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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자카르타의 젖줄 찔리웅강 <김다윗>

8,835 2013.09.07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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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상(재인니한국대사상)

자카르타의 젖줄 찔리웅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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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KS 10학년 김 다윗


대 반, 설레임 반으로 찔리웅 강을 보러 가게 되었다. 아버지께서 자카르타의 젖줄이라 표현하시며 언젠가 한번은 꼭 보아야 할 명소라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녹음이 우거지고 수정같이 맑은 물에 물고기가 보이는, 풍요롭고 아름다운 강을 기대하였다.

오후 3:30, 더위가 한풀 꺽일 즈음 기사 아저씨의 안내에 따라Jatinegara 지역의 Bukit Duri 로 향 하였다. 좁고 구불구불한 길을 한참 가다가 더 이상 차가 들어갈 수 없는 좁은 골목들 앞에서 내렸다. 그 중 한 골목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다. 사람만 통행할 수 있는 좁은 골목들이 수없이 갈라지고 다시 합쳐지며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홍수 직후라 그런지 조금 음습하고 어디선가 쾌쾌한 냄새 가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저기다”한참을 가다가 아버지께서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향하자 누런 흙탕물이 흐르는 강이 보였다. 군데군데 대나 무로 만들어진 뗏목이 떠 있었고 뗏목 가장자리에 사람들이 둘러 앉아 무엇인가 하는 것이 낭만적으로 보였다. 낚시를 하고 있거나 그물질을 하는 것 이리라. 서둘러 다가가 주변을 살펴보니 이해할 수 없는 놀라운 광경에 내 눈이 의심스러웠다. 한 아 주머니가 그릇이 가득 담긴 양동이를 뗏목 위로 가져오더니 더러운 강물에 설거지를 하는 것이었다.

그 옆에는 옷을 빠는 사람도 있었고 한 작은 아이가 머리를 감고 있었다. 주변에는 검은 비닐봉지, 상자, 썩은 채소 등 각종 쓰레기들이 끊임없이 떠내려 오고 있는 중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옆에한 젊은 아가씨가 누런 흙탕물에 이빨을 닦고 있는 것이었다. 어떻게 저런 일이...... 혼란스러운 마음 이 정리 되지 않아 한참을 그렇게 살펴보았다. 그러다 뗏목 한편에 특이한 것이 있는 것을 보게 되 었다. 허리 높이 정도로 네모난 칸막이가 있었는데사람들이 들어가 담배를 피우거나 무엇에 열중 하면서 한참을 앉았다가 나오곤 하였다. 지붕이 없어서 앉아도 어깨 위로는 다 보였다. 바로 용변을 보고 나오는 중이라는 것이었다.Oh my God!”하 마터면 이 말이 내 입에서 튀어나올 뻔 하였다. 쓰 레기+똥물에 목욕도 하고 이빨도 닦고 밥그릇도씻고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랴? 용변을 보고 난 후에는 밑에 흐르는 강물을 비데로 사용하는, 이들에게는 바로 수세식 화장실이었던 것이다. 나는 궁금증이 생겨 대나무 뗏목에 직접 올라가 보았다. 화장실 밑으로 대나무 일부분을 잘라내어 물이 흐르고 있었다. 한 번 앉아 볼까 하다가 찝찝한 생각이 들어 그만 두었다.

강 주변의 좁은 길 양쪽에는 나무각목과 벽돌로 이루어진 네모난 좁은 집들이 끝없이 이어져 붙어

있는 것이 꼭 닭장 같았다. 그리고 이 좁은 공간이 이들의 모든 생활이 이루어지는 시장이었던 것이다. 가게도 있고, 채소도 팔고, Tukang Bakso도있고, 토끼를 파는 사람도 있었다. 좁고 비위생적 이지만 여느 자카르타의 모습 그대로였다. 주부 본능에 어머니는 야채가게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시고 마침 양파가 다 떨어지셨다며 1킬로를 이만 사천루삐아에 사고, 그 옆 가게에서 Pulsa 10만 루 삐아를 10만 천원에 채우셨다. 어머니는 우리 동네보다 싼 가격이라고 하시며 가난한 사람들이 오 히려 더 정직하게 장사하는 것 같다고 하셨다. Pulsa 집에서 나는 몇 가지 궁금한 것들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사람은 집 벽 군데군데 허리 높이 또는 키 높이 정도에 가로 방향으로 희미

