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차 한 잔 마시며<김문환> /한인사회의 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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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사회의 정서
김 문 환 / 재외선거관리위원장
한인기업의 인도네시아 정착사는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반에 이루어진 산림개발업체와 건
설업체의 진출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곧이어 종합상사법에 의해 해외에 지사를 설립하기 시작
한 삼성물산, ㈜쌍용이 1975년에 종합상사 제1, 2호를 기록하며 자카르타에 교두보를 구축하기 시작한
다. 이 당시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한국인의 주류는 주로 깔리만딴과 수마뜨라 밀림현장에서 악전고투
하는 산림개발업체 직원과 술라웨시, 수마뜨라, 깔리만딴 오지에서 땀 흘리는 건설회사 현장직원 1천 여
명이 전부였다. 연말송년회나 또는 한국에서 온 연예인의 공연이라도 있는 날이면 자카르타 주변에 거주
하는 교민들이 모두 모여들어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오랜만의 회포를 풀곤 했다. 소속회사는 다르더
라도 한가족 같은 유대감이 조성되어 평시에도 식당이나 공공장소에서 만나면 스스럼없이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곤 했다. 기업간의 경쟁구도는 비즈니스 특성상 당연하지만, 때로는 상부상조하며 교민사회
전체가 한울타리 안에서 공동체로 형성되어 왔다. 한국기업들은 구라파나 일본 같이 인도네시아와 뿌리
깊은 역사적인 배경이나 연고가 없었던 탓에 무(無)에서 시작하는 개척자 정신을 발휘하여야 했다. 우선
선발국들이 기피하거나 거들떠 보지 않던 업종부터 손을 대기 시작할 수밖에 없었으며, 이들과 상충되는
영역에 뛰어들게 되면 암초에 부딪치며 고난의 길을 걷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럴 때면 우리 기업끼리
공동대처하며 권익을 사수하는 사이 어느덧 끈끈한 유대감이 형성되기도 하였다. 이때부터 단련된 일체
감은 우리 기업들이 성장하는데 큰 보약이 되어 한인사회가 성장하는 발판이 되었다. 한인사회 역사 40
년 동안 한인회장이 단 3명만이 배출되었음은, 단합되고 안정된 동포사회임을 잘 대변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한국의 대기업들이 인도네시아를 가능성의 나라로 인식하고 속속 진출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한국에서, 또는 제3국에서 하던 대로철저한 경제논리에 의해 이곳에서도 강한 추진력
을 발휘하고 있다. 최근 한 대기업은 이곳의 간판기업 격인 K그룹과 법정분쟁에 휘말려 있다. 우리는
상업분쟁 당사자의 잘잘못을 판단할 권리도 없고 의무도 없다. 단지 한국의 정상급 대기업과 한
인사회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는 한 진출기업간의이해상충으로 너울지는 그 파장이 주로 중소기업
으로 이루어진 우리 한인사회의 정서에 와닿아 부딪치게 되니 전혀 무심할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하
게 된다. 성격이 다르기는 하지만 1980년대 초 한국의 대기업 두 곳이 군납을 높고 과당경쟁을 벌
이자, 발주처로부터 크게 질책을 받으며 한국기업의 품위가 손상되었던 사례를 기억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인 인도네시아만 하더라도 정부차원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적극 계도하며, 중소기
업 육성과 재래시장 보호에 역점을 두고 있다. 하물며 OECD 가맹국인 대한민국의 대기업들이 이
러한 추세에 역행할 리는 없을 것이며, 한국에서의 기업의 상생은 이국 땅 이곳 한인사회인들 다
르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양 당사자간의 분쟁이 어떻게 매듭지어질 지는 알 수 없지만,
해외에서 벌어지는 한국기업간의 분쟁은 당사자스스로에 대해 명예실추를 가져오며, 결국 국익의
손상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리 교민들은 양자간의 대립이 화해와 해피엔딩으로 끝나기
를 염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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