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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니문화연구원 제73회 <열린강좌> 개최

1,511 2022.08.05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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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니문화연구원 제73회 <열린강좌> 개최

황다인(BSJ 학생기자, Y10) 

 

지난 7월 2일, 코로나로 인해 오랜만에 한인니문화연구원에서 치러진 <열린강좌>는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박사과정 중인 박준영 님의 ‘인도네시아는 식민지배에 분노하지 않는다’를 주제로 진행되었다. 어쩌면 생경하게 들릴 수 있는 강연 제목은 강연 내용에 대한 참석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과거 식민 시기 정치범 공개 처형 중이었던 파타힐라 광장(Taman Fatahillah)에서 자전거를 타며 버스킹 공연을 즐기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모습이 일제 강점기의 일들을 혐오하며 현재까지 불매운동을 하는 한국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는 강연자의 궁금증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박준영 강사는 파타힐라 광장을 대상으로 ‘인도네시아의 탈식민주의’ 공간 실천을 분석했는데, 그에 따르면 파타힐라 광장의 탈식민주의 공간 실천은 ‘의미론적 탈식민주의’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지역은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가 인도네시아를 지배하면서 만들어진 지역으로 파타힐라 광장은 식민주의 비극을 상징하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현재 꼬따 뚜아는 도시 공간 재생 사업을 통해 자카르타 역사, 문화를 드러내는 대표적 지역으로 변화한 바, 파타힐라 광장 주변의 주요 건물들은 네덜란드 식민시대의 외관을 유지하면서도 내부는 인도네시아의 문화, 예술, 역사적 요소로 채워졌다. 대표적으로, 네덜란드 총독 집무실의 외형을 그대로 유지한 채 자카르타의 식민시절 이름인 ‘바타비아'를 상호로 운영 중인 카페는 시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거듭났다.

세계적 수준의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한 꼬따 뚜아의 재생 사업은 자카르타 시민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데 이는 공공의 공간(열린 공간)이 부족한 자카르타에서 파타힐라 광장주변이 보행자 중심의 공간으로서 갖는 의미와 역사, 문화적 자산으로서 갖는 의미 그리고 즐거움과 만남의 공간으로서 갖는 의미 등이 높이 평가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강연자는 이처럼 파타힐라 광장이 현재와 같은 공간의 특성을 갖게 된 데에는 공간 사용자들의 공간 실천이 주요한 역할을 했으며 시민들은 공간 특성의 변화에 대한 정부의 의도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을 넘어 변화한 공간에 새로운 의미를 더하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의미론적 탈식민주의는 식민시대를 단절이나 전복의 대상으로 대하기보다 새로운 해방적 질서로 대체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강연자는 파타힐라 광장이 탈식민주의의 공간 실천이라는 개념을 통해 인도네시아 저항운동을 성공적으로 실천한 사례라고도 설명했는데 식민주의의 비극을 상징하는 공간이 정부가 주도하는 도시공간 재생 사업과 시민들의 자발적인 탈식민주의 공간 실천이 어우러지며 현재의 문화 예술 공간으로 거듭나게 된바, 이렇게 과거의 지리적, 공간적 결과를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해당 공간의 복원과 함께 그 공간을 유지하는 과정 일체가 진정한 탈식민주의의 실천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끝으로, ‘인도네시아는 식민지배에 분노하지 않는다’는 이번 강연 주제가 자칫 한국이 일제의 식민지배에 지나치게 분노하고 있다는 주장으로 비추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강연자는 인도네시아가 그랬던 것처럼 식민지배는 분노의 여부를 두고 고민하는 대상이 아닌 분노에서 벗 어나 창조적 문화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이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강연 후 질의응답 시간에서 “한국 또한 인도네시아처럼 의미론적 탈식민주의를 해야 하나”라는 필자의 질문을 두고 강사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의미론적 탈식민주의 실천방식을 설명하기 위해 한국의 시간론적 탈식민주의를 언급한 것일 뿐 의미론적 탈식민주의가 시간론적 탈식민주의보다 낫다고 규정할 순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인도네시아보다 시간론적 탈식민주의를, 인도네시아는 한국보다 의미론적 탈식민주의를 추구하는데, 이 두 집단이 어떻게 극단적으로 나누어졌는가?”라는 또 다른 질의에 대해, 강사는 “의미론적 탈식민주의를 두고 그 대척되는 개념으로 시간론적 탈식민주의를 애써 비교 강조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시간론적 탈식민주의자일 수 있으며, 새로운 개념의 의미론적 탈식민주의를 다소 불편해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의미론적 탈식민주의자들은 기존의 개념들을 포용하고 그 정당성을 인정하려 노력하며 본인들의 새로운 해석 또한 인정되기를 바라는 만큼 두 개념을 구별 비교하기보다는 기존 개념의 확장으로 이해해달라고 덧붙이며 본 강연을 마무리했다.

 

한편 <열린강좌>의 주최측 한인니문화연구원의 사공경 원장은 “코로나 시기에도 온라인 강의가 몇 차례 진행되었으나 이번처럼 뚬뻥을 차려놓고 열린 강좌를 하는 것은 오랜만인 만큼 그동안 문학 강좌에 목말랐던 재외교민의 갈증이 조금 풀렸기를 바란다”며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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