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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행복에세이<서미숙>

6,858 2013.10.0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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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들풀)’에게서 힐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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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미 숙 / 수필가

gaeunsuh@hanmail.net

화한 햇빛이 쏟아지는 늦은 오후, 나는 모처럼 시간을 내어 아파트 산책로를 따라 걸어보았다. 언뜻언뜻 바람이 시원하게 스치는 오솔길의 들풀은 따스하게 나를 맞아주고 큰 잎을 바람에 내어주고 살랑살랑 나부끼는 야자나무는 손사래 치며 나를 반긴다. 항상 무언가에 목마르고 여유가 없던 내 안이 촉촉해지고 따뜻해지는 기분이다. 산야처럼 펼쳐진 넓은 풀밭엔 이름 모를 야생화와, 들풀들, 그리고 풀벌레 소리만이 조그맣게 정적을 흔들고 있다.

그들만은 내가 터득하지 못한 많은 아쉬움과 세상속의 평범한 이치를 들려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머리위의 파란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내 마음도 저렇게 맑고 파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늘을 향해 꼿꼿이 서있는 열대나무들은 모진 바람과 억수같은 비가 몰아쳐도 거뜬히 이겨내고 머잖아 잎을 훌훌 털고 푸른 자태를 유지할 것이다.

나무들의 의연한 모습을 대하니 왠지 움츠러드는내자아가 더 작게만 느껴진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 , 명예, 보석, 가족, 친구, 건강, 자연...‘ 사람마다 다르고 또 때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며 살고 있을까.

불혹의 나이를 훌쩍 지나며 살아오다보니, 딱히무엇이 그렇게 소중하다고 말 할 수가 없다. 나이를 먹다보니 그만큼 애착도 줄어든 탓이다. 그저 모든 것들이 덤덤하게 생각될 뿐이다.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는 걱정도 많고 나름대로 이루고 싶은 꿈도 많았는데, 지금은 저 하늘에 떠있는 구름마냥 두루 뭉실 그저 현실에 안주하며 살게되는 것 같다. 꿈조차 희석되고 만 것 같아 그런열정적인 시절이 내게도 있었던가 싶어 그때의 기억들이 나를 미소 짓게 한다.

꼭 소중한 것 한 가지를 꼽으라면 가족들의 건강과, 내마음의 평화, 그래, 이것이면 나는 족하다.

충분히 족하다. 조금 더 길을 가다보니 큰 나무 밑에 누렇게 말라가는 한해살이 들풀들이 가느다란 대궁에 수많은 씨앗들을 달고 있다.

바람결에 허리 굽히는 풀잎 곁으로 나는 가까이좀 더 가까이 다가서서 그들의 내밀한 음성에 귀기울여 본다. 그렇게 내 자신의 몸도 조그맣게 오므라든 채 한 포기의 들풀이 된 느낌이다. , 사람 이라고 위세 부릴 것 하나도 없노라고 들풀은 가만히 속살대고 있다. 그렇구나, 살아있는 것은 모두가 아프고 쓸쓸할 때가 많은 법인가 보다. 사나운 비바람과 천둥번개에 놀란 적이 한 두 번인 줄 아느냐고 그들은 말한다. 그래도 인내로서 견디고키 올리고 겸손하게 고개 숙여 이렇게 옹골찬 씨앗들을 여물었다고......

큰 나무사이에 끼어져 피어있는 꽃들은 유난히 작고 여리다. 흐느적거리고 피어있는 모습이 열대지 방의 야생화라고 느끼지 못할 만큼. 그러나 야릿한 잎사귀 속에 간직한 강한 생명력은 참으로 놀라웠다. 들풀은 한 시절 착실히 살았기에 이젠 미련 없이 떠날 준비를 하며 오히려 희망찬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 같다.

바람결에 나는 그들의 향기 나는 노래에 젖어본다. 수년을 버티고 서서 굽어보는 저 큰 나무 들을 때론 시샘도 할법한데 헤아려보니 거목에게 내린 따사로운 햇살, 가는 비와 굵은 비를, 그 촉촉한 은혜를 한 치의 차별 없이 자신들도다 받았노라 며 들풀은 감사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만 같다.

