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인도네시아 약용식물 (붕아방까이) <백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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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의 약용식물 . . . 붕아 방까이
세상에서 가장 큰 꽃
‘시체 꽃 (붕아 방까이Bunga Bangkai)’,시체?
일반명: 시체꽃(Corpse Flower),붕아 방까이(Bunga Bangkai),
타이탄 아룸(Titan Arum)
과 명 : 천남성과(Araceae)
학 명 : Amorphophallus titanium (Becc.) Becc. Ex Arcang
기원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서식지: 적도 부근 열대우림, 석회암 지대
이 용 : 유사종인 A. campanulatus 의 괴경(tuber)를 음식이나,
독화살용 으로 사용
백 진 협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인니생물소재연구센터장)
지구상에서 가장 큰 꽃을 피우는 식물
지구상에서 가장 큰 꽃이 인도네시아에 자랍니다. 구체적으로 적도부근 수마트라 섬 정글에서 자랍니다. 석회암지대에
서 자라는데 지구상 어디 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그 지역 특산 종(endemic species)입니다. 꽃의 크기(높이)는 최대
3미터 이상 자라고 폭은 1-2미터 정도입니다. 공작새가 깃털을 활짝 펼친 것 같은 형상인데 가운데 큰 축이 있고 그 주변
을 주름치마처럼 생긴 잎이 감싸고 있습니다. 가운데 큰 축을 육수화서(spadix)라고 부릅니다. 속은 비었고 외형은 거대
한 바게트 빵처럼 생겼습니다. 육수화서를 감싸고 있는 꽃잎처럼 보이는 잎은 불염포(spathe) 라고 합니다. 불염포의 바
깥쪽은 녹색이지만 안쪽은 보르뉴고 와인처럼 검붉은 핏빛입니다.
시체 썩는 냄새를 풍기는 이상한꽃이 꽃에서 나는 기이한 냄새 (동물의 시체가 썩는 냄새, 혹은 생선 썩는 냄새) 때문
에‘시체 꽃’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붕아 방까이(Bunga Bangkai)라고 하는데 Bung는‘꽃’이란
뜻이고Bangka는‘시체’, ‘송장’이란 뜻입니다. 불염포의 안쪽 아래 육수화서의 기단 부위를 살펴보면 작은 꽃들로 이뤄
진 두 개의 고리를 볼 수 있습니다. 윗 고 리는 수술들로 이루어져있고 아래 고리는 붉은 오렌지 빛의 암술들로 채워져있
습니다. 암술이 먼저 성숙하고 2-3일 후 수술이 성숙합니다. 이는 자가수분(self-pollination)을 방지하기 위한 메커 니즘
입니다.
육수화서에서 풍기는 이 특이한 악취는 부패한 동물을 먹고 사는 벌레나 파리들을 유혹합니다. 대낮에도 어둑어둑한 열
대우림 속에서 효과적으로 수분매개자를 유인하기 위한 위장전술입니다.
거대한 핏빛의 불염포로 우선시각적으로 유혹하고 육수화 서의 악취를 통해 벌레들이 고깃덩이 환영을 찾아 꽃 안쪽으
로 들어가게 합니다. 개화기 동안 육수화서의 끝 모퉁이에서는 사람의 체온과 비슷한 열이 발생 합니다. 냄새를 더 효과
적으로 발산시키려는 전략입니다. 어리석은 벌레들이 속은 줄도 모르고 꽃안쪽을 해매는 사이 수분(꽃가루받이)이 이뤄
지게 됩니다.
거대한 꽃을 피우기 위한 인내의 생활환 (life cycle)
열매가 맺히면 강남콩 크기만 한 씨앗들이 생깁니다. 씨앗이 발아를 하면 마치 감자처럼 작은 싹과 줄기를 틔우고 자랍
니다. 12-18개월이 지나면 이줄기가 사라지고3-6개월 동안 휴면에 들어갑니다. 다시 새로운 싹이 자라고 새로운 잎이
나게 되는데 이전의 잎보다는 더 크게 자랍니다. 또다시 성장과 휴면을 갖는 몇 번의 사이클을 반복합니다.
그 사이 땅속의 괴경(tuber)은 점점 더 커지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7-10년이 지난 후 괴경의 무게가 최소 15킬로그램 이
상은 되어야 개화를 할 수있다고 합니다. 이 거대한 꽃을 피우기 위해 수천 일의 인고가 필요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수명
은 채 1주일이 못 됩니다. 꽃이 죽고 난 후에 다시 잎이피어나는데 그 크기가 작은 나무와 같습니다. 높이는6미터까지
자라고 폭은 5미터까지 자랍니다.
그 잎은 줄기가 세 갈래로 나눠지고 그 끝에 작은작은 잎들이 달려있습니다. 매년 새잎이 나고 죽기를 반복합니다. 괴경
에 충분한 에너지가 쌓이면 (광합성에 의한 양분이 구경에 충분히 쌓여 개화준 비가 되면) 다시 약 4개월간의 휴면기를
갖고 마침내 개화를 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크기가 가장 큰 괴경은 무게가 50kg 이었습니다. 영국왕실식물
원(KEW)에서는 휴면기 바로 직후에 채집한 91kg짜리 괴경을 보고 한 적도 있습니다.
멸종위기에 처한 자이언트
붕아 방까이는 서부 수마트라 열대우림이 원산지입니다. 워낙 드물게 꽃이 피고 개체수도 많지 않기 때문에 보존이 쉽
지 않습니다. 부분별한 벌목과농경지 개발, 남획 등이 멸종위기를 가속화 시키고 있습니다. 현재 보고르 식물원과 찌보
다스 식물원에 일부 개체가 옮겨져 현지 외 보존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현지와 토양이나 기후 조건 등 환경이 달라 관련
연구자들이 애를 먹고 있습니다. 개화를 직적 볼 수 있다면 당신은 행운아 입니다. 아주 드물게 꽃이 피는데 필자는 보고
르 식물원에서 개화 직전까지 보았지만 아쉽게도 갑작스런 해외 출장으로 개화모습을 지켜보지 못한 적이 있습니다.
종종 해외토픽에서 서양의 유명 식물원이 몇 십년 만에 꽃을 피운 타이탄 아룸(붕아 방까이)의 소식을 전하는 것을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며칠 전 인도네시아 한인 일간지에 붕아방까이를 드라이플라워로 처리하여 고양 국제꽃박람회 에 전시한다는 반가운 소
식이 대서 특필되었습니다. 멸종위기 1등급 식물이라 절대 국외 반출을 금지하고 있지만 한-인니 수교 40주년 기념으로
인니정부에서 특별 반출을 허가해주었다고 합니다. 비록 생화는 아니지만 관계자들의 큰 노고덕에 한-인도네시아의 대
표적 상징물이 될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필자는 인니 식물을 배우고 연구하는 입장에서 한국의 앞선 생명공학 기술과 원예기술을 접목하여 인도네시아의 자원식
물 및 멸종위기 식물에 대한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것이야 말로 대단히 가치 있는 교류 사업이라 생각합니다. 자원빈국
인 한국이 유전자원 대국인 인도네시아와 창출할 수 있는 미 래가치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중요할 것입니다.
아직까지 한-인니간 경제, 문화적 교 류에 비해 과학기술분야, 특히 생물다양성 분야의 교류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실
정입니다. 정부, 산학연, 민간단체의 보다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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