해로 운 것도 알지만 마음이 괴로우니 또 찾게 되는 거 지. 몇 년 전 그 많던 돈과 친구들. 다 부질없더라고. 내가 잘 나갈 때 귀찮도록 찾아오던 사람들이 사업 이 기울었다는 얘기를 듣더니 발걸음이 뚝 떨어지 는 건 한순간이더군. 우리 회사가 인도네시아에 건 설한 건축물과 교량만 해도 몇 개인데...... 정부가 결정하는 일을 난들 어떡하란 말이야! 이런저런 방 법 써봤지만 돈만 날리고 시간만 허비하니 속이 안 썩을 수가 있나. 화병에 걸려서 수면제를 안 먹으면 잠도 못 잘 지경인데...... 그래도 지금은 많이 좋아 졌어. 노래 교실 댄스 교실에서 한껏 흔들고 나면 반복적인 실천을 통해 자신만의 호흡과 리듬 을 찾아 나가는 것이다. 명상에 대한 많은 전문가들의 설명과 자세한 실 천 방법은 ‘명상’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차고 넘치는 정보와 디테일한 자료를 쉽게 접할 수 있 으나 반짝이 모자를 쓰신 일명 김 박사 라는 분이 진행을 맡았다. 쩌렁쩌렁한 목소리와 경 쾌한 율동에 보이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호응은 트 로트 콘서트 현장 못지않다. 그 덕에 오늘도 찌까 랑 사과 하나를 껍질째 먹고 밖으로 나선다. 아직 고 요한 가로수 길가의 큰 나무 가지 사이에 걸쳐 있는 달 과 별들을 바라보며 호흡을 가다듬고 서서히 걷기 시작 하여 저강도에서 중강도(시간당 약 7 사업과 바쁜 일상으로 마니아 수 준이었던 등산을 까마득하게 잊고 지내던 중 산은 이러한 인간적 욕망을 상징적으로 채워준다. 우뚝 선 푸른 산은 인간들에게 우아한 침묵으로 보다 높은 곳으로 올라와 보라는 매력적 인 손길을 내밀곤 한다. 일련의 힘든 과정을 딛고 어렵게 정상에 서면 정 신적 성취감과 전율 같은 짜릿함을 몸소 체험하고 감동하게 된다. 눈앞에 펼쳐진 산야와 하천 산이 보여주는 모습에서 외경심을 갖고 배우 며 성장해 간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접고 인도네시아에 둥지 를 틀게 된 후 산행 중 한인뉴스 2025년 10월호 I 61 마주치는 젊고 활기찬 여러 친구들과 동행하며 격 의 없는 대화를 즐기고 있다. 또한 몇 달 전부터 노후에 빠르게 진행되는 근감 소로 인한 질병과 낙상 사고 예방을 위해 주 4-5 회 가벼운 피트니스 운동으로 근력 강화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등산·걷기·피트니스 운동이 주로 육체적 건강 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면 마음과 육신을 두루 건강하게 치유하며 영혼을 맑게 하는 ‘명상’은 단연코 인류가 낳은 최고의 발견이며 최상의 심신 수련 방법이다. 명상의 효과는 과학적으로 스트레스 감소 새해를 시작하는 굳건한 각오로 전화 면 접과 예약을 끝내고 매주말마다 등산에 전념하고 있던 때였다. 당시 Gunung Pulosari 산은 지진이 발생한 지 얼 60 I 한인뉴스 2025년 10월호 마 지나지 않은 곳이어서 지반이 흔들려 산 전체가 불안정하고 위험한 상태였다. 이러한 사실을 충분 히 인지하고도 2018년 8월 중순경 서너 달의 시간이 흘렀다. 이제 자카르타 경로당은 단순한 모임의 장소가 아닌 ‘사랑과 소 망과 희망’을 나누는 장소가 되었다. 신기한 것 은 또 있었다. 어르신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선뜻 나가기가 망설여지더군. 몇 번 아들의 권유가 있었지만 성인들이 주관하는 건강 강좌 손주들 돌보는 게 너무 버거 워. 그나마 돌아오면 다행인데......” 이번에는 할아버지들 곁에서 핸드폰 하는 척하며 자리를 잡았다. “지금 이 정도로 걸어 다니는 것도 기적이지. 중 풍이 올지 꿈에도 몰랐으니 정말 많이 후회했어. 마누라가 그렇게 술 담배 적당히 해라고 했는데 침대에만 누워 있으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들더라 고. 그동안 건강에 소홀한 것부터 해서. 한국에 가서 치료받아야 빨리 나으려나? 여기도 한국 병원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루는 한 친구 가 찾아와 나에게 이렇게 묻더군. 만약 나에게 방안 한가득 쌓인 금덩이와 걸을 수 있는 신체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어떤 걸 선택하겠냐고. 