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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호) 전문가 칼럼 - 공허가 맺은 결실 인도네시아의 보배, 뇨만 누아르따를 살피다 3

8,886 2007.04.1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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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인식(서예가)
 
사르트르는 “예술은 공중(公衆)에 대한 어필”이라고 그 전달구조를 설파했다. 단순한 창작욕구로 인해 창작된 작품이건 타인의 감상을 염두에 두고 제작한 것이건 불특정 다수에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다가가는 것이 작품이고 보면 매우 공감이 가는 설파가 아닐 수 없다. 불특정 다수 속에는 당연히 언어와 문화가 다른 이국인들이 포함되어 있다. 곧 예술은 민족과 언어, 정체성을 뛰어 넘게 하는 매우 중요한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로 활용되는 현장이다. 그 때문에 플라톤은 “예술의 본질이란 사물과의 유사성이나 일치함 보다는 존재 내용과 관련되는 것이 진리”라고 강조했을 것이다.
 
작은 것을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큰 것 또한 흘려버리게 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미세한 생물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고 크나큰 우주의 신비나 신의 섭리를 새삼 절감하지 않는가. 반둥의 어디쯤에 서면 반둥을 대변하는 역사도 문화도 인걸도 반둥을 실존케 하는 어떤 것도 잘 보이지 않는다. 혹은 바닷가로 혹은 산으로 크고 길게 출렁거리며 끝 간 데를 모르게 뻗은 녹색 능선들만 성큼 눈 안에 든다. 누아르따 작품의 상징이 되어버린 청동 위에 세월 깊게 묵은 색조를 낳게 한, 그렇게 묵묵히 장엄한 반둥의 풍정을 반둥의 산하 한 구석에서 창조되는 뇨만의 작품으로 인해 재인식하게 되는 흥미로운 사실을 지금 우리가 느끼고 있음이다. 
 
푸르다 못해 깊어 보이는 산야, 깊이를 알 수 없는 황색의 강이 어찌 반둥만의 빛일까. 뇨만 누아르따 조각 공원의 작업장 뒤편에 위치한 무성한 숲은 그 빛이 푸르다 못해 깊고, 세찬 폭포 또한 깊은 황색이다. 깊은 것은 가끔 사람을 아득하게 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아득함을 벗겨내고 나면 문득 거기에 오묘함이 존재하고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깊은 것이 지닌 진리라 할까.
 
독자들께서는 지난 2월호에 도판으로 실린 뇨만의 작품 중 「무제(Untitled)」와 「은총(Anugreah)」을 기억하실 것으로 안다. 어떤 느낌을 가졌을지 궁금하다. 보는 이마다 다른 느낌이었을 그 작품들에 대해 필자 나름의 느낌을 여기에 옮긴다.
무제는 울안에 갇힌 개 한 마리가 울부짖으며 그를 둘러싸고 있는 철망을 찢는 모양을 표현한 작품이다. 침략자 또는 독재 정권에게 자유를 박탈당한 민중의 분노와 상실감이 철망으로 빚은 개의 근육과 털을 통해 실감나게 드러내고 있다. 작품의 제목은 작품에 대한 최소한의 안내라고 하는데 작품의 제목을 「무제」로 붙임으로서 오히려 감상자에게 내제된 작품의 메시지를 훌륭히 전달하고 있음도 이 작품이 지니는 하나의 특징일 것이다.
 
작품 ‘은총’에서의 그물망은 무한이 내리는 은총과 은총의 실체를 실감하지 못하는 인간 사이에서 절대적인 장치가 되고 있다. 은총의 무한함을 내포하는가 하면 은총이란 느끼지 못하면 곧 흘러버리는 것이기도 함을 느끼게 하고 있다. 같은 철망의 이미지이지만 앞의 작품과는 그 느낌이 전혀 다른 온화한 이미지가 물씬하다. 과연 묘리가 아닌가.
 
작품 「스트레스(Stress)」를 살펴보자. 현대인의 긴장과 절망이 엮인 철망으로 인해 인체를 이루는 세포와 실핏줄 숫자만큼이나 많고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극대화, 또는 극소화의 양극화를 이리 능청스럽게 태연하게 보여줄 수 있다니.
작품 「악몽(Nightmare)」에서는 침략자들에게 짓밟힌 여체가 변형된 철 가닥으로 절묘하게 직조되어 있다. 차갑게 식어버린 핏빛의 철 가닥으로 삼엄하게 엮여져 짓밟힌 여인의 절규와 몸서리를 망연자실로 듣게 하고 있다.
 
