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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연재기고<신성철>한국을 알고 싶어요

6,568 2012.10.0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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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성 철 / 데일리인도네시아 발행인
dailyindonesia.co.kr


한국을 알고 싶어요

한국에는 케이팝(K-Pop)만 있나요? 소설 덕혜옹주의 내용은 실화인가와 허구인가요? 허구라면어느 부분이 허구인가요?

참고할만한 역사책이있나요? 내용이 이해가 안 가요? 한국말도 한국문화도 낯설어요. 한국사람들은 민족주의가 강한

것같아요? 왜 한국과 일본은 서로 미워하나요? 아픈역사를 들춰서 양국 관계가 나빠지면 어떻게 하나요? 재미있는 한국

역사 소설 좀 추천해주세요?

한국에 대한 인도네시아인들의 관심이 다양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유력 언론, 메트로TV와 일간 메디아인도네시아는

지난 10월 1일자에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한국의 대중음악뿐만 아니라 한국 서적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소설‘덕혜옹주를 출간한 족자 소재 븐땅 출판사의데위버르따 편집장은“한국에는 K-Pop 이상의것이 있다”며“인도네시아

어로 번역된 최초의한국 역사소설인‘덕혜옹주’가 한국 역사와 문화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소설 덕혜옹주에 대한 세미나가 일간 메디아인도네시아와 출판사 븐땅, 한국문화원 공동 주최로지난 9월 29일 한국문

화원 다목적홀에서 열렸다.이날 세미나는 메디아인도네시아가 벌이고 있는독서 장려 프로그램인 독자토론광장(Opmi)

시리즈의 일환으로, 이 소설을 번역한 렌찌딥띠아, 편집자 데위버르따 및 필자가 패널로 참석했고, 제롬 E 위라완 일간

메디아인도네시아 기자가 진행을 맡았다. 또한 메트로TV 등 인도네시아 언론인과 출판사 관계자, 한국에 관심이 많은

인도네시아 사람 등 50여 명이 참석해 소설‘덕혜옹주’뿐만 아니라 그 배경이 된 한국근대사, 한.중.일관계, 그리고 최근

인도네시아를 휩쓸고 있는 한류에 대해 질문을 쏟아냈다.

 

권비영 작가의 베스트셀러 작품인 덕혜옹주를 번역한 렌찌딥띠아 씨는“덕혜옹주는 인도네시아어로 번역된 최초의 한국

역사소설”이라며“궁중에서 사용하는 언어와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말이 달라 번역하는 데 어려움을 많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한국사람들에게 물어보면서 번역 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렌찌딥띠아 씨는 족자 소재 가자마다대학교

(UGM) 한국어학과 4학년에재학 중인 학생으로, 이 소설을 한국어에서 인도네시아어로 번역했다. 그동안 한국 드라마나

책들은 영어나 중국어로 번역된 것을 인도네시아어로번역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최근에 한국어를 하는인도네시아인이

늘어나면서 한국어에서 인도네시아어로 직접번역이 가능해졌다.

 

덕혜옹주는 한일합방 후 일본이 조선과 조선왕조말살정책을 본격적으로 펼치던 시기인 1912년에태어나서 아버지 고종

황제의 죽음을 목격하고 이후 자신도 살해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 평생을 산다. 조선의 옹주임에도 일본의 간계로

이름도 없이 황적에도 오르지 못한 채 10여 년을 보내고, 일본인 교사들에게 일본어와 일본식 교육을받으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일본의 감시를 받고, 일본이 정해준 학교를 다니고 유학이라는 명목으로 일본에 볼모

로 끌려가서 일본인과 강제로 결혼한다. 이복오빠인 순종이 승하해도 생모인 귀인 양씨가 세상을 떠나도잠시 귀국했다

가 장례조차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일본으로 쫓겨갔다. 어렵게 낳은 딸 정혜는 스스로 일본인이라며 덕혜옹주의 모국인

조선을 거부한다. 결국 10대부터 나타난 정신분열증으로 정신병원에서 10여 년 간 감금생활을 하고 일방적으로 이혼을

당하고 딸이 자살하는 아픔을 겪는다. 이후 해방이 되었지만 양국의 이해관계로 인해 귀국하지 못하고 있다가 1962년 

귀국하지만역시 서울대병원에 입원생활을 한 후 창덕궁 낙선재에서 살다가 1989년 77세에 영면한다.

