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2월] 행복에세이 <서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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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행복 에세이>
영화속의 외침,“국가는 곧, 국민입니다
서 미 숙 / 수필가, 시인
겨울방학중이라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대학생 아들과 천만관객을 돌파했다는 영화‘변호인’을 보러갔다. 국민배우로 호칭 받 는 송강호가 출연하기도 하지만 왠지 모를 끌림이 있던 영화였기에 꼭 아들하고 보고 싶었다. 상업적인 목표가 없었다는 영화‘변호인’은 천 만관객을 동원하는 기록을 세우며 그야말로 승승 장구하는 대박을 거두었다. 아마도 영화의 줄거리 바탕에 기본적으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화일 지 모른다는 복선이 깔려 있었던 것이 한몫 했었 던 것 같다. 영화‘변호인의 줄거리를 살펴보면 배경인 부산 에서 가난으로 고교만을 졸업하고 끈기와 노력 하나로 사법고시를 통과한 평범한 변호사의 이야 기로 전개된다.
가난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오직 돈벌이에만 전념 하던 변호사가 어느 사건을 계기로 인권 변호사로
변모하는 과정을 그렸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권 변호사시절, 부림 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 같 다. 하지만 정치적인 사실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 에 영화는 제작초기부터 매스컴의 관심이 쏠렸고 출연배우에 대한 호기심도 대단했다. 역시 배우 송강호였어! 라고 할 만큼 이 영화를 연기하는 송
강호 덕분에‘변호인‘을 이해하는 몰입도가 높 았다는 것 또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영화를 보고나면, 보통 아! 재미있게 잘 봤네, 하 는 정도인데‘변호인’은 누군지 모를 대상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은 가슴이 울컥하는 그 무엇이 있었다.
어쩌면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아 생소할 수밖에 없는, 이시대의 대학생으로 살고 있는 아들과 함 께 보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민주공화국을 자처하는 대한민국이지만 그 시대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권력자들의 불온세력이 적지 않았다. 그 시대를 살아온 나로서는 까마득히 잊고 있던 자아를 찾게 해준 것 같아 고마운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이 영화 속에는 공권력이라는 명분아래 특히 젊은대학생들을 독재로 억압했던 1980년대의 봄을 연 상하게 했다. 영화‘변호인’은 부당한 권력에 저 항하는 치열함도 있었지만 정작 관람객을 울컥하 게 했던 것은 소리 없는 울음으로 때로는 격렬한 분 노로 세상을 향해 외치던 명대사였는지도 모른다.
천만관객의 가슴을 울렸던 명대사는 국밥집 대학 생의 재판장에서 검찰과 경찰의 터무니없는 주장
이 사실처럼 굳어질 때 울분으로 포효하듯 토해내 는 송강호(송우석변호사)의 외침이었다. “대한 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 터 나온다. 국가는 곧, 국민 입니다!!” 라는 이 처
절한 명대사가 아마도 이영화의 백미가 아닌 듯싶 다. 학창시절, 사회시간에 단지 시험문제를 위한 목적으로 수없이 되새기고 외웠던,“국가는 곧 국 민입니다”. 라는 구절이 왜 그 순간에는 가슴이 먹먹하도록 슬프게 와 닿았는지 모르겠다. 감정에 복받쳐 눈물을 쏟아내는 관객들도 많았다. 우 리 모두가 잊고 살았던 당연한 권리가‘변호인’ 이라는 영화를 통해 되살아났던 까닭일까? 어쩌 면 평온하기도 하고 무미건조하다고도 할 수 있는 지금의 시대를 살면서 무심코 잊고 있었던 우리가 살아온 흔적을 되찾아 본다는 것은 정말로 의미 있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내가 대한민국의 주권자이고 이 나라의 권력이 나로부터 나온다고 자각할 수 있는 기회가 과연 있었던가? 한편의 영화를 통해 그런 기회를 접했다는 것만으로도 아들과 함께 본 영화가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그 포만감에 마음속으로 콧노래마저 나왔다. 우리 아들을 포함해서 요즘 젊은 대학생인10~20대 들은 늘 피곤하고 지쳐 보인다. 세상에서 원하는 스 팩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해야 하고 갖춰야 할 것 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 의지와 의욕 같은 것은 우리가 살아온 시대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보다 희 망이 덜 보이는 시기였지만 그때의 우리에게는 목포 를 향해서 고뇌하고 발전해보려는 의지가 강했었다. 아들아! 너는 지금 참으로 행복하고 평온한 시대 에 살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그러나 이런 삶도 있었다는 사실을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한참을 말이 없이 심취해서 영 화를 보던 아들은 영화가 끝나자 긴 한숨을 내쉬 며 말했다.
“엄마 시대는 정말로 치열하게 살았네요. 영화 변 호인을 보니 조금은 실감이 나고, 그 시대가 느껴 지는 것 같아요“. 정말로 그럴 것이다. 삶에 대한 성찰이 인생을 바꾸기도 하고 또 요즘 세대들에겐 그것이 필요하다고 이 영화는 대변해 주고 있었다. 이 영화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 시대의 성찰과 그
시대를 살아온 인물에 대한 진실한 이해였다. 모티 브가 된 노무현 대통령만 봐도 여러 가지 모습이 회자된다. 돈을 버는‘변호인’이었을 때는 허세 도 부렸고 데모하는 학생들한테는 공부하기 싫어 서 저런다고 말했었고 또, 어떤 부조리를 봐도 뒤 도 안돌아보고 달려가는 우직한 면도 있었다. 이 영화는 한 시대에 대한 이해와 실존 인물에 대 이해를 도왔던 것 같다.
어쩌면 영화 ‘변호인’은 실존인물에 대한 이야 기만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치열하게 살 아가던 그 시대를 통해 요즘 젊은이들에게 해주 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우리의 삶에서 성찰은 반드시 필요한 것 일거다. ‘반드시’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바쁜 삶속에서잠시 멈춰서 나 자신을 돌아보는 것, 그 시간이 곧 “치유이고 힐링 이라고 이 영화는 관객들을 설득 하는 것만 같다. 영화가 관객을 힐링하는 것이 아 니라 영화를 통해 힐링하는 방법론을 찾는 것, 그 것이 바로 성찰이라고 나는 그렇게 이영화의 줄거 리를 정의하고 싶어진다. 오해와 편견이 많은 세상인데 소재를 고 노무현 대통령으로 했기에 이 영화에 대한 오해도 많았다 고 한다. 그 만큼 고노무현 대통령은 한 시대를 살 아온 우리의 역사에 있어서 의미 있는 인물로 각 인되는 까닭이다. 대학가에 위치한 메가박스에서 영화를 마치고 나 오는데 겨울방학 중인 대학가 거리곳곳에는 억압 의 시대를 겪어온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고 한 가로움과 평온함이 깃들어져 있었다.
아들과 귀한시간을 함께 했다고 생각하니 영화‘ 변호인’을 본 나의 소감도 이런 좋은 영화를 만
나게 되어서 무척 고맙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 다. 이 영화가 어느 위치에서든 권력을 소유하고 활용하는 사람들보다 정작 권력의 주인인“국가 는 곧, 국민입니다”라는 영화 속의 외침처럼 소 외감과 상실감을 느끼던 우리 국민들의 가슴을 따 뜻하게 보듬어 줄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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