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와칭!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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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시양그룹, 北투자 430억원 날리고 쫓겨난 사연
중국 500대 기업 중 하나로 굴지의 마그네사이트가공회사인 랴오닝(遼寧)성 시양(西洋)그룹이 북
한 황해남도 옹진군에 있는 옹진철광에 2억4000만 위안(약 430억 원)을 투자해 철광석 선광(選
鑛) 공장을 건설했지만, 투자금을 한 푼도 건지지못한 채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당하고 쫓겨난 것
으로 알려졌다.
시양그룹은 이달 초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와 블로그 등에 올린‘시양그룹 북한 투자의
악몽’이라는 글에서“4년여 동안 갖가지 난관을 극복하고 지난해 7월 3만여t의 철광석 분광(
粉鑛)을 생산하는 데 성공한 직후, 북측이 갖가지트집을 잡아 계약을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시양
그룹은 지난해 10월 북한 주재 중국대사관과 북한 조선합영위원회 주선으로 담판을 벌였지만 합
의에 실패했으며, 올 3월 현장에 남아 있던 10명의 직원마저 북한 무장경찰과 보안요원에 의해 추
방당했다. 한 중국 네티즌은 댓글에서“북한이 금강산지구의 현대그룹 자산을 모두 몰수하고, 직원
을 추방한 것을 연상케 한다”고 썼다.
시양그룹이 대북 투자를 결정한 것은 2006년 10월이었다. 철 함유량이 14%에 불과해 제철소 공급
이 어려운 이곳의 철광석을 가공해 함유량 60% 이상의 고급품으로 만드는 선광 공장을 차리기로 했
다. 이를 위해 북한 영봉연합회사와 합작 회사를 설립했다. 시양그룹이 설비와 자금을 대고, 북한 측
은 토지와 광산을 현물로 출자해 각각 75%와 25%의 지분을 갖기로 했다. 그러나 전력과 용수, 도로
등 기반시설이 전무한 데다, 계약 당시와 달리 북한이 2008년 자원세를 25%로 대폭 인상하자 2009
년 북한에 기존 투자금을 포기하고 철수하겠다는의사를 밝혔다. 북한은 이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원회 명의로‘당초 계약대로 조건을 이행한다’는53호 문건을 내밀며 시양그룹을 붙잡았다.
문제는 시양그룹이 지난해 4월 공장 건설을 완료하고 시제품을 생산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3개월
여에 걸친 조업 끝에 철 함유량이 67%에 이르는고급 분광 3만t가량을 생산하는 데 성공하자, 북
측 태도가 돌변했다. 북측은 지난해 9월 ▲북·중근로자 동일 임금 ▲토지 임대료와 공업용수 사용
료, 자원세 부담 ▲오·폐수 배출 금지 등 16개 항의 새로운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시양그룹이 이를
거부하자 계약을 파기했다. 시양그룹은 폭로 글에서“중국 기술자 없이 북한 근로자만으로도 분광
을 생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당초 북측이 부담하기로 한 부분까지 떠안기면서 우리를 쫓아냈
다”고 주장했다. 시양그룹은 생산시설 보호를 위해 100여 명의 직원 중 10명을 현지에 남겼지만,
북측은 올 들어 단전·단수 등의 조치를 취하며압박하다 이들까지 모두 추방했다.
시양그룹은 기반시설과 공장 건설 등에 투자한 2억 4000만 위안 외에 합작 파트너인 영봉연합회사
책임자인 이성규에게 합영회사 설립 수속비, 접대비,출장 경비 등의 명목으로 80만 달러(약 9억 원)를
뜯겼다고 밝혔다. 이 중에는‘미국산 허머 지프차구입비 8만 달러’도 들어 있었다. 북한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에 올 때는 바이주(白酒)와 맥주를 마시며 종일 취해 있었고, 밤에 호텔방에 접대부를
넣어주지 않는다고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북한 대표단의 호텔비와 식비, 교통비, 술값, 담뱃값 외에
안마비와 성매매 비용, 노트북·휴대폰 같은 귀국 선물비용도 모두 부담시켰다고 한다. 시양그룹은 글
말미에서“북한 투자는 한바탕 악몽이었다. 지난 4년간 북한을 접촉하면서 그들이 사기꾼이자 강도
라는 사실만 분명히 알게 됐다”고 썼다.
시양그룹은 마그네사이트 가공, 비료, 철강 등에걸쳐 20여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랴오닝성
의 대기업으로 2009년 기준 매출 규모는 190억위안(약 3조 4000억 원)이다. 창업주인 저우푸
런(周福仁·61) 회장은 중국 500대 부호리스트에 올라 있다.
[출처] 조선일보, 최유식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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