하게 나 있는 무늬를 가리키며 홍수가 날 때 물이 차오른 흔적이라고 하였다. 구정물이 사람 키 높이까지......,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또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이 허술한 집들이 모두 2층으로 되어 있는 것이었다. 땅이 좁아서 일까? 이런 빈민촌에 땅값이 비싼 것도 아닐 텐데. 그러나 이 의문은 금방 풀렸다. 홍수(banjir)가 날 때 짐들을 전부 2층으로 옮기고 그곳에서 생활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곳 사람들은 식수를 펌프로 지하수를 끌어올려 마신다고 했다. 지하수도 강물이 스며나오는 것일 텐데, 결국 식수도 찔리웅 강에 의존하는 것이었다.

얼마를 걷다가 1인당 1000 루삐아를 지불하고 게떽밤부(Getek Bambu)라고 부르는 나무 뗏목을 타고 건너편으로 가 보았다. 게떽밤부는 강 이쪽 주민들과 저쪽 주민들을 이어주는 중요한 교통수 단이었다. 강 중간정도 갈 즈음 건너편에서 한 아저씨가 무엇인가 가득 들어 있는 상자를 들고 오더니 그대로 강 가운데로 던지는 것이 보였다. 쓰레기였다. 그렇게 쓰레기 가득한 상자 하나가 찔리웅 강에서 떠내려가고 있었다. 강 한 가운데에서 주변을 살펴보니 강 양쪽이 마치 거대한 쓰레기 벽처럼 보였다. 사람들이 쓰레기가 담긴 봉투를 아무렇게나 강둑에 던져버리면 그 쓰레기들이 데굴데굴 강으로 굴러 떨어지고 있었다. 도대체 이 많은 쓰레기들이 어디서 끊임없이 떠내려 오는 것일까? 이 궁금증이 풀리는 장면이었다.

강주변의 좁은 골목에는 사람들로 바글거렸다. 나무그늘 밑에 모여 담배를 피우는 어른들, 옹기종기 모여 채소를 다듬으며 웃고 떠드는 아주머니들, 무엇보다 이 골목 저 골목에서 튀어나오는 아이들이 참으로 많았다. 자카르타의 가장 하층민이 모여 사는 빈민촌이지만 인구 밀도는 가장 높은 곳일 것같았다. 무엇보다 이들은 참 친절하였다. 입구에서한 할아버지에게 길을 묻자 장황한 말로 한참을 가르쳐 주셨다. 너무 길고 친절하게 가르쳐 주셔서사실 나는 무슨 말인지 잘 못 알아들었다. 옆에 있 던 아저씨는 자기 집이 강 주변인데 오토바이가 있으니 안내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신세지고 싶지 않 아서 거절하느라 애 먹었다. 이들의 친절이 부담스 러울 정도였다. 무엇보다 해맑은 아이들의 표정이 참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지나갈 때마다 아이들이‘할로!’를 외치고는 깔깔거리며 달아났다. 인도 네시아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보다 행복지수가 훨씬 높다는 말이 정말로 실감이 되었다. 날마다 아침이면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졸면서 학교에 가야하고, 학교에서 온 종일 공부에 시달리고, 시험기 간에는 극도의 긴장으로 밤잠을 설쳐야 하고, 점수가 안 나오면 부모님께 또 시달려야 하고, 왜 이렇게 피곤한 인생을 사는지 죽고 싶을 때도 많은데, 이 찔리웅 강 아이들은 하나같이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스트레스 속에서 사는 나보다 훨씬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 같다.

인도네시아를 나타낼 수 있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안타까운 얘기지만 사실 나는 인도네시아를 생각하면 항상 쓰레기 가득한 강과 거리들이 떠오른다. 찔리웅 강은 이런 인도네시아를 가장 잘 대 변하는 것 같다. 그런데 길 가던 도중 어머니께서 갑자기 예언 같은 말씀을 하셨다. 이 찔리웅 강이 한국의 청계천이라는 것이었다. 30년 뒤에는 한국의 청계천이나 한강 같이 변할 것이라 하셨다. 상상이 되지 않았다. 내가 본 청계천은 너무도 깨끗하고 쉴만한 공원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번 여름방학기간 청계천을 자주 갔었다. 동대문에 있는 한국 중앙 의료원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는데 청계천이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일과가 끝나면 청계천에 들렀다가 귀가하곤 하였다.