어쩌다 꽃가지를 따서 물에 담가 놓거나 땅에 묻어주면 그 자리에서 또 알아서 살아간다니, 들풀들은 정말 착한 식물들 같아 마음이 숙연해진다. 열대식물들의 무던함이 이곳 열대지방 사람들의 심성과도 닮아 있는 것 같다. 수많은 들풀들, 열대지역의 야생화는 유난히 색깔이 화려하고 탐스럽게 피어있다.

확실하게 살다가는 정열이 아름답고 신비스럽고 대견하다. 걷다보니 야자열매에 달린 하얀색의 단아하고 반듯한 꽃은 현지인에게 이름을물으니‘리라워리’라는 야생화란다. 이름도 예쁘다. 내가 항상 닮고 싶었던 꽃, 어쩌다가 골프장에서 만나면 제일 반가워하던 꽃이었다. 너무예쁘고 마음이 끌려서 라운딩하면서도 자주 귀에 꽂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녹색바람이 쉬어가라 손짓한다.

한참을 걸었나보다. 잠깐 벤치에 앉았다. 이름모르는 꽃들이 제법 서로를 쳐다봐 달라고 아우 성이다. 의외로 이런 곳에도 이렇게 작고 예쁜야생화가 피었나 싶을 정도로 처음 보는 다양한 종류가 있었다.

우리나라 철쭉마냥 군락으로 장기간 피는 꽃들이무성하다. 열대지방에 서식하는 화초들의 특징이 있다면 꽃 색이 화려하고 꽃잎들이 큼지막하다는것, 하기야 꽃들에게 제일 좋은 자양분은 변치 않는 햇빛이 아닐까한다.

야자나무 열매에 앙증맞게 매달려있는 주황색과 오렌지색의 꽃들이 눈에 들어온다. 더위를 잊게도 하는 시원한 느낌마저 준다. 마치 식물원에온 기분이다.

야생화의 향취가 스며드는 어느 늦은 오후의 산책 길에서 세상과 더불어 존재하는 식물들의 일상을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어찌 보면 내 상념의일부분을 덜어낸 듯 산뜻한 기분이 되었다. 늘 매 연과 소음뿐인 도시 한복판 아파트에서 머리를 쥐 어짜며 적잖이 스트레스를 받아온 것 같다. 적은 시간이지만 왜 이리도 자연과 소통하는 시간에 인색했을까. 시간을 일부러 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 다지만 그 번거로움은 오늘 내가 맛본 희열에 비한다면 아무것도 아니란 걸 깨닫는다. 오늘의 이 싱그러운 희열은 내 생활의 활기로 되돌아와 바쁜 일상에 잔잔한 정서로 내게 위안을줄 것임을 나는 안다. 다음번엔 또 어떤 야생화를 만나게 될지 궁금하다. 사람들은 알까? 흙에는 위로 뻗어가는 나무만 자라는 것이 아니라 보일 듯말 듯 한 꽃을 피우는 작은 생명도 있음을. 그리고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세상에는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며, 화려한 것만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될까.

오늘은 홀연한 산책길에서 야생화처럼 피어있는 들풀을 향한 작은 관심으로 그것들과 좀 더 가까워 졌다. 법정스님이 하신 말씀이 문득 생각이 난다. ‘자연은 모든 생명의 원천이고 사람이 기댈 영원한 품이다. 또 자연은 잘못된 현대문명의 영원한 해독제이다.’또 류시화님이 엮으신 시의 한 구절에는 하늘과 구름, 별과 이슬과 바람, 흙과 강물, 햇살과 바다, 나무와 짐승과 새들, 길섶에 피어있는 하잘 것없는 이름 모를 풀꽃이라도 그것은 우주적인 생명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건성으로 보지 말고 유심히 바라보라, 그러면 거기에서 자연이지니고 있는 신비성과 교훈을 캐낼 수가 있다.

어느덧 어둠이 깔리고 있다. 나는 다시 나만의 공간으로 돌아가야겠지만, 내가 걷던 길에는 많은 사람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산책을 즐기고 있다. 돌아가는 길에는 침묵하는 자연의 울림이 고요한 정적이 내게 들어온다. 그동안의 바빴던 생활이‘힐링’이 되어 가슴에 들꽃하나 담겨진 느낌이다. 이미 그 들풀들은 어느새 내 삶에 또 하나의 소 중한 의미로 다가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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