난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걷고 싶다고 했지. 내 발로 가고 싶 은 곳 가고 수면 질 향상 식당과 연대를 맺은 덕분이다. 그 ‘ 덕’에 자카르타 경로당의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녹초가 되어 버리지만. 아 신비롭게 펼쳐진 운해와 기이하고 신묘한 형상의 하늘 위 구름들 아무 근심 걱정도 없어 보이시는 푸근한 이미지의 할머니였기에 나 는 걱정부터 앞섰다. “사탕 할머니 아직 끝나지 않은 나의 마지막 일과가 남아있 다. 바로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시간이 다. 어머니가 정성스레 준비한 식사를 맛있게 즐 기는 것도 빠지지 않는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그래요 약국과 더욱 밀접한 교류를 형성해 나가기. 셋째. 교통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비슷한 동 네에 사시는 분들의 동선을 파악하고 어디 편찮으세요?” “그게 아니라 내가......” 무슨 말을 하려다 멈칫멈칫하던 사탕 할머니는 좀 체 입을 열지 않았다. “집에 무슨 일 있으세요?” 주춤하던 사탕 할머니가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영감을 떠나 보낸 후 한국 집을 팔고 아들 따라 인 도네시아로 왔는데 어르신들은 손뼉 치 고 웃을 수 있는 장소가 되어 문을 연 이래로 하루 도 빠짐없이 많은 교민이 들르는 장소가 되었다. 이렇다 보니 행사 진행자와 자원봉사자 들의 자발 적인 참여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었다. 오늘은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인기가 많은 ‘시니 어 노래 교실’이 열리는 날이다. 트로트에 맞춰 춤 추고 노래하는데 어린 시절 아빠는 보르네오섬에서 목재업에 종 사하셨다. 몇 년간 가족이 떨어져 살다가 중학교 때부터 우리 가족은 자카르타에 정착해 생활하게 되었다. 호주에서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몇몇 나라를 돌아다니며 실무경험을 쌓던 나는 인도네 시아에 돌아와 백수 생활을 한 지 3개월을 막 넘 어섰다. 뒤늦게 한의사가 된 아버지는 자카르타에서 조 그만 한의원을 운영하셨다. 아버지의 일을 도와드 리고 소설가인 어머니를 보필하며 소소한 나날들 을 보내고 있었다. 당시 작품 활동에 침체기를 겪 던 어머니는 글쓰기보다 잔소리로 이야기를 풀어 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이셨는데 어린아이들도 모여 서 쉴 수 있는 쉼터가 생겼고 엄마. 실컷 얘기하세요. 이 효녀가 다 들 어 드릴게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식사를 마치고 아버 지와 차 한잔하며 음악을 듣거나 담소를 나누는 시간이다. 베란다에 촘촘히 놓인 작은 화분 속의 식물들과 편안함을 주는 은은한 조명들. 그리고 아버지가 손수 준비하시는 구수한 전통차. 하루의 피로를 풀기 충분한 조건들이다. 지금은 알지 못해도 시 간이 흐른 뒤에는 차고 넘치는 작은 행복일지도. 한의사인 아버지는 종종 빵을 굽는다. 아버지는 하루가 조금 고됐거나 정성을 쏟은 환자의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속상하신 날 반죽을 치대신다. 아 버지는 종종 빵 만드는 비유를 통해 당신의 속내 를 비친다. “포슬포슬한 빵을 만들려면 적당한 배합과 숙성 엄마가 몇 번을 얘기해야 알겠니? 여자 는 말이야 오늘은 바로 들어 가시는 게 좋을 것 같 아요. 늦게 귀가하시면 식구들이 많이 걱정할 거 예요. 어서 저랑 같이 나가요. 자가용은 걱정 마 시고요.” 할머니를 모셔다 드리고 인사 하려는데 사탕 할 머니는 여느 때처럼 나에게 사탕을 두 개 건네셨 다. 무엇에 이끌리듯 나도 모르게 할머니에게 다 가가 손을 부여잡고 속삭였다. “오늘은 이 사탕 며느님 드리세요.” 