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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호) <역경을 성공의 디딤돌로 삼는 사람들 이야기> 6편 세계적인 여류작가 미우라 아야꼬

9,625 2007.06.1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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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을 성공의 디딤돌로 삼는 사람들 이야기> 6편 세계적인 여류작가 미우라 아야꼬

                                                                                                              글 : 손은희 작가

누군가 내게 어떤  작가가 되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난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미우라 아야꼬 같은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할 것이다. 미우라 아야꼬는 내 푸르디 푸른 20대의 청춘시절에 나로 하여금 작가가 되고 싶다는 오직 하나의 열망을 품게 한 인물이다. 나는 그녀의 촉촉히 감성의 물기가 배여있는 글을 읽으며 글로써 사람의 가슴을 울릴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를 생각했고 백마디 말보다 때로 한마디의 짧은 글귀가  더욱 사람의 영혼에 깊이 와 닿는다는 사실에 감격했다. 화려한 미사어구가 동원되지 않은 담백한 그녀의 글은 언제나 갓 퍼올린 샘물처럼 메마른 가슴을 촉촉히 적셔준다. 그녀의 저서는 ‘길은 여기에’‘이 질그릇에도’를 포함하여 1천만엔 아사히 신문 장편소설 현상공모 당선작인 ‘빙점’ 그리고 ‘양치는 언덕’ ‘사랑의 천재’’살며 생각하며’ 등 다수가 있다.
만일 삶이 팍팍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으면 그녀의 자서전적인 이야기인 ‘길은 여기에’나 ‘이 질그릇에도’를 손에 들고  한잔의 커피를 음미하며 책장을 넘겨보라. 삶에 대한 그녀의 고즈넉한 시선속에 담긴 따뜻한 애정과 감사가 당신의 영혼에 스미며 어느덧 당신의 가슴이 넉넉히 차오르고 있음을 그래서 그녀처럼 사소한 일상의 모든 것에 문득 눈물겨운 감사가 느껴지는 순간을 맞게 될 것이다. 그녀가 77세로 이 세상을 하직하기 전까지 노쇠한 몸으로 힘에 부칠때는 남편에게 구술을 통해 글을 써가며 마지막 순간까지 창작의 열정을 중단하지 않던 모습은 아직도 감동적이다. 나도 그녀처럼 이 세상을 하직하는 순간까지 창작의  열정을 잃고 싶지 않다. 그녀처럼 나도 진실이 담긴 소박한 언어로 세상 사람들의 가슴을 적시는 그런 작가가 되고 싶다. 그리고 더 욕심을 낸다면 그녀가 내게 삶의 귀한 모델이 되여 준것처럼 내가 이 세상을 하직해야 하는 그 순간쯤이 되면 나도 누군가에게 삶의 지표가 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아직은 요원한 꿈처럼 아득하게 느껴지지만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그녀는 내가 죽음을 맞는 순간까지 내 삶의 작은 등대가 되여 주리라 믿는다. 

이렇게 그녀에 대해 광적인 애정을 갖고 있는 나지만 누군가가 그녀와 동일한 삶을 살아보겠느냐고 한다면 나는 단호히 ‘노’라고 말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녀가 세계적인 작가가 되기 전까지  그녀의 삶은 온갖  질병으로 점철된 듯, 오랜시간 투병생활을 해야했기 떄문이다. 폐결핵, 결핵성 척추 카리에스, 결핵성 복막염, 간장해 등으로 무려 13년 동안을  병상생활을 해야했던 그녀의 삶을 살펴보노라면 안타까운 마음으로 가슴이 찡해져 온다. 또 말년에는 직장암수술도 해야했다. 거기에다   지루한  투병생활을 하면서 골수에 배인 허무주의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기도했으나 실패하는 대목에 이르면 삶의 고뇌의 심연을 들여다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쏴해져 온다.  하지만 서서히 병상을  털고 일어나  삶에 새로운  의미를  찾게 되면서  병상에서 피어난 한송이 들국화와 같은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까지  곁들여  자신의 이야기를 소롯이 담아 놓은 ‘길은 여기에’를 읽으면 또 하나의 인간승리에 감탄이 나온다. 사람은 얼마든지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 얼마나 신비한지! 그녀 삶의 어둠과 빛을 함께 살펴보면서 인간의 삶에 주어지는 고통이나 아픔이 단지 고통과 아픔으로만 끝나지 않고 그것을  통해 인간의  영혼이 더욱 순수하게 정화될 수 있음을 그래서 그녀처럼 남보다 더 깊은 고통 때문에 더욱 더  갑절의 감동을 주는 글을 쓸 수 있음을 느낄 때 우리는 삶의 고통과 슬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될 것이다.