 

구한말과 광복 후 격동기를 산 한국인들은 같은시간을 산 덕혜옹주의 삶을 이해한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인들은 네덜란

드와 일본식민지 시절을겪었음에도 우리와 다른 목적의 식민지를 경험했기 때문에 이해가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네덜란드는 단순히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서 경제적인 목적으로 식민지를 운영했던 반면, 일본은 지척에서한국에 대해

문화와 민족말살정책을 지독하게 실시했고 그것이 한국에 깊고 큰 상처로 남았음을설명해야 했다. 작은 상처라면 그대

로 두어도 아물겠지만, 한국은 상처가 너무 커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고 그 과정이 일본의 악행에 대한 역사 규명과 

일본의 사과 그리고 용서와 화해로 이어지는 것임을 짧은 시간에 이해시키기가 어려웠다. 한국인들이 민족주의가 강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5천 년의 역사에 외세의 침략을 3천 번이나 받고 나면 외세에 대한 피해의식과 더불어 민족주의가

강화될 수밖에 없음을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이날 세미나 참석자들의 첫 반응은 책을 읽었는데 무슨 내용인지모르겠다는 것이었다.

독자와 번역자 모두 한국역사와 생활습관 등이 낯설고, 번역자가 노력했음에도 번역이 더 개선되어야 하는 점, 참고할 

다른 책들이 부족한 점 등이 지적됐다. 덕혜옹주는 개인적으로 평생을 자신의 의지 없이 누군가의 감시와위협에 끌려 다

닌 삶을 살았고 그 과정에서 겪는내면의 갈등이나 주위 사람과의 갈등 그리고 외로움 같은 내용이 번역 속에 제대로 담

아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도네시아대학교(UI) 인문대학 교수였다가 정년퇴임한 엘리자베스 씨는 메디아인도네

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역사소설인 만큼 당시 역사적 상황에 대한 요약과 왕가의 계보등이 추가되면 독자들이 소설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날 세미나 참석자들 가운데 출판업계 관계자들은 한국책에 특히 관심을 보이고 번역할만한 책을추천해 달라고 하기

도 했다. 이런 분위기는 서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 최대 서점체인인 그라메디아에는‘엄마를 부탁해’와‘완득

이’등 베스트셀러,‘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나‘가시고기’등 드라마로 제작됐던 소설, 로맨스소설, Why 시리즈 등의 학생

용 교재, 한국식 화장법이나 옷 입기 등을 안내하는 책 그리고 한류스타와 한류드라마의 화보집까지 다양한 책들이 나

있고, 특히 한국어교재가 많이 다양해지고 있다.

 

현재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있는 것은 분명하다. 또 다른 참석자는 요즘은 K자만 붙으면 장사가 된

다는 말도 있다며, 한류상품을 수입하려는 인도네시아인이 많지만 막상 시장성을 갖춘 양질의 한류상품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에서는 K-Pop과 드라마가 식상해지려한다며 다른 것을 찾는 질문도 나온다. 한류콘텐츠 또는 한류상품

을 확대할 시점으로 보인다.

 

이번 세미나를 예로 들면, 책은 그 자체가 매우 중요한 문화상품이자 다른 문화상품을 이해하는데기반이 되는 지식을 제

공하는 기능을 하지만 막상책을 출판해 충분한 이익을 내기는 어렵다.