인도네시아에 비하면 물이 참 깨끗하였고 팔뚝만한 잉어나 이름을 알 수 없는 여러 종류의 물고기 들이 헤엄칠 때마다 은빛으로 반짝였다. 이곳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하룻동안의 피로가 다 풀리는 것 같아 자주 들르게 되었다. 또 한강도 가봤었 는데 뚝섬 시민공원의 야경이 너무 멋있었다. 하늘 위 한강 다리 주변으로 전시실이나 쉴만한 휴 식터가 있었다. 수영장도 잘 꾸며져 있었다. 하늘위 꼬불꼬불한 모양의 전시실에 경희대 천문 동아 리에서 망원경으로 별을 관측하고 있었는데 나도그 망원경으로 토성을 보았다. 신기하게도 토성의타원형 테두리까지도 보였다. 한강 다리는 다리가 아니라 잘 가꾸어진 종합문화콤플렉스였다. 여러가지 종합체험이 이루어지는 곳이었다. 그런데 찔리웅 강을 한국의 강들과 비교하다니, 어머니께서 오버하시는 것은 아닐까?

문득 이 찔리웅 강의 상류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 해졌다. 부모님을 졸라 다음날 아침 Bogor 지역의 Katulampa로 향하였다. 상류로 향할 수록 물은 깨끗하고 차가웠다. 마을 끝자락 즈음에 강을 막아 놓은 제법 큰 둑이 있었다. 그 밑으로 두 개의 강으로 갈라지고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Tangerang방 향으로 흘러가고 있었고, 다른 하나가 자카르타로 향하는 찔리웅 강의 시작이었다. 둑 위편으로는 산사이의 계곡즈음에서 맑은 물이 흘러 내려오고 있었다. 찔리웅 강물이 처음부터 더러운 것은 아니었다. 시작은 맑고 깨끗한 계곡 물이었다. 자카르타 중심부를 굽이쳐 흐르는 동안 인간들이 이기심으로 버린 쓰레기와 오물을 말없이 받아 내며 썩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서민들의 삶의 고단함을 달래주고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온갖 더러움을 깨끗이 씻어주는 동안 정작 찔리웅 강은 누렇게 썩어가며 신음하고 있었다. 그러나 가끔은 홍수로 인간의 오만 함에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며 주변을 쓸어내 버리곤 한다.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이 바로 찔리웅 강이 아닐까?

30년 후의 이곳의 모습을 그려본다. 어머니의 말씀대로 이 찔리웅 강이 청계천처럼, 혹은 한강처럼 아름답고 깨끗한 문화공간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깨끗한 물에 쓰레기 대신 각종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여러 가지 문화체험을 해볼 수 있는 시민 공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자카르타 모든 시민들이 와서 쉬고 힘을 얻고 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그런 모습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도 있어야 할 것이고, 무엇보다 시민들의 의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귀찮고 어려워도 쓰레기를 절대로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용변이나 세탁도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끼 먹기도 힘든 서민들에게 사치스러운 얘기일지도 모르지만 찔리웅 강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가능할 것이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다행히 찔리웅 강을 살리고자 하는 여러 가지 노력과 계 획들이 시행되고 있다고 한다. 

문득 찔리웅 강이 자카르타의 젖줄이라는 말이 정말로 맞는 게 아닐까 생각이 되었다. 쓰레기 더미 속에서 해맑게 웃던 아이들, 시궁창 같은 강물 속 에 아무 거리낌 없이 다이빙하고 소리 지르며 놀던 아이들, 대소변은 물론 세수나 만디 심지어 채소 씻는 것조차 같은 공간에서 하는 이곳, 아이들 에게는 훌륭한 놀이터이고, 어른들에게는 생활공 간인 이곳, 오늘도 이곳에서는 인도네시아 서민들의 삶이 이어지고 있었다. 찔리웅 강은 강에서 사는 모든 이들의 모든 생활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있었다. 2일간에 걸친 이번 여정은 시원하기보다는 덥고 땀나고 여행, 재미있었다기보다는 피곤하고 짜증나는 여행이었다. 그러나 이번 여행은 내기억 속에 오래 오래 남아있을 여행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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