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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호) <엄마와 함께한 배낭여행기> 3편 소중한 추억이 숨쉬는 동남아시아

9,229 2007.06.1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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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한 배낭여행기> 3편 소중한 추억이 숨쉬는 동남아시아

                                                          글 : 자카르타한국국제학교 8학년 이 태 경


말레이시아를 거쳐 태국으로

처음에는 내가 살고 있는 땅인 인도네시아만 다 돌아보려 했지만 여행을 하면서 세상을 다 보고 싶어졌다. 집을 나올 때 혹시 몰라서 여권을 넣어 가지고 왔는데 그 여권을 이용하여 인터넷을 통해서 비행기 표를 예약하고 필요 없는 옷들과 책들 은 우체국에 가서 자카르타에 소포로 부쳤다. 우리가 가려고 하는 최종 목적지는 태국이었다. 오지여행 전문가인 “한비야” (늙은)누나가 쓴 책에 ‘카오산 로드에 가면 전문가급 정보를 얻게 된다’는 말이 생각이 나서 무조건 태국으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Airasia는 태국 직항이 없어서 일단 말레이시에 가서 태국으로 가는 Airasia를 타야 했다. 싸구려 비행기라는 이 비행기를 처음 타는 나는 정말 많은 걱정을 해야 했다. ‘하늘을 날다 떨어지면 어쩌나’부터 ‘너무 시간을 오래 끌어 말레이시아에 한밤중에 도착하여 숙소를 못 구하면 어쩌나’에 이르기까지 정말 많은 걱정을 하였다. 그러나 발리를  13시 55분 출발하여 쿠알라룸프 16시 55분 도착한다는 시간을 정확하게 지켰다. 발을 뻗을 수 있는 공간은 없었지만, 편히 앉기에는 충분한 공간이 있었고 지정좌석은 없었지만 많은 자리가 있었고, 기내식은 없었지만, 자기가 먹고 싶은 것을 스튜어디스에게 주문하여 사 먹을 수 있었다. 이 비행기를 타면서 ‘우리 나라 항공도 Airasia와 같이 비싸지 않은 비행기가 많이 생긴다면  부담 없이 세계 여행을 다녀서 좀 더 빨리 세계화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사히 쿠알라루프에 도착하니 걱정할 필요가 없게 Airasia에서 운행하는 공항버스로 ‘KL Central’ 에서 내렸다. 사람들이 필요한 부분이 어디인가를 정확하게 알고 그 분야에 사업을 펼치는 회사의 정책이 참 대단하다. 모든 버스가 그곳에 정차하였다. 그러면 각 호텔이나 게스트 하우스로 가는  작은 투구 풍뎅이 같은  Airasia 차들이 대기해 있다. 숙소를 구하고 나서야 편한 마음으로  저녁을 먹었다. 이렇게 숙소 구하는 것이 쉬울 줄 알았다면 말레이시아에서 며칠을 더 묵는 것인데...... 말레이시아는 인도네시아보다 훨씬 깨끗한 느낌을 주었다. 또 갑자기 인도네시아에서부터 가져온 핸드폰이 울려 깜짝 놀랐는데 엄마 친구분이셨다. 인니어가 통용되는 것도 신기하지만 인도네시아 핸드폰이 말레이시아에서도 울린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확실히 두 나라는 참 비슷한 점이 많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맥도널드에서 파는 아얌 부부르를 먹고 다시 방콕 행 비행기에 올랐다.