이중 약혼

그녀의 삶이 어긋나기 시작한 것은 세상에 태어난지 24년이 된 어느날부터였다. 일찍이 한번도 빈혈 같은 것을 일으킨 적도 없었던 그녀였건만 약혼자 니시나카 이치로에게 약혼예물이 오기로 된 날, 그녀는  갑자기 빈혈을 일으켜 쓰러지고 말았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당시 그녀는 니시나카 이치로 외에  T라는 또 한 사람의 청년과도 결혼하기로 약속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녀가 24살의 나이에 이렇게 비상식적인 행동을 한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1946년 2차 대전이 끝난 이듬 해에  17세도 되기 전에 초등학교 교사로 복무한 그녀는 종전과 동시에 미군이 주둔하여 일본이 점령당한 상황에서 교사로서 그  미군의 지령에 의해 가르쳐오던 국정교과서의 여러 곳을 지워야만 하는 상황속에 빠지게 되였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녀는 지금까지의 일본이 잘못되었던 것일까. 만일 일본이 잘못되었던 것이 아니라면, 미국이 잘못된 것일까 하는 수 없는 물음속에 답을 찾지 못하고 번민하게 된다.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녀 앞에 나타난 사람이 니시나까 이치로였다. 그렇게 고뇌속에 있던 그녀는 차라리 누군가의 아내라도 되어 버릴까라는 안이한 태도로 약혼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그녀에게 누가 경고라도 하려고 했던 것인지 약혼 선물을 받는 날에 그녀는 뇌일혈을 일으켜 쓰러지고 말았는데 이것이 그 후의 지루한 병상 생활의 전조처럼  얼마 후  곧 폐결핵으로 그녀는 정말로 쓰러지게 된다. 마치 어수선한 정세속에 가치관의 혼돈을 느끼며 갈등하던 상황을 스스로도 지탱`할 수 없다는 육체적인 신호처럼 그녀는 그때부터 앓아 눕게 된 것이다. .


극단적 허무주의와 자살 미수

그녀는 이후  살아갈 목표를 발견하지 못했다. 변화무쌍한  정세속에서 그녀는 아무도 믿을 수 없고 이 세상의 모든 것이 허망하다고 생각되었다.그녀는 빠른  쾌유를 위해  요양소에 들어가게 되는데 그러던 어느 날  뜻밖에도 어렸을 때부터 잘 아는 사이인 마에가와 다다시가 나타난다. 그리고 그는 그녀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베푼다.   그때까지 그녀는 남의  마음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 알지 못했기에 그저 자기를 사랑한다는 남자에게는 자기도 사랑하고 있다고 대답하는 되는대로의 생활습관에 젖여 있었다. 그것이 얼마나 나쁜 일인가를 미처 생각해 보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 스스로가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목적도 없이 단지 살아가고 있었으므로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에가와 다다시는 신앙으로 성품이 다듬어진 참으로 진실하고 성실한 사람이였기에 이런 그녀의 생활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며 방황하는 그녀의 마음에 힘이 되려고 안간힘을 쓴다. 이때 그녀는 물론 3년 전에 약혼한 니시나카 이치로와는 아직 그대로 약혼자 사이였고 결혼을 약속한 또 한 사람인 T는 폐결핵으로 이미 세상을 떠난 상태였다.  

그 무렵에 이미 그녀는 자기의 병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었으므로, 자기 생명이 당시의 의학으로 봐서 3년 이상은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니시나카 이치로에게도 파혼을 선언할 결심을 하게 된다. 진작 깨끗이 헤어졌더라면, 지금쯤은 건강한 여성과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그녀는 얼마나 그에게 철없는 짓을 했나하고 자책하며 ‘어차피 병은 언제 나을지 알 수 없다. 앞으로 몇 해를 요양해도 나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내가 이 세상에 살아 있으면서 남에 폐를 끼치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낫지 않는가?’라는 생각으로 점점 삶에 무기력해지고 권태로워진 나머지 죽기로 작정한다. 그러나 그렇게 죽기로  결심하고 바다로 서서히 걸어 들어가는 순간 니시나카 이치로가 이를 발견하여  다행스럽게  그녀의 생명은 이어진다.


