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5월 행복에세이 - 깊은 슬품의 날들 <서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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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슬픔의 날들
서 미 숙 / 수필가, 시인
gaeunsuh@hanmail.net
4월의 하늘엔 뭉게구름 가득히 봄이 울려 퍼지고 있다. 은은한 라일락향이 코끝을 스치며 봄날의 정 취는 한창이건만 진도여객선 세월호 침몰소식으 로 온 국민은 깊고도 깊은 슬픔 속에서 빠져 나오 지 못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지 벌써 여러 날이 흘렀는데도 모든 국민들의 시계는 세월호 침몰사 고가 발생한 4월 16일 오전에서 멈춰 버린 것 같 다. 언제 구조될지도 모른 채 기약도 없이 깊고도 차가운 바다 속에 갇힌 수많은 실종자들을 떠올 릴 때마다 가슴이 터질듯 답답하고 눈물이 흐른다.
생존자의 소식은 없고 매일같이 늘어나는 사망자 의 숫자만 전하는 방송이 속절없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배와 승객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선장은 승객을 버리고 제일 먼저 탈출했고 구조에 속도를 내지 못했던 정부의 대응으로 실 종자 가족들의 가슴에는 커다란 피멍이 들고 말 았다. 이런 모습을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 는 국민의 한사람인 우리 모두에게도 큰 상처가 되고 말았다.
가슴이 먹먹하고 우울하기 그지없다. 이번 침몰 사건의 희생자 대부분이 아직 어린 학생들이라는 점에서 자식을 둔 부모의 마음에 더욱 가슴이 아 려온다.
학업이라는 경쟁사회에 몰려 쫒기며 살던 아이들 이 인생에 대한 꿈을 아직 제대로 피워 보지도 못 하고 져버린데 대한 아쉬움과 절망은 어른인 우리 모두의 책임일 수 밖에 없다. 아무 일도 손에 잡 히질 않는다. 이 깊은 슬픔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 만 같다. 그래야만 다시는 이런 똑같은 참사가 반 복되지 않을 것이기에...
기본이자 원칙을 지키지 않았던 결과는 이런 참담 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아픈 교훈을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어떤 심리학자는 말한다. 이번 참사 로 겪고 있는 국민들의 심리적인 고통을 결코 가 볍게 보아서는 안된다고 말이다.
강한 인간이기에 사람의 정신은 쉽게 붕괴되지 않 겠지만 이정도 충격이라면 국민모두가 집단 멘붕 상황을 겪기에 충분한 슬픔이다. 침몰한 세월호의이름조차 아프게 다가온다. 얼마나 많은 세월이 지나야만 이 슬픔을 잊을 수 있을까.
세월이 약이라는 속담도 있지만 어느 세월에 이 깊은 슬픔을 세월 속에 떠나보낼 수 있을 것인가.
TV 뉴스를 통해 생생히 전달되는 침몰호의 대응 체계와 피해자 가족들의 아픔을 접하는 국민들의 정서는 심리적인 재난을 겪고 있다. 4/16일 이후 로 TV를 켜는 것이 두렵고 겁이 난다. 언제쯤이면 구조자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 음에 각 방송사의 뉴스를 보고 또 보지만 기다리 던 소식은 아직도 들려오지 않는다.
세월호 침몰이 예견된 인재(人災)로 분석이 되면 서 피해자와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에 온 국민이 슬퍼하고 있는 이유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오랜 세월 재외동포로 살아오면 서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큰 성장을 이루며 한 류로 떠오른 나의 조국이 무척 자랑스럽다고 생 각해왔다. 그런데 이번 세월호 참사로 도덕적으로 나 체계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선사와 국가 적 시스템의 현실을 보았다. 그 절망감은 이루 말 할 수가 없다. 화려한 겉모습 뒤에는 아직도 내실 이 다져지지 않았던 고국의 초라한 모습을 보게 된 것 같아 심리적 무력감에 힘이 빠지고 허탈해진다.
세월호 침몰로 희생된 승객들의 안타까운 사연들 또한 내 심장에 박혀 몇날 며칠을 가슴을 울리고 또 울린다. 자신의 안위보다 학생들을 먼저 구조 했던 어린 여자승무원의 참다운 용기, 제자들을 먼저 구조하기 위해 살신성인(殺身成仁)의 희생 을 마다하지 않았던 선생님, 세월호에서 만나 사 랑을 꽃피우며 세월호에서 끝을 맺은 어느 20대 연인의 애달픈 사연... 수학여행으로 들떠있던 학 생들이 서로 주고받던 풋풋하고 청순한 문자메시 지들... 특히 엄마에게 나중에 말못할까봐 사랑한 다는 말을 먼저 해놓는다는 아들의 문자는 그만 나에게 폭풍오열을 하게 만들었다.
삶이라는 바쁜 일상에 쫒기며 어쩌면 우리는 가 족들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을 제대로 못하고 살았 던 무심함을 깨우쳐 주는 것만 같았다. 이제부터 라도 마음껏 사랑한다는 표현을 하고 살아야겠다고... 가족이 함께할 수 있다는 그 자체가 행복이라 는 것을 깊은 슬픔을 통해 아픈 깨달음을 얻는다.
승객들을 배에 남겨두고 먼저 탈출한 세월호 선 장의 무책임한 행동과 판단 때문에 구조될 수 있 는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수 백 명의 고귀한 생명 은 그렇게 무참히 어둡고 깊은 바다 속에 잠기고 말았다. 하물며 지켜보는 사람의 슬픔이 이정도인 데 상대가 만일 피붙이라면 그 슬픔의 농도를 어 찌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인가. 과연 이 깊은 슬픔과 상처를 어떻게 치유해야만 하는 것일까.
정부차원에서 진심어린 사과와 사고 원인을 제공 한 관련자들에 대한 철저한 문책과 재난에 대비하 는 총체적인 시스템과 빠른 소통체계를 정비해야 만 할 것이다.
희생자가족에게는 심리적 상처 회복을 위해 당장 몸을 덮는 담요뿐 아니라 앞으로도 상처를 보듬어 줄 심리적 담요가 절실히 필요한 까닭이다.
세월호의 참사는 우리 모두에게 무심했던 삶을 되돌 아보게 한다. 스스로의 모습이 오랜 시간에 걸쳐 꽤 잘 다듬어놓은 조각상이라고 생각되지만 사실은 내 면은 부실하기만 했던 우리 모두의 자화상인 것을...
이 아름다운 봄날에 화사하게 피어있는 꽃들을 제 대로 바라볼 수가 없다.
세월호 침몰과 같은 인재가 더 이상은 발생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그래서 어느 해 봄날의 울타리에서 더 이상은 슬프지 않는 삶이고 싶다.
부디 희생자 가족들이 이 깊고도 아픈 슬픔을 하 루속히 가슴에 묻을 수 있기를...
힘들고 고통스러운 현실을 이겨내고 새롭게 소생 하는 삶이되기를...
그들의 가슴에 이 찬란한 봄기운을 깊게 불어넣어 주고 싶은 마음 간절하고 또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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