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 행복에세이 <김주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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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끝자락, 화창한 봄날에 자카르타 한국문화 원에서는『제 1회 적도문학상』시상식이 열렸다. 적도문학상은 한국문인협회 인도네시아지부(회 장: 서미숙)에서 작년에 제정한 문학상이며, 올해 가 그 첫 무대이다. 적도문학상은 한국문학사에 서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뜻깊은 행사 이다. 왜냐하면 한국문협 인도네시아지부와 더불 어 동남아 재외동포들이 주체가 되어 자발적으로 치른 문학행사를 축하해 주기위해 고국에서 문효 치 한국문인협회 이사장과 이광복 부이사장, 지연 희 수필분과회장이 직접 인도네시아까지 방문하 였기 때문이다. 그 뜻깊은 의미를 부여하기 위하 여 한국문인협회 본부 문효치 이사장은 인니지부 서미숙 회장에게 해외지부로서 첫 공로상을 수여 했다. 인도네시아지부 회원은 물론 그 누구도 예 측하지 못한 일이었기에 공로상을 수상한 서미숙 회장에게 축하 꽃다발도 준비하지 못했음이 아쉬 움으로 남는다.
적도문학상 시상식이 모두 마무리 될 무렵 문효 치 이사장은 이날의 수상자 및 참석했던 모든 한인 들에게 짧지만 의미 있는 문학특강을 전해주었다.
문학이란 무엇인가?
‘문학은 무엇이다’라고 말한다는 것은 참 힘
든 일입니다. 저는 시를 쓰는 시인으로서,‘시란
무엇인가’를 놓고 대답 해 드리겠습니다.‘시’
는 사물과 대화하는 과정입니다. 흔히들 대상을
바라본다고 하는데, 바라보는 것을 넘어서서 사물
과 대화를 나누는 것입니다. 만일 사물이 말을 걸
어오지 않으면, 말을 건넬 때 까지 기다려야 하겠
지요. 그 길고도 지루한 과정이 창작의 중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대화를 나눴다고 모두 시가 될까요? 아닙니다.
시인의 상상력을 입혀야 합니다. 저는 지금도 기
억합니다. 초등학교시절, 소풍가면 보물찾기 했던
기억 말이죠. 그런데 저는 지금까지 그 보물을 한
번도 찾은 적이 없었어요. 왜 그럴까? 곰곰이 생
각을 해 보니, 저는 보물이 있을만한 곳만 찾았어
요, 여지없이 그곳엔 보물이 없었죠. 보물은 생각
도 못한 곳에 있었습니다. 엉뚱한 곳 말이죠. 이제
‘보물’이라는 자리에‘상상력’으로 바꿔놓고
생각 해 봅시다. 맞아요.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상
상은 창의적 상상력이라 할 수 없겠지요.
여러분도 잘 아시는 철학자‘베이컨’은 상상력 을 이렇게 표현했어요.“상상력은 자연이 분해 한 것을 조합 할 수 있고, 또 자연이 조합한 것을 다 시 분해 할 수 있다.”
상상력의 좋은 예가 있다면?
상상력의 좋은 예가 있다면?
저는 신경림 시인의‘주천강가의 마애불’을 보고
서는 무릎을 딱 쳤어요. 이렇게 시가 시작 됩니다.
다들 잠이 든 한밤중이면/ 몸 비틀어 바위에서 빠 져나와/ 차디찬 강물에/ 손을 담가보기도 하고/ 뻘 겋게 머리가 까뭉개져/ 앓는 소리를 내는 앞산을 보며/ 천 년 김 세월을 되십기도 한다. (후략)
수많은 사람들이 주천강가에 큰 바위에 새겨진 부처님을 보았을 것입니다. 신앙심으로 볼 수도 있고 경외심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인 은 시인만의 상상력을 끌어냅니다. 바위에 새겨진 부처님을 몸 비틀어 바위 밖으로 끄집어내는 것이 지요. 그래서 저는 신경림 시인의 시 ‘주천강 마 애불’을 상상력의 백미로 꼽습니다.
시를 잘 쓰는 어떤 특별한 방법이 있는지요?
시(詩)는 언어를 가지고‘무엇’을 만들어 나가 는 예술적 표현입니다. 그러다 보니 언어를 다 루는 어떤 기술이 필요하게 됩니다. 즉 이‘술( 術)’을 익혀나가기 위해 지식을 쌓고, 많은 시를 읽고, 또 많은 습작기를 거쳐야 합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한 가지 짚고 가야할 부분은, 지식을 쌓 되 시인에게는‘지성’이 필요합니다. 지식을 판 단하고, 분류하고, 종합하는 능력에다 감정을 조 절하기도 하고 승화하기도 하는 것을‘지성’이 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시’는 시인의 독백입니다. 독자 들은 시인의 독백을 엿보게 되는 것이고, 그래서 독자들의 자리를 모두 채워버리면 안되겠죠. 시인에게는 감정이 범람합니다. 이 범람하는 감정 을 죄다 옮기기 보다는, 정리하고, 삭히고, 가라앉 혀서 내어놓는 것이죠.
생명을 신봉한다. 생명은 신이다.
그 속에 진리와 진실이 있고
아름다움과 가치가 있다.
정의와 감동이 여기서 나온다.
이 세상에는 관심 밖으로 버려졌거나
짓밟힌 생명이 너무 많다.
나의 시는 이 신을 섬기면서 시작된다.
-문효치 시집「모데미풀」시인의 말에서 -
창작의 대상이 되는 사물과의 교감과 소통은 시 인의 감각을 새롭게 할 것이다. 또 일상의 흐름 속 에서 무심코 놓치고 산 많은 것들을 새롭게 경험 하도록 한다. 이 때 사물은 사물을 범주를 벗어내 시적으로 새롭게 탄생하게 될 것이다. 문효치시인 의 최근 시집 「모데미풀」은 아주 작은 사물, 풀 에서 시작된 생명의 외침이다. 세상에 이토록 많 은 풀들이 있었던가? 새롭게 세상을 관찰하라는 의미를 부여 받은 것 같다. 그렇게 고요한 노시인 의 외침이 적도를 타고 맥놀이로 번지고 있었다.
제 1회 적도문학상 시상식이 있던 날은, 나 역시 한사람의 시인으로서,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세 상과 소통한 날이다. 그날, 문효치시인의 특별하 고 귀한 강연은 앞으로 나의 삶에서 아주 오랫동 안 신선한 에너지가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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