기나긴 투병생활 

그 후부터 그녀는 갑자기 40도 가까운 열이 나고 온 몸의 뼈마디가 쑤셔 왔는데 류머티스라고 단순히 생각한 그 병은 당시로서는 생명을 위협받던 폐결핵이였다. 그 당시에는 페결핵이라는 진단이 내리면 사형 선고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런 병중에서도 마에가와 다다시는 어디까지나 그녀를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진지하게 살아가는 친구로 대해 주었고 온 정성을 다해 간호해 준다. 8회에 걸친 오랜 입원생활동안 미에가와 다다시의 사랑은 변함없이 그녀를 지켜주었고 그 지극정성의 사랑때문일까? 병상에서  몇해가 지나면서부터는 서서히,  절대 안정을 취할 필요가 없고, 200미터 정도는 걸어다닐 수도 있는 상태가 된다. 물론 그후에도 여러 번 침대에서의 투병생활을 반복해야 했지만 말이다. 그 당시 그녀는  다행히 뇌파에는 이상이 없었다. 다만 복막이 유착되어 있기 때문에  초단파로 치료를 해야했는데  이 요법이 의외로 효과를 발휘하여 그녀는 열이 내리고 안색도 희어졌다.  혈담이나 각혈로 때때로 죽음의 공포를 안겨 주던 공동이 서서히 아물어 갔고  카리에스도 7년에 걸친 석고 침대에서 견디어 낸 덕택으로 깨끗이 낫게 된다. 다만 결핵성 복막염으로 자궁 쪽이 조금 침범되어 있기 때문에 계속 초단파 치료를 받으며 날마다 병원에 다녀야 했는데 그녀는 병원에 다니면서 몸을 점점 단련시켜 나가  37킬로그램 미만이던 체중이 어느새 52킬로그램 까지 늘었다.  카리에스의 증상을 방치해 두면 하반신이 마비되어 실금이라는 고약한 증상이 뒤따르게 된다. 그런데 그녀의 등뼈가  결핵균에 침범되어 있는데도, X레이에 분명히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발이 비틀거릴 때까지 알지 못했다. 만일 그대로 모르고 있었더라면, 그녀의  등뼈는 완전히 썩어 버려 죽을 수밖에 없었는데 다행히 늦게 나마 발견하여 치료를 시도하게 된다. 


다행히 그녀는 석고 침대를 조금도 괴롭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머리에서 허리까지 완전히 석고로 둘러싸여 있어 목도 움직이지 못하였다. 목을 움직이면 나빠진 척추에 금이 가기 때문이다. 목도 움직이지 못하고 뒤척일 수도 없다는 것은 확실히 큰일이기는 했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에서 그는 너무나 엄청난 일들을 침착하게 받아들인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가슴아픈 사건은  동일하게 자신도 폐결핵을 앓고 있으면서도 드러나는 증상이 덜 하다는 이유로 오히려  정성을 다해 그녀를  간호해 주던 마에가와 다다시가 2차에 걸친 대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먼저 하늘나라에 가게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한번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아가야만 한다고 격려하던 정신적인 지주였던 다다시의 죽음은 그녀에게 삶에 대해 다시한번 진지하게 성찰하게 되는데 그녀는  다다시가 이 땅에서 이루지 못한  의미있는 일을 대신 충실히 해내리라 결심하고 그가 전해 주었던  신앙을 통해  삶의 소망을 발견하려 노력한다.