 

책이 제대로 번역되려면 먼저 인도네시아어로 번역되어야 하고, 내용이 제대로 번역됐는지 해당분야 전문가가 감수하는

작업 그리고 인도네시아 작가가 이를 인도네시아어로 다시 다듬는 작업이 되어야, 부드럽게 읽을 수 있고 내용이 정확한

번역판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비용이 상승하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번역이 잘 된 책을 내기어렵지만, 우리가

가장 많이 비교하는 일본은 이런과정을 거쳐서 번역판을 낸다. 서점에서 한국소설과 일본소설의 인도네시아어 번역판

중 하나를 고르려 할 때, 독자는 책을 펼쳤을 때 잘 읽히는 책을선택할 것이다. K-Book에 대한 흥미를 지속시키려면 재

미있고 잘 읽어지는 책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한국사나 한국문화에 관한 책처럼 다른 문화상품을 이해하기 위한 기반이 되는 책들에 대한 수요도 생기고 있지

만 현재는 학생용 교재와한국학 연구자들이 낸 대학교재 수준의 책이 소수 있을 뿐이다. 일반인을 위한 책은 아직 부족

하다. 얼마 전 서점에서‘세상을 변화시킨 20가지전쟁(이광희 지음, 20 perang yang Mengubah Dunia)라는 제목으로 번역

된 것을 보았다. 이 책에는 고구려가 한반도에 있는 독립국가로 중국대륙의 수나라와 싸웠고, 고구려와 싸우느라 지친

나라가 결국 멸망하고 당나라가 건립되는 등 고구려가 중국에 미친 영향을 기록했다. 고구려와발해마저 자신들의 역사

에 포함시키려는 중국의사관에 대해 우리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앞으로 K-Book이 제대로 나오기 위해 필요한 몇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먼저 한국어를 인도네시아어로 번역할 수 있는

 전문번역가의 육성이다.현재 인도네시아대학교(UI)와 가자마다대학교(UGM), 그리고 나쇼날대학(UNAS) 등 몇몇 대학

에 한국학과가 있지만 이들을 전문번역가로 키우는 노력이 필요하고 번역가가 이를 직업으로 가질 수 있도록 적절한 

수준의 번역료를 보장하는것도 필요하다. 두 번째는 시장의 수요에 맞춘 책이나 관광홍보책자가 아니라 한국사와 한국

사회등을 공부할 수 있는 일반인을 위한 책을 체계적으로 선정해 출판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경제성이 부족하지만 

꼭 필요한 책에 대해서는 정부 또는 기업의 지원이 절실하다. 빈민구제와 의료봉사 등에 집중된 기업의 CSR을 다변화해

서 한국책이나 영상물을 인도네시아어로 번역해 인도네시아 전역의 도서관에 기증해서 인도네시아인들이 쉽게 접하고

활동할 수 있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대를 문화전쟁시대라는 말로 표현한다. 예전에는 다른 국가가 가진 땅이나 재산을 빼앗을 때 군대를 동원했지만 지금

은 역사와 문화를 이용한다.독도를 칼로 뺏는 것이 아니라 가공된 역사와 국제재판 그리고 여론을 들이댄다. 유적지, 

민요, 소설 등 문화상품의 가치를 알기에 아리랑은 중국이김치는 일본이 자국문화유산으로 등록하려 한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그리고 태국은 전통염색법 바틱, 그림자인형극 와양, 그리고 전통민요등을 놓고 국가간 소유

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 1인당 국민소득이 3천 달러를 넘어선 후 문화에 대한 수요가 눈에 띄게 증가하

고있다. K-Pop을 비롯해 대중음악 콘서트, 뮤지컬,클래식음악 공연이 잇따라 개최되어 객석을 채우고 있다. 메디아인도

네시아는 국민을 대상으로 독서장려캠페인을 시작하는 등 도서에 대한 수요도생기고 있다. 우리가 문화상품을 팔고 

싶다면 그에 대한 적절한 준비와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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