코끼리의 나라 태국, 배낭여행자의 천국인 카오산로드

기내에서 똠양꿍(태국음식)을 사먹으면서 내가 어느새 방콕까지 왔다는 것이 너무 신기하다. 돈무앙 공항에서 이전하여 새로 지었다는 수완나품 국제 공항은 규모가 매우 컸다. 그러나 내리자마자 들어온 간판은 모두 컵라면을 잘게 부수어 놓은 것 같은 글자여서 읽을 수가 없다. 무슨 뜻인지 모르지만 그래도 읽을 수는 있는 인도네시아 간판이 그리웠다. 공항에서 자원봉사를 하시는 안내원에게 카오산 로드로 가는 버스를 물었다. 차에 오르자마자 버스에 가득찬 서양사람들이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태국은 우리가 자바섬이나 발리섬에서 만나지 못했던 한국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특히 “홍익인간”이란 숙소는 한국 배낭 여행족에게는 구세주 같은 존재이다. 무조건 태국을 도착하면 한국인들이 이곳에 와서 도움을 받기 때문에 지금까지 수 만 명의 한국사람들이 거쳐 갔다고 한다. 이곳의  숙소 도미토리에서 하룻밤 자는 데는 100B(삼천 원정도)이다. 즉 이곳에서  삼천 원에 잠을 자고 방람푸 시장에서 파는 맛 있고 싼 음식을 천 원 정도에 먹으면서 배낭 여행객들이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첫날은 책자를 통해 얻은 정보로 툭툭을 타고 왕궁과 사원을 들렀다. 사남루앙이라는 왕의 광장을 지나면 그 거대한 건물의 규모에 놀라게 된다. 불심을 반영하는 왕궁이다. 태국은 아직도 국왕이 있고 거리마다 휘날리는 깃발에서 국왕에 대한 존경심을 느낄 수 있다. 등거리 외교를 실시하여 한 번도 유럽국가의 식민지가 되지 않은 나라이기도 하다. 카오산로드는 펄펄 끓는 용광로처럼 늘 살아있다. 여기가 유럽인지 태국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카페며 식당이며 PC 방에는 서양인들이 넘쳐난다. 디카의 용량이 넘치면 CD로도 구울 수 있는 시설도 거리마다 흔하고 국제 무료 전화인 Skype도 가능하여 나는 아빠와 통화를 할 수 있었다.

다음날은 로즈가든을 갔다. 이름은 장미 정원이지만 우리나라 용인민속촌 비슷하여 여러 가지 태국의 전통 공연이 있었다. 발리처럼 아름답지는 않지만 태국다운 느낌이 가득 배어 있어서 좋았다. 타이 복싱도 재미 있었지만 가장 재미 있는 것은 코끼리쇼였다. 알렉산더 대왕시절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전투 장면은 최고였다. 화약이 터지고 양쪽 군대에서 수많은 코끼리를 대동하고 실제 전쟁처럼 싸우는 장면은 잊을 수 없었다. 또 코끼리들이 물감을 가지고 티셔츠에 그림을 그리는 것인데 제법 멋진 그림을 그려냈다. 그것을 관광객을 상대로 150에서 200 바트에 경매에 부쳤다. 여기저기 손을 들어 코끼리가 그린 티셔츠를 예약하면 그것을 잘 포장해 주었다. 그 옷을 입고 코끼리가 그린 옷이라고 친구들에게 자랑도 하고 싶지만 돈이 없어서 포기하고 코끼리를 타 보는데 50바트를 내고 코끼리 위에 앉아서 실컷 폼을 재보고 또 맹수 옆에 앉아서 사진도 찍고 악어 농장도 다녀왔다. 다음날은 담넌사두악 수상 시장에 가서 보트를 타고 수상 시장을 구경하였다.  배 위에서 모든 거래가 이루어지는데 아주 재미있었다.  배위에서 코코넛 쥬스와 바나나를 사먹었고 배를 타고 나와서 ‘카우팟’이라는 이 나라 볶음밥도 사먹었다.