신앙

마에가와 다다시의 죽음으로 인해 더 깊게 몰입하게 된 신앙을 통해 그녀는 자신의 남은 삶만큼은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기로 결단한다. 이런 그녀의 결단에 하늘도 축복한다는 싸인이였을까? 이상하게도  세례를 받은 그날부터 마음속에 불이 붙은 것처럼  기뻐서 견딜 수 없는  경험을 하게 되고 그녀는  그 후 하나님께 기도하며 삶의 새로운 기쁨을 맛보게 된다.   
.
그리고 무심코 읽기 시작한 전도서의 ‘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사람이 해 아래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자기에게 무엇이 유익한고, 한 세대는 가고 한 세대는 오되 땅은 영원히 있도다’라는  말씀을 통해 자신처럼 삶의 모든 것이  허망하다는 것을 긍정하는 데서  출발한  말씀으로 위로를 받는다. 그녀는  자신이 상당히 허무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모든 것이 죽어 버리면 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전도서에는 더 깊은 허무의 심연을 표현하고 있었다. ‘해 아래 새 것이 없나니’라고까지 표현한 것이다. 매일의 삶이 결국은 부질없는 되풀이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녀는 이 세상에 아직 새로운 것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전도서의 말씀은 해아래서의 모든 새로움조차 부정한  극단의 허무를 표현했던 것이다. 그리고 인간이 해아래서 행하고 만드는 것은 새로운 것이 없기에 겸손히 삼라만상을 창조하고 그 뜻대로 운행하는 창조주를 기억하며 하루 하루의 삶에 충실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인간의 도리임을 전도서는 말하고 있었다. 그녀의 극단적 허무주의는 이렇게 전도서 말씀에서  소망의 싹을 발견하고 종지부를 찍는다. 너무나 허무한 삶이기에 단 한번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는 이 역설적 진리가 그녀의 가슴에 와 박혔던 것이다.


열정

미우라 아야꼬는  병상중에서도 또 병상후에 조그만 잡화점을 운영하는 가운데에서도 시를 짓거나 소설을 쓰는 열정을 버리지 않았다. 낮에는 손님을 받는 고단한 잡화점 주인으로서 종종거리며 생활하면서도  밤이 되면 자신의 꿈인 작가가 되기 위해 언손을 호호 불며 찬 기운에 응고된 만년필을 녹여가며 새벽녘까지 글을 썼다. 보통 사람은 꿈을 갖고 있어도 현실적으로 바쁘고 고달픈 환경가운데 있으면 꿈을 까마득히 잊고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미우라 아야꼬는 달랐다. 연약한 몸 때문에 잡화점 일과 가사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속에서도 가사일을 친척의 손을 빌려 해결할지언정 절대로 글을 읽고 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잡화점의 손님을 받으면서도 1분 1초를 아껴 책을 읽었고 밤을 꼬박 새워가면서도 글을 쓰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기에 1천만엔 당선작인 ‘빙점’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작품으로 그녀는 잡화점 주인에서 작가로 새로 거듭나고 그 이후에는 세계적으로 사람의 가슴을 울리는 감동의 글들을 연이어 발표하며 유명해진다.  바쁜 작가로서의 삶을 걷게 된 것이다.  아무리 현실이 고달퍼도  꿈을 버리지 않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한 언젠가는 그 꿈이 현실이 되여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감격을 맞보게 된다는 것을 그녀는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피곤이 역력한 얼굴로 언손을 비벼가며 이불을 뒤집어 쓰고 글을 쓰는 미우라 아야꼬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자문해 볼 일이다. 내 어릴 적 그 찬란한 꿈은 무엇이였는지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사랑

마아게와 다다시가 죽은  후 그녀는  마에가와 다다시와 너무나 많이 닮아  어쩐지 꿈이라도 꾸고 있는 듯한 심정을 갖게 하는 미우라 미쓰요를 만나게 된다. 그녀가  너무나 마에가와 다다시를 그리워하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가엾게 여기셔서, 마에가와 다다시를 꼭 닮은 사람을 보내셨는지도 모른다고 생각될 지경이였다. .
그녀는  미우라 미쓰요에게 이끌리는 것을 속일 수 없었다. 아무리 마에가와 다다시와 얼굴이 비슷하고 같은 신앙을 갖고 취미가 비슷하다고 하더라도, 분명 다른 인격을 가진 인간임에도 그녀의 감정적인 이끌림을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결코 마에가와 다다시를 잊어서는 안된다고 스스로를 타일르며  언제나 죽은 그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만  벌써 다른 남성에게 마음이 이끌리고 있음에 스스로를 혐오스러운 여자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미우라 미쓰요에게 마음이 기울어지는 자신을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녀는 마에가와 다다시의 유언을 다시 생각한다. 다다시는 진정으로 그녀를 사랑했기에 자신이 죽은 뒤 새로운 사랑이 나타나면 자신 때문에 그 사랑을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유언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마에가와 다다시가 그녀의  변덕스러운 마음을 용서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그녀는 병자였다. 겨우 변기를 사용치 않아도 될 뿐 종일 깁스를 하고 침대에 누워 있는 몸이였던 것이다.. 

