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호) <편집위원 김은미의 WoMaN & PoWeR> 내가 만난 중국사람들
짧은주소
본문
<편집위원 김은미의 WoMaN & PoWeR> 내가 만난 중국사람들
사년전 중국진출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신 야안씨.
중국에서는 연고가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한다는 주변인들의 충고가 있었지만, 지인 하나 없는 나로서는 그저 인터넷 뒤져 중국투자청에 멜 한통 띄우는 수 밖엔 없었다.
투자청 외투담당자, 야안씨의 답장과 더불어 좌충우돌 나의 중국탐험이 시작되었다.
인테리 상류층인 유럽주재 외교관이였던 야안씨는, 마오쩌둥의 주도로 1965년 가을부터 10년간 중국사회를 뒤흔들었던 정치적 사회적 동란인 문화혁명동안, 오지에서 중노동을 하며 겨우 생명을 부지했던 분이다.
유창한 영어, 박식하고 인맥 넓은 이분 덕에 콴시(빽)와 뇌물 없이 정도를 밟으며 남들이 밀림이라고 겁내는 중국진출을 별 탈없이 할 수 있었다.
가끔씩 안부전화나 멜, 명절 저녁접대, 그리고 손주들에게 쥐어주는 용돈 몇푼으로밖엔 성의표현을 못하고 있지만, 감사한 마음을 빛처럼 지고 살고 있다.
우리 고객인 릴리여사 역시 야안씨처럼 환갑을 넘긴 나이에 걸맞지 않은 정열과 체력으로 나를 고무시키는 분이다.
재즈댄스를 배우고 캐나다에서 유학중인 아들과 스키휴가를 즐기는 그녀는 미국정유회사 중국점의 살림을 도맡고 있다.
일억 이상 지식층이 처형되었던 문화혁명시,목숨을 걸고 영어책을 구해 공장노역이 끝난 야밤 등잔불아래에서 하루 200개의 단어를 외우며 독학했다는 그녀의 영어는 미국교포로 착각할 만큼 유창하다.
인구통제를 위해 실시된 일가구 일자녀 정책에 의해 탄생한 공주/왕자 세대인 낸시와 캔디는 우리 상해점을 이끄는 직원들이다. 결혼 5년차인 낸시는 자신의 커리어와 몸매유지를 위해 무자녀주의를 소수하고 있다.
캔디는 인터넷채팅으로 만난 홍콩남자와 열애중이다. 아직 20대 초반이지만, 돈은 힘이고, 힘있는 남자만이 진짜 남자라는 상승욕구가 강한 전형적인 상해처녀다. 부모가 지어준 중국 본명을 버리고 영어이름을 고수하며, 주말이면 겨울연가나 가을동화에 흠씬 빠져 사는 한류파들. 구김살없고 타협할 줄 모르며 자기위주인 중국신세대의 표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유란기자는 상해, 북경에서 유일하게 발간되는 교민지, “좋은 아침”의 프리랜서이다. 우리 구정파티 취재나온 인연으로 만났는데, 명함을 보고서야 중국인(조선족)인 것을 알았을 정도로 우리말이 유창하였다. 그동안 몇몇 조선족을 만날 기회가 있어 그들의 저력을 모르는 바는 아니였지만, 몇 세대 교체를 중국에서 했다는 그녀만큼 우리말이 완벽하고 정서가 통한 적이 없었기에, 만리타국에서 피붙이 만난듯 반갑고 장하였다
이들이 가끔씩 나를 긴장시킨다. 20년안에 미국을 따라 잡는다는 중국, 무서운 속도로 달리고 있는 이들과의 기싸움에 대비하여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