방콕의 일일 시장에 찾아서 태국이 실크로 유명하다고 해서 선물용으로 비단을 많이 사왔다. 그리고 유명한 콰이강의 다리가 있는 칸차나부리라는 곳을 갔다.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이 미얀마에서 자원을 쉽게 수송하기 위해서 만든 다리인데 이 다리를 건설하기 위해 많은 아시아 포로들과 연합군 포로들이 죽었다고 한다.  이 다리가 있는 곳에서 2-3킬로 떨어진 곳에 연합군 묘지가 있었다. 나는 그 묘지를 걸으면서 묘비에 기록된 비문을 읽어 보았다. “테리야. 우리는 언제나 널 사랑한다” 라고 씌여 있는 비문 아래 사랑하는 가족의 이름이 적혀 있는 비문을 보면서 전쟁이라는 것이 얼마나 비극인가를 느꼈다. 오후에는 ‘죽음의 철도’라는 비둘기호 비슷한 기차를 탔다. 포로들이 콰이강의 다리를 만들기 위해서 이용한 것인데 이곳에서 많은 포로가 죽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날의 아픔은 시간이 지나면서 흔적조차 사라지고 차장으로 비추는 아름다운 경치만 남아 있었다. 나는 그 경치를 감상하며 숙소로 돌아 왔다. 치앙마이 코끼리 트래킹도 아주 재미있었고 뗏목 타는 것도 새로운 체험이었다. 그 다음날, 방콕에서 파타야로 간 뒤 다시 파타야에서 산호섬으로 이동하여 페러세일링과 수상스키를 탄 후 다시 파타야로 돌아가 미니 시얌을 보고, 민속쇼를 구경한 뒤 싱가폴 행 비행기에 올랐다. 


싱가폴과 바탐 섬 그리고 여행을 마치면서

돌아 오는 길에 싱가폴을 들러 보기로 한 것은 에어아시아가 태국에서 싱가폴 노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싱가폴은 유명한 만큼 깨끗하고 친절하였고 무엇보다 영어로 말이 통해서 좋았다. 배낭여행 숙소로 유명한  부기스역에서 내려서 지나가는 아줌마에게 길을 물었는데 친절하게도 1시간 이상을 우리를 따라 다니면서 호텔 주인과 직접 상대해서 방을 깎아 주고, 식당을 알려주는 등 여러 친절을 베푸셨다. 그 식당은 저가 식당으로 사탕수수를 직접 짜서 주는 쥬스가 일 달러, 어묵을 듬뿍 넣은 국수도 2달러였다. 환상적이었다. 아줌마는 음료수를 권하는 우리의 간절한 권유도 뿌리치고 땀을 닦으시면서 돌아가셨다. 나는 화교라 하면 전 세계 상권을 다 잡고 사는 약삭 빠른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 분을 보면서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느꼈다.

싱가폴에서 하룻밤을 자고 월드 트레이더 센터 역에서 바탐 센터까지 40분 동안 배를 타고 바탐섬에 도착하였다. 바탐섬까지는 주황색표를 주는데 편도로 24만 루피를 내었다. 바탐섬에도 많은 한국인 관광객들이 있었다. 바탐에서 머문 다음에 주로 빈탄으로 향하는 관광객들이었다. 일정에 쫓기지 않았다면 바탐에서도 하루 묶고 싶었지만 바로 자카르타 행 비행기를 갈아 타야 했다. 7만 루피를 내고 바탐센터에서 ‘Hang Nadim’ 이라는 바탐 공항에 가서 자카르타로 돌아왔다. 기사를 특별히 오라 하지 않고 “담리”라는 공항버스를 15,000 루피아를 내고 타고 블록엠까지 와서 택시로 집에 돌아왔다. 20여일을 넘게 헤매고 다닌 대 장정을 이렇게 해서 마치게 되었다.

새롭고 나에게 색다른 세상을 알려준  한 달 동안의 여행은 이렇게 끝났다. 힘들었지만 그 만큼 보람찼고,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 만큼 많은 것을 보았고, 놀지 못했지만 그만큼 재미가 있었던 여행이었다.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경험하기를 두려워한다. 하지만 삼성이 아무도 생각을 하지 않았던 반도체에 뛰어 들어 성공했듯이, 콜럼버스가 고정관념을 깨고 항해를 하여 새로운 대륙을 발견했듯이,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는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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