그리고 나이는 34세로 그보다 두 살이나 위이다. 물론 아름답지도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런 그녀가  이성을 사랑할 자격도, 사랑받을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그에게 그녀의  심정을 고백하기가 어려웠다. ‘이미 30세를 넘어선 그가 앞으로 여러 해 나를 기다리는 일이 가능할까.’ 생각할수록 그를 사랑하는  기쁨은 점점 울적한 감정으로 바뀌어 갔다. 하지만 미우라 미쓰요는 미우라 아야꼬의 다다시를 향했던  순수한 사랑의 마음을 알고부터는  그녀의 그 순수한 마음에 이끌려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미우라 미쓰요는 아직 병석에 있는 그녀를 만 5년이나  간호하며 기다려 결혼을 하게 된다.  신랑이 35세, 신부가 37세의 나이였다. 

이들의 결혼을 하나님도 축복한 것일까? 결혼식을 하루 앞두고 페니실린으로도 클로로마이세틴으로도 그동안 내리지 않던 열이 씻은 듯이 내렸다. 분명 그들의 결혼을 허락하는 하늘의 신호같았다. 그리고 10여 일이나 고열이 계속되었는데도 몸 전체가 확 풀린 것처럼 피로도 싹 가셨다. 병석에 있는 그녀에게 하나님을 의지하고 인생의 모든 것을 맡길 때 하나님께서 앞날을  인도해 주실거라며  소망을 갖자던 미우라 미쓰요의 말대로 일주일동안 원인 불명의 열이 모두 내리고 결혼식을 맞을 수 있었다. 물론 아직 연약한 육체였지만 그렇게 그들은 한 가정을 이루는 감격적인 순간을 맞게 된것이다. 그 후 잡화상을 시작한 미우라 아야꼬는 틈틈히 글을 써서 1천만엔 장편소설 현상공모에 ‘빙점’이 당선되여 작가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글을 쓰는 내내  하나님께서 원하시면 당선시켜 주시리라는 믿음으로  드렸던 간절한 그들 부부의  진실한 기도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이였다. 그 응답은 그들에게 주어진 생애 최고의 선물이였음은 더말할 나위가 없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미우라 아야꼬의 젊은 시절은 많은 아픔과 고통의 시간을 통과해야 했다. 어찌보면 그녀의  사고도 성공과는 거리가 먼  희망적이기 보다는 깊은 허무주의로 삶에 대해 애정이 없던 인물이였다. 그러나 그녀의 곁에는 그녀를 자신보다 더 끔찍히 사랑해 주었던 많은 사람들의 사랑이 있었고 또 삶을 소망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각을 갖을 수 있도록 신앙을 전해준 사람들이 있었다.  마치 좌표의 두 축처럼 이 사랑과 신앙이 그녀 인생의  든든한 두 축이 되여 그녀는 다시 삶의 중심을 잡고 일어설 수 있었다. 우리 인생에서 사랑과 신앙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깨닫게 해 주는 부분이다.   

그리고 자신이 갖고 있는 작가적인 소양에 대한 열정으로 가난하고 열악한  환경가운데에서도 부단히 글을 썼고 그 피나는 노력은 세계적인 대작가가 되여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인물로 그를 만들었다.  

13년이라는 지긋지긋한 병상생활에서도 주저앉지 않고 새 삶을 추구했던 삶의 열정이 없었다면 오늘날에도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작가로서의 미우라 아야꼬의 삶은 없었을 것이다. 어떤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삶의 열정을 버리지 않는 것은 아마 성공의 제 일조건이 될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혹 아야꼬처럼 병상에 있는 몸이라면 기억하길 바란다. 당신이 삶의 열정을 버리지 않는한 언젠가 당신도 아야꼬처럼 그 모든 고통의 나날이  삶의 또 다른 밑거름이 되여 당신을 비상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

어떤 최악의 상황속에서도 삶을 낙관하는 자세야말로 성공을 향한 첫단계임을 잊지 않는다면 당신은 이미 삶의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당신이 미우라 아야꼬처럼 극단적인 허무주의자라면 사랑과 신앙을 당신 삶에 들여 놓아라. 그것이 당신 삶의 중심을 잡아주는 커다란 두개의 축이 되여 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두 개의 그 축을 기초로해서 당신도 성공적인 삶을 건축하기 시작할 것이라 나는 분명히 확신한다.    

참고문헌
길은 여기에(미우라 아야꼬 지음, 최현옮김)
이 질그릇에도(미우라 아야꼬 지음, 김윤옥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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