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호) <김윤곤의 수학이야기> 1편, 선생님,수학은 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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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곤의 수학이야기> 1편, 선생님,수학은 왜 해요?
왜 수학을 하는가? 수학이라는 것은 따분하고 대학을 가기 위해 어쩔수 없이 넘어가야할 산인가? 라고 학창시절 아마 모든 사람들은 한번쯤 생각해 봤을것이다. 중앙대 물리학과 수학과를 졸업하고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10여년 수학교사로서 교편을 잡은바 있는 김윤곤씨는 수학은 그저 어렵고 따분한 것이 아니라 이성적인 사고를 일깨우고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얻을 수 있는 보물창고라고 말한다. 앞으로 네차례에 걸쳐 수학에 관한 궁금증을 파해쳐갈 김윤곤씨의 칼럼을 통해 수학을 바르게 이해하고 인생을 설계해 가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한인뉴스는 바란다.
선생님, 수학은 왜 해요?
초, 중, 고등학교를 막론하고 수학 선생님들이 학생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혹자들은 더하고, 빼고, 곱하고, 나눌 줄만 알면 살아가는데 아무 지장도 없는데 왜 생활에 쓸모도 없는 그 어려운 인수분해, 함수, 방정식, 통계, 미적분을 공부해야만 하느냐고 묻습니다. 수학을 전공하고 수학을 가르치는 본인으로서도 한 마디로 설명하기란 어렵고 그렇다고 장황하게 설명하자니 지루해질 거고 이래저래 난감하긴 마찬가지 입니다. 따라서 본인은 “논리적 사고를 심어주기 위한 목적으로 수학을 공부합니다” 라는 피상적 답변보다는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도 주당 수업시간이 가장 많은 과목이 수학인데 왜 일까요?” 라고 반문합니다. 각 나라의 교육학자들이 바보가 아닐진대, 여기에는 틀림없이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 답변으로 이런 예가 이해를 돕는데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대는 이과에 속해 있습니다. 해서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잘 하지 못하면 의대 입학은 불가능 합니다. 또, 의대에 입학하고 나서는 더 어려운 수학을 공부합니다. 도대체,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데 수학이 무슨 관련이 있길래 이리도 수학을 강조하는 것일까요?
예를 한가지 들어 보겠습니다. 한 환자가 급히 응급실로 실려왔습니다. 우선 외관상 의사의 생각으로 응급처치를 합니다. 이후, 종합검진에 의해 원인을 찾고 그 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방법을 찾습니다. 수술치료로 할 것인가, 약물치료로 할 것인가. 수술이라면 어떤 방법을 택할 것이고, 약물이라면 어떤 약을 처방 해야 가장 효과적일 것이냐 등을 심사숙고 하여 그 방법을 선택하며 환자의 치료를 시작합니다. 환자의 치료 또한 수술 중 한치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되며 그 작은 실수는 환자를 죽음으로 몰고 갈 수도 있습니다. 치료가 모두 끝난 후에는 후유증은 없을 것인지, 재발은 없을 것인지 확인합니다. 위에서 의사가 환자를 처음 만나 치료를 완료할 때 까지 어디에서도 수학을 사용한 적은 없습니다. 어떤 방정식의 풀이도, 어떤 미적분 학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의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수학을 강요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일련의 모든 과정이 마치 수학 한 문제를 풀이하는 과정과 같기 때문입니다.
이제 수학 문제 하나를 풀이하는 과정을 찾아보겠습니다. 처음 수학 문제를 접하면 그 문제를 정독 합니다. 그리고 미지수가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미지수를 C 또는 U로 놓습니다. 이제 다시 문제로 돌아가 주어진 조건들로 그림도 그려보고 조건들을 활용하여 식을 세웁니다. 이 과정이 언어적 표현이 수학적 표현으로 바뀌는 과정입니다. 그 식을 풀이하여 해를 구하고, 구해진 해가 문제의 조건을 만족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런 풀이 과정 중 순간적으로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가 +로 바뀌기도 하고 7이 1로 둔갑하기도 하는 실수를 저지릅니다. 이제 수학 한 문제를 풀이하는 과정과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이 흡사하다는 생각을 하시게 되셨습니까? 수 없이 많은 수학문제를 풀이하는 동안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논리적 사고와 집중력이 쌓여가고 그런 논리적 사고가 실생활에 적용되는 것입니다.
비단 의학뿐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생활이 그러합니다. 사람에게 생각하고, 판단하고, 점검하는 과정이 바로 논리적 사고이며 이 논리적 사고가 수학은 통하여 형성된다고 보기 때문에 90% 이상의 학생들이 싫어하는 수학을 그토록 많은 시간을 배당해 가며 시키려 하는 것입니다. 한번의 시험에서 100점이냐 아니냐가 목적이 아닌, 한 문제 한 문제를 과정에 맞게 풀이하며 실수를 줄이려는 집중력과 올바를 판단력을 기르는 것이 수학 공부의 목적인 것입니다.
분명 수학은 재미없는 과목이며 어려운 과목입니다. 초등학교 부터 시작하여 조금씩, 조금씩 교육과정은 어려워져 가며 중간에 모르고 넘어간 부분이 생기면 그 여파가 향후 틀림없이 나타나게 됩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마치 계단을 오르듯 한 단계 한 단계 차분히 수학을 공부한다면,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은 자신도 모르게 형성되어 있는, 감정적 문제 해결이 아닌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리라 본인은 확신합니다.
작은 지면을 통해 전부를 얘기할 순 없지만 이 글이 왜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지 궁금해 하는 학생, 학부모님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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