한인뉴스 2024년 12월호 I 47 나는 방긋 웃어 보이고 작별 인사를 건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둑해진 하늘처럼 마음 한 편이 먹먹했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홀가 분했다. 보색처럼 반대되는 이 감정이 무엇인지 정리가 안 되었다. 풀리지 않는 문제가 생기면 중 얼거리는 버릇이 있는 나는 독백을 시작했다. 그 러다 알게 되었다. 사실 할머니의 얘기를 듣는 내 내 오랫동안 등정을 꿈꾸어 오 던 아르헨티나 안데스산맥에 위치한 남미 최고봉 아콩카구아(Aconcagua 오후 5시 이전 하산을 종 료해야 하는 빡빡한 당일 산행을 코로나 시작 전 까지 20여 회 정도 오르내렸다. Pangrango 정상에서 1박하며 발아래 구름을 박 차고 웅장하게 솟아오르는 장엄한 일출 광경을 마 치 인간계를 떠나 신선이 된 듯 왼쪽 발목 골절상을 입게 되었다. 골절된 다리를 질질 끌며 동행한 동료의 부축을 받아 서둘러 하산하던 중 요리 교실 욕망의 삶에 지쳐 힘들어 하는 이들에게 산은 맑은 공기와 넓고 풍요로운 자연의 공간을 내어주 는 모든 생명의 원천이자 발원지이다. 산은 언제나 높다. 높음은 인간의 보편적 욕망의 표현이며 우리 딸. 예전에도 지금도 엄마 아빠는 우 리 혜미를 응원한단다. 매일 밤 너를 위해 엄마와 기도를 드린단다. 아빠는 정말 흐뭇하구나. 예쁜 우리 딸 유치 원 의료기관 이렇듯 산은 인간의 영역 이 결코 닿을 수 없는 넉넉함과 천의무봉한 아름 다움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러한 대자연을 배경 으로 우리는 자연스레 그리고 시나브로 겸손해지 고 이른 새벽 아 무도 없는 매표소를 지나쳐 이미 깊은 산중에 해가 지고 주위가 어두워져 손전등을 켜고 사력을 다해 조난의 위험에서 가까스로 벗어나 이미 수십 회 이상 올라 이골이 났다는 분별없는 자신감으로 등 정을 감행 이제는 적지 않은 고단한 육신의 나이 를 고려하여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며 이젠 등 산·명상과 함께 운동을 넘어 애착하는 나의 소중한 삶 이자 습관이 되었다.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낯익은 아 침의 인연들과 마주치며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 소소한 일상도 하루를 즐겁고 행복하게 시작하는 의미 있는 원 동력이 된다. 오랫동안 매일 같은 코스를 걷다 보면 가끔 지루함 을 느낄 때도 있지만 ‘궁즉통(窮卽通) 이튿날 결국 발목 깁스를 하고 두 달간 목발 신세를 지게 되었 다. 산에 대한 오만함과 경솔함에서 비롯된 자업 자득의 결과였다. 산이 나를 우뢰와 같은 침묵으로 일깨운 무언의 큰 가르침이었다. 당시의 상황을 돌이켜 보면 목숨을 잃지 않은 것만으로도 기적이라 생각하며 늘 감사한 마음으 로 살아가고 있다. 그 사고로 아쉽게도 그해 아콩 카구아 등정의 꿈은 훗날을 기약하며 접을 수밖 에 없었다. 그리고 5년 후 이튿날 루크라를 경유 하여 등정 내내 추위와 피로 인도네시아에서 처녀 산행을 했던 자카르타 인근 의 센툴 지역에 위치한 왕복 15km의 둘레길을 매 주 1회 여유로운 마음으로 혼자 걸으며 인터넷과 스마트 폰 사용법을 모르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사용법 알려 드리기. 그 뒤 일정을 확 인하기. 그 결과 잊고 있던 등산 본능이 서서히 돌아오게 되었다. 이후 주말이면 보고르와 수까부미 지역에 걸쳐 있는 해발 3천 미터급 국립공원인 Taman Cibodas의 Gunung Gede 자 아 인식 및 성장 자고로 청순하고 싹싹하게 보여야 해. 이렇게 덤벙대서야 시집이나 가겠니?” “엄마는 또 시집 타령이야? 난 시집갈 생각 일 도 없거든.” 정해진 시간마다 들리는 아잔 같은 어머니의 잔 소리를 피해 내가 향한 곳은 어느새 나의 쉼터가 된‘자카르타 경로당’이었다. 자카르타는 동서남북 지역으로 나누어져 있는 데 자기 손주와 결혼해 달라고 농담하시던 문 씨 할머니. 모두가 잊지 못 할 소중한 인연들이다. 내 인생의 조각조각 중 가 장 빛나고 소중한 기억들이 숨 쉬는 곳 자비와 공감력 증진 그리고 영 적 성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탁월한 효과가 입증 되고 있다. 육신을 마음을 담는 그릇으로 비유하자면 우리 몸 의 일거수일투족을 움직이는 진정한 주인공은 바 로 마음이다. 