열대 나라에 사는 뇨만이 미국에서 만난 겨울 여인을 표현한 작품 「LA마담(LA Madame)」은 어떤가. 간결과 만연이라는 조형의 기본적인 원리가 생생하게 드러내고 있다. 대상이 지닌 심리까지 산뜻하게 드러내는 그 예리함에 소름이 돋는다.
흥미로운 사실은 뇨만이 철망 이미지를 들이지 않은 악몽이나 LA마담과 같은 작품에서까지도 온전히 그물망의 상상력이 동원되어 있고, 그물망 이미지를 도입하기 전 작품인 「당수도인(Karateka)」과 같은 작품에까지 그 면모를 엿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작품은 작가의 스스로의 물음이요 찾음이다. 필자는 필묵예술가로서 마음 빛을 붓과 먹으로 맘껏 발산하고 있는가를 늘 묻는다. 수천 년 이어진 동양예술 재료로서의 필묵이 지닌 이미지와 그 가치를 스스로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를 찾는다. 세상의 빛을 무한으로 받아들이는 순정한 화선지 위에 내밀히 지닌 꿈을 치열하게 쏟아내고 있는가를 물으며 그것을 위해 뭔가를 열심히 찾는다.
 
그렇다면 감상자에게 있어 작품은 무엇일까. 필자는 작가와 똑 같은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물음이다. 그리고 물음에 대한 찾음이다. 결론적으로 예술 작품은 대화다. 작가와 작품, 작품과 감상자, 종래에는 작가와 감상자 사이에서 아주 느리지만 매우 절실하게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인 것이다.
 
필자가 살핀 뇨만의 길은 명료하다. 크고 분명한 새 길이다. 그가 이어내는 길이고 그에게로 뻗은 길이다. 그 길에는 “내가 나 됨은 스스로 내가 존재함에 있다(我之爲我 自有我在)”고 말한 청(淸)시대의 석도(石濤)의 화론이 늦가을 서릿발로 매섭게 서려 있다. 눈보다 차게 서려 있다.
 
처음 필자는 뇨만을 향해 억지를 부려보기도 했다. “왕희지의 법이 내게 없는 것이 안타까운 것이 아니라 그에게 나의 법이 없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라고 말한 남제(南齊) 때의 장융(張融)을 흉내 내어, 뇨만에겐 필묵예술이 발산하는 정감이 없음을 탓했다. 그러나 밝히려 들면 들수록 분명해지는 것은 뇨만을 향한 긍정이었다. 필자는 뇨만의 유심과 논리, 무심과 감성을 높게 인정하기로 했다. 그의 뛰어난 직관에 의해 걸려든 각종 진실(모티프)들이 그의 의식과 논리로 예술화 되는 것을 박수치기로 했다. 무심히 형상으로 발효해내고 끊임없이 변주해내는 실천을 배우기로 했다. 풍토, 예술, 사랑의 본질에 다가가고자 하는 진한 감동의 몸짓과 이야기를 무한으로 발산하고 있음을 든든한 배경으로 삼기로 했다.
 
하여 필자가 유심히, 무심히 따져 보면서, 보고 또 보고 찾고 또 찾은 것은 뇨만을 통한 자신이고, 조각을 통한 필묵이다. 뇨만이 불에 달구고 자르며, 붙이고 깎고 두들겨 형상해놓은 쇳덩이들을 보면서, 필자가 찍고 튕기며 긋고 맺으면서 이루는 필묵의 조형을 생각한다. 뇨만의 치열함을 보면서 필자의 덜 치열한 구석을 찾아내곤 한다. 그의 천재성과 노력을 떠받치는 압도하는 재료의 양과 노동력 앞에서 필자 나름의 갈 길을 헤아리고, 작지만 자신이 일구어온 길을 되돌아보기도 했다. 30여년 한길을 다져왔기에 어쩌면 쌓인 기득권도 조금은 있었던 곳을 홀연히 뒤로하고, 새 길을 내겠다고 문화가 다른 타국에 붓대를 꽂은 것을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 바탕이 다른 벌판에서 주어진 순간순간마다 나름의 최선을 다했던 자신의 어제가 아주 그르지는 않다고 자위하기로 했다.
 
뇨만은 필자에게 작가 대 작가로서 부러움을 넘어선 감동을 주었다. 인체의 팔 한쪽을 대형 크레인으로 들어 올려야 할 만큼 초대형 작품들이나 많은 숫자의 작품도 그렇거니와, 한 점 한 점 작품이 지닌 완성도 등 현재의 모든 것이 정말 무엇 하나 빠지는 것이 없어 보인다. 어지간히 갖추어지면 더러 게을러지고 행동이 빗나가며 작품이 외형으로 흐르지 않던가. 그런데 필자가 만난 그에게서는 그런 현상을 찾아볼 수 없었다. 갖추어진 여건을 최대한 활용하되 다른 곳에는 눈도 돌리지 않고 오직 즐겁게 창작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뇨만누아르따와 그의 작품이 타국살이 작가 가슴에 차분히 헤집고 드는 것은 너무 당연하지 않는가. 그 원인을 스스로 분석하는 것은 필자 스스로를 위로하는 일이요 그와 그의 작품이 주는 감동에 대한 보답일 뿐이다. 그것이 3차례에 걸쳐 뇨만과 그의 작품을 나름대로 분석해본 분명한 이유다. 함께 해주신 독자여러분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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