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독자기고 /말린부 이등병의 편지<김주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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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기고 > 롬복에서 온 편지
말림부(Malimbu), 이등병의
편지
김 주 명(시인, 마따람 거주 wnaud0129@hanmail.net)
아홍(牙鴻)님!
님이 롬복으로 오시거든, 우리 말림부로 갑시다. 이래저래 챙겨온 짐들일랑 셍기기 어느 호텔에다 두고,
몸만 살짝 말림부 해변에 주저 앉힐까요?
셍기기에서 10분이면 도착하는 등 푸른 바다, 그 바다를 지키려 호위병인양 늘어선 야자나무 숲의 끝, 아홍님의 눈썹을 그려다 놓
은 듯 한 모래사장, 그 바다를 안고 있는 곳이 말림부랍니다. 아마 발리의 많은신들도 때론, 사람을 피하고 싶어 그냥 한 팔 쭉 벋
어 이 곳 말림부를 그려놓지 않았을까요?
내년 3월! 아홍님이 오신다 했죠. 그3월을 생각하며 저는 늘 말린부에 서성인답니다. 한국을 떠나 올 때님이 챙겨주신 CD 2장,‘이
등병의 편지’가 아직 오지 않은 님을 대신 해 주더이다.
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 부모님께 큰절 하고 대문 밖을 나설 때가슴속엔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지만
풀 한 포기 친구 얼굴 모든 것이 새롭다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생이여!
며칠 전, 한 무리의 한국 관광객들이 저희 집을 다녀갔습니다. 그 분들은 롬복에서 살고 있는 한국사람의 집이 보고 싶다고 그랬
나봐요. 네! 그러세요. 마따람 시내 관광 마치고 저희 집으로 오세요. 아직 가져 온 커피믹스가 남아 있어서, 마저 풀었답니다. 잘
했죠!10여 명이 조금 넘게 오셨더라고요. 집 이곳저곳 빈자리에 각자 자리 잡고 준비한 커피믹서를 대접했죠. 취향대로 더운 커
피, 냉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는 이어졌답니다. 그러다어느 한 분이 제게 묻더군요.
“외국생활 하면서 무엇이 없어 제일 불편해요? 제가 한국에 돌아가면 보내 드리리다.”
“네!!?”
무엇이 없어 제일 불편 했을까요, 아홍님?
무엇이 없어 나를 불편하게 할까, 순간 친구가 없어 불편하더이다 하고 하려다,
“감자깎이가 없어 아직 칼로 감자를 깎으니, 그게 제일 불편합니다요.”
하고서는 한바탕 웃고 넘어갔습니다.
그렇답니다. 아홍님!
롬복에 오니, 이곳 사람들은 만나는 사람들을 전부 프렌드(friend)라 하더군요. 속으로 생각했죠. 인도네
시아 사람들은 정말 친구가 많구나! 그러나 제 친구는 아직 없었습니다. 그럴 때 마다 왈칵 말림부로, 친
구 기다리러 갑니다. 풀 한포기 조차 새로운 말린부로.......
친구들아 군대 가면 편지 꼭 해다오그대들과 즐거웠던 날들을 잊지 않게 열차시간 다가올 때 두 손잡던 뜨거움
기적소리 멀어지면 작아지는 모습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
아홍님!
정말 서럽도록 새롭더이다. 두고 온 기타도 서럽고, 고장 나 버린 컴퓨터도 서럽고, 아니 님이 없어 더욱 서럽다 해버리죠. 이참
에 서러운 말림부라 할까요?
어제도 말림부에 다녀왔습니다. 이제 제 입에 꼭 맞는 ABC 믹스커피 한 잔 마시며, 아홍님과 함께 있는말림부를 미리 그려 놓았
습니다. 하늘색으로 푸른 바다위로 비행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필경 롬복으로오는 비행기가 확실할 것입니다.
3월, 내년이면 그 비행기 안에 님도 덩달아 오시겠죠. 그러면 우리, 덩기덩 둥둥 춤을 출 것입니다.
말림부 등 푸른 바다 위에서.......
짧게 잘린 내 머리가 처음에는 우습다가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굳어진다 마음까지 뒷동산에 올라서면 우리 마을 보일런지
나팔소리 고요하게 밤하늘에 퍼지면 이등병의 편지 한 장 고이 접어 보내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
사진: 권상욱(디지털아티스트imaging2000@ha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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