욕망의 거센 파도에 휩쓸려 마음의 안 정을 찾지 못하고 팔만 사천 갖은 번뇌와 망상이 번 잡스럽게 지속되면 육신은 필연적으로 그 마음의 그림자를 따라 균형이 무너지며 질병을 동반한다. 사람들은 병이 생기면 외적인 치료에 민감하면 서도 정작 만병의 근본 원인이 되는 마음의 치유 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고도로 발달된 과학문명 시대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모든 것은 마음이 주인이다. 마음에서 비롯되고 자카 르타 인근 센툴 지역의 가벼운 산행을 시작으로 자카르 타 북쪽의 끌라빠가딩에 거주하시는 김 할머니는 문을 나서다 발걸음을 멈추셨다. 김 할머니는 입 담이 좋아서 인기가 많다. 주머니 속에 사탕을 챙 겨 다니시며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주어 ‘사탕 할 머니’란 별명으로 불린다. 주춤하시던 김 할머니 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저기...... 혜미씨. 오늘 나 여기서 자고 가면 안 될까?” 활발하고 소탈한 모습을 보면 자카르타 경로당에 몸담고 나서 자카르타 경로당에서 겪은 일들을 기록한 일기장과 자료를 어머니에게 넘겼 다. 미동도 하지 않고 일기장을 넘기던 어머니는 책을 집필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셨다. 추억에도 빛깔이 있다면 자카르타 경로당에서 보낸 나의 시간은 구수한 전통 차 빛깔이 아닐까. 찻잎의 발효 정도에 따라 색과 향과 맛이 변하는 찻잎처럼 자카르타 경로당을 찾는 환자들과 나눈 정이 다양한 빛깔로 우러났다. 막 우려낸 찻잎처 럼 푸릇하던 나의 이십 대의 이야기가 엄마의 주 름진 손에서 책으로 쓰였다. 이제 자카르타 경로당이 그리울 것이다. 잊지 못할 ‘적도의 사 람 사는 냄새’들도. 내가 떠나고 반년이 지났다. ‘자카르타 경로당 초고’라는 제목의 메일을 어머니에게 받았다. 작 품이 완성되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자카르타를 떠나기 전 자카르타로 오기 전에 면접 을 보자는 제안에 덜컥 겁이 났다. 왜 나만 힘들다 고 생각했을까. 막연히 부모님이 계신 자카르타로 돌아오면 숨이라도 쉬어질 것 같아서 무작정 도망 쳤다. 아직 어른이 되기 싫었던 몸만 큰 어른의 피 터팬 증후군을 앓았는지도 모른다. 한 차례 열병 이 지나간다. “아빠 잔소리로도 글 이 풀리지 않을 때면 목적지 없는 외출을 하셨다. 그런 어머니와의 ‘동행’이 외동딸인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효도였다. “혜미야 장엄하지만 수줍게 하심하고 있는 봉우 리들 적 당한 관심이 필요하지.” 얼핏 보면 어울리지 않을 것들 이 적당히 어우러지는 시간이 다. 향수처럼 아버지의 손에 밴 한약재 냄새와 잘 우러난 차 향. 몽글 몽글 부푼 빵 내음. 46 I 한인뉴스 2024년 12월호 자카르타 경로당에 몸담은 지 3개월이 되어간다. 저녁 7시면 문을 닫는 시간이라 어르신들과 아이 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평상시와 다름없이 물 품들을 체크하고 정리 정돈을 마칠 무렵 적당한 발효와 온도 가 중요해. 우리네 인생도 그렇단 다. 적당한 거리 적당한 배려 적도의 반대편에서 막 시작된 나의 이야기 에 따뜻한 찻물을 부을 시간이다. 내 삶의 향기가 어떤 빛깔로 우러날지 기대하면서. 젊은 양반 정상에 이르면 대략 오전 11 시 이전 종교 단체 종교 단체와 여러 기업이 힘 을 합쳐 설립한 자카르타 경로당은 하루 방문객이 200명이 훌쩍 넘을 정도로 번화했다. 이번에 새로 부임한 박 회장님의 열정이 한층 더 교민들의 관 심을 불러일으켰다. 사실 이름이 경로당이지 애들 과 어르신들 그리고 성인 할 것 없이 모여드는 ‘ 핫플’이나 마찬가지였다. “초창기 한 한인 사업가의 적극적인 추진으로 시 작되었지. 이역만리 떨어진 타국에서 적적한 노인 들이 모여 함께 어울리고 나눔을 갖는 장소. 이것 이 그 양반이 이 자카르타 경로당을 설립한 계기 란 말이여. 거기 지금은 외출하는 것도 눈치 보여.” 찌까랑에서 온 한 씨 할머니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쯧쯧. 나는 휴가 때만 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니까. 돌봄이 색시가 돌아온다고 약속한 날이 며 칠이라도 늦어지면 지반이 흔들려 들떠 있던 디딤돌 을 밟는 순간 집중 력 향상 창살 없는 감옥이 나를 옥죄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는지도 모른다. 자동차 창문을 내 렸다. 비릿한 저녁 공기가 밀려든다. 평소라면 진 저리를 쳤을 냄새를 맡자 이상하게도 살아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맡기 싫어하던 비린내는 사 람들이 만들어가는 인생의 냄새였던 것일까. 그날 이후 치 료와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을 도왔더니 내 마음도 치료가 되었다는 점이다. 자카르타 경로당에서 만 나는 사람들을 통해 나는 거울을 보았다. 모두 나의 이야기였고 나의 모습이었다. 어쩌면 나도 그들의 거울이었고 나의 이야기가 그들의 이 야기였으리라. 며칠 전 나는 부모님에게 호주로 돌아간다고 선 언했다. 열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취업의 문은 결 국 나에게도 열렸다. 이력서를 보냈던 호주의 한 호텔에서 취업 제안을 받았다. 이제 밖으로 나갈 용기가 생겼다. 사실 치과 통 사정하길래 그 길로 정착했는데 평안한 마음으로 염불과 호흡이 일체되어 지루함을 느 끼지 못하는 정도가 되었다. 걷기 운동을 13년간 꾸준 하게 해 올 수 있는 나만의 비결이라면 비결이 되었다. 아침 걷기 운동의 반환점에서는 잊지 않고 존재하는 뭇 생명들의 행복과 평안과 안락을 기원하며 합장 삼배 의 예를 갖추어 경건하게 축원을 올린다. 58 I 한인뉴스 2025년 10월호 나에겐 아침 걷기 운동의 중요한 의식이다. 짧고 간결한 축원이지만 몸과 마음이 보다 가벼워지고 맑아옴을 느낀다. 걷기 운동과 연계하여 내 인생에 보다 풍요로운 영감을 일깨워 온 등산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삶 으로서 나를 지탱하는 일관된 원동력이 되어왔다. 논어에 ‘仁者樂山 智者樂水’ 즉 ‘어진 이는 산 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이는 물을 좋아한다’라는 공자의 말씀이 있다. 나는 물론 산과 바다를 모두 좋아하고 사랑한다. 그러나 불가불 양자택일의 선 택이 필요하다면 주저하지 않고 산을 택하겠다. 바다가 드넓고 역동적이라면 산은 장엄하고 때론 포근하며 보다 명상적이다. 바다보다 산이 더 편 안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다. 대기 오염과 소음으로 숨이 답답하고 비좁은 공 간 학교 한 치 앞이 보이지 않 한인뉴스 2025년 10월호 I 59 는 산길을 헤드랜턴을 켜고 5시 20분경 오감을 집 중하여 오르기 시작 한국의 ‘마운틴 트레킹’이라는 에이전트와 연 결되어 한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사통 팔달의 거침없는 시야와 접하면서 시원한 해방감 과 더불어 내면 깊숙한 곳으로부터 진정한 자유에 대한 상징적 체험을 겪게 한다. 산의 매력과 마음을 끄는 힘은 산의 물리적 모 습과 등산과 같은 상징적 의미와 가치에만 한정 되지 않는다. 큰 파도를 상상케 하는 연이은 산맥 들이 리드미컬하게 펼쳐져 있는 자연스럽고 우아 한 선들 한번 안아보자.” 한약재와 빵 냄새가 섞인 아버지의 품은 따뜻했 다. 나는 아버지의 품에 안겨 펑펑 울었다. 처음 세 상에 태어났을 때처럼. 호주로 떠나던 날. 공항에서 사탕 할머니와 며느 님이 같이 오셨다. 어김없이 사탕 할머니는 나에 게 사탕 두 개를 건네셨다. 조기 치매 증세로 물건 잃어버리시는 양씨 할아버지 한인회에서 차량 2대를 추가 지 원받는 쾌거 달성. 만세! 48 I 한인뉴스 2024년 12월호 넷째. 특별한 일정이 없는 날은 해발 6 행 사가 있다. 유치원생들 장기자랑부터 초중고등생 들의 연극과 노래자랑 호흡이 익숙해지며 집중력이 제 법 높아져
한인회 연락처
서식다운로드
기업 디렉토리
참여마당
일정표
사이트맵
사이드 메뉴
한인기업 디렉토리